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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따뜻하게 배웅하는 것도 아름답다는 걸 이제야 배웠다. 여느 해보다 무더웠던 2008년 여름, 추석이 지난 지도 며칠인데 무더위는 가실 줄 모르고. 하지만 나는 구월 하순 둘째 날, 여름을 따뜻하게 배웅했다.

 

한 인터넷카페(http://cafe.daum.net/ccddase)에서는 매월 셋째 주 일요일은 정기적으로 어려운 한 가정집을 찾아 방문하여 나눔 생활을 하는 날이다. 이 가정집 가족들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80대 할머님과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엄마, 지적장애를 가진 두 아들과 비장애인인 아들과 딸 한 명씩 모두 네 명의 어린 남매들이다. 아빠는 사고로 인한 중환자로 현재 제주도 모 병원에 입원치료 중이며, 나머지 가족들만 강원도에 있는 한 지역에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이 가족이 생활하는 것이 더욱 어려운 것은 살림을 할머님 혼자 하시다시피 하고 지적장애를 가진 며느리와 두 명의 손자, 비장애인인 손자, 손녀까지 뒷바라지를 할머님 혼자 하시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2006년부터 지금껏 한 달에 한 번씩 방문해 일손을 돕는 복지시설 관계자와 인터넷카페 회원들이 있다.

 

2008년 마지막 여름 햇볕이 따갑던 9월 셋째 주 일요일 어김없이 나눔 생활을 하러 떠나는 회원들과 함께했다. 회원들의 주거주지에서 자동차로 1시간여를 달려야 도착하는 곳. 그곳에는 어김없이 우릴 반겨주는 순수한 아이들과 정신을 조금 놓아버린 엄마, 그리고 항상 우리에게 고마워하시는 할머님이 계신다. 찾아간 이날도 대문 밖까지 꼬질꼬질한 얼굴과 옷차림새로 뛰어나와 네 명의 천사들은 우릴 반겼고, 할머님 역시 반가운 얼굴로 우릴 마중해 주셨다.

 

하지만 전쟁은 이제부터다. 이 집 아이들은 지능이 낮기 때문에 모든 행동을 본능적으로 하는 편이다. 예를 들면 급할 땐 신발을 신고 집안을 들락거린다거나 항상 땅에서 뒹굴며 노느라 옷은 표현하지 못할 만큼 지저분하다. 두 아이가 지적장애를 가져서인지는 몰라도 나머지 비장애인인 두 아이들도 일반 아이들보단 행동하는 것이 다소 정상적이지 못한 면도 없지 않아 있다.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면 그 지저분한 얼굴에 옷차림으로도 전혀 눈치 보지 않고 안기며 관심 끌기에 바쁘다. 이곳을 찾는 고정(?) 회원들은 그런 행동에 익숙해져 같이 얼싸 안고 좋아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을 정도다.

 

또한 이곳을 찾는 회원의 연령층도 다양하여 아이들에게 할아버지, 할머니 격은 물론 형과 누나뻘까지 다양하다. 그래도 그동안 가장 많이 방문해 준 회원들에게 아이들은 더 다가선다. 하지만 드디어 셋째(지적장애) 녀석이 이날은 나에게 다가와 안겼다. 게다가 안아 달라, 업어 달라 조르기까지 했다. 보통 어린아이들은 나에게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데 역시 정신이 아파서인지 그만큼 순수해서인지 몰라도 자기보다 불편해 보이는 내게 와서까지 어리광을 부려댄다.

 

이곳 아이들 얼굴은 일반인들이 보면 도망칠(?) 만큼 지저분한 얼굴들이다. 코는 물론 침까지 셋째 녀석은 얼굴에 범벅이다. 그래도 우린 그 얼굴에 손을 비벼대고 그 아이가 옷에 얼굴을 묻고 어리광을 피워도 즐겁기만 하다.

 

 

이날도 점심을 가져간 재료들로 맛있게 (카레를) 해 먹고 남자들은 아이들과 집 앞에 있는 냇가로 가서 물고기도 잡고 수영하는 것을 보며 한나절을 보냈다. 놀아줄 친구들도 변변치 않은 녀석들은 우리를 보자 물 만난 물고기가 됐다. 이 녀석들은 일반 아이들이 흔히 가는 수영장이나 비싼 놀이공원보다도 흐르는 시냇물 하나에 미칠 듯이 좋아한다. 그 흔한 수영복 하나 없이 엉덩이 훤히 비치는 흰 팬티 한 장만으로도 이 녀석들은 자기를 지켜봐 주는 그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행복해하는 순수한 아이들이었다.

 

 

그렇게 한나절이 흐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집에 와서도 연방 언제 갈 것이냐고 묻는다. 그 물음엔 가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 역력하다. 그래도 끝내 이별의 순간은 오고, 다음 달을 기약하며 아쉬워하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우린 그 집을 떠났다. 우리가 떠난 그 집은 또 얼마나 많은 언성과 아이들의 눈물과 원망이 쌓이게 될까?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나는 한 가지 깨달았다. 9월 하순에 맞지 않게 더웠던 2008년 마지막 여름을 이렇게 마음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여름은 시원해야 하지만 때론 이렇게 서로 안고 뜨거운 살갗을 비비며 인간애(人間愛)를 느끼며 여름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것도 그 무엇보다 행복하고 감사한 것인지를 깨달았다. 부디 다음 달에도 그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또 만날 수 있길 기도해 본다.

 

▲ 물놀이에 신이난 아이들. 고급수영장 또는 비싼 놀이공원이 아니어도 흐르는 시맷물에서도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과 함께라면 아이들은 마냥 좋아합니다.
ⓒ 박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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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동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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