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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없어 꽃과 잎이 영원히 만날 수 없다. 하여 잎은 꽃을, 꽃은 잎을 서로 그리워한다는 애절한 사연을 담고 있는 꽃이 상사화(相思花)다. 꽃무릇(석산화)은 그 가운데 하나다.

 

껑충한 연초록 꽃대 끝에 왕관처럼 얹혀진 붉은 꽃술의 꽃무릇이 활짝 핀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꽃의 생김새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왠지 마음 한 구석이 애틋해진다. 금세 꽃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함평과 영광, 고창은 이 꽃무릇이 지천이다. 우리나라 서남해안의 산기슭에 자리하고 있고 사찰을 끼고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사찰에서 꽃무릇의 뿌리를 가루로 말려 탱화의 방부제로 사용하기 때문에 그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단다.

 

이들 고장은 지리적으로, 생태적으로도 유사하다. 모두 다 서해안고속국도가 통과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선홍빛 꽃무릇이 활짝 피면 마치 이 일대가 홍색치마를 두른 듯 하다. 이맘때면 이 일대가 마치 새빨간 물감을 흩뿌려 놓은 듯 만개한 꽃무릇이 산 전체를 붉게 물들여 장관을 연출한다. 사진작가나 애호가들의 발길이 이곳으로 모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반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한 꽃무릇 축제도 열린다. 함평군 해보면 용천사에서는 20일부터 21일까지 이틀 동안 펼쳐진다. 20일 꽃무릇공원에 마련된 주무대에서 면민의 날 기념식을 시작으로 경찰악대 공연, 노래자랑, 전남도립 국악단 공연 등이 마련된다.

 

새끼 꼬기, 팔씨름 등 전통 민속놀이와 각설이, 치어리더 댄싱, 사물놀이 공연도 흥겹다. 시원한 원두막에 앉아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이는 봉숭아물 들이기와 꽃무릇 그림 그리기, 페이스 페인팅 등 체험 행사도 눈길을 끈다.

 

용천사는 신라 성덕왕(712년) 때 창건한 절. 정유재란과 6.25때 소실된 것을 복원했다. 사찰 위 산책로 주변의 군락이 꽃무릇 관람의 포인트다. 푸른 왕대 밭 아래에 융단처럼 깔린 꽃무릇 풍경이 압권이다. 야트막한 산책로를 따라 쉬엄쉬엄 꽃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공원 진입로와 산책로 주변에 설치된 크고 작은 돌탑과 장독대, 구름다리, 나무의자 등도 운치를 더해준다. 여기저기 피어난 갖가지 야생화도 볼거리다. 용천사는 서해안고속국도 함평나들목으로 나가 23번국도(영광읍 방면)와 838번지방도(신광면 방면)를 타고 간다. 전통 한옥마을인 모평마을과 함평생활유물전시관이 지척이다.

 

영광군 불갑면에 있는 불갑사에서도 축제가 열린다. 19일 민속놀이와 품바 공연, 상사화가요제, 불꽃놀이로 시작돼 20일 꽃길 등산대회, 관광객 노래자랑, 그룹사운드 초청공연, 묘기대행진, 푸른음악회로 이어진다.

 

21일에는 전남도립 국악단 초청 공연과 버라이어티쇼, 꽃바람음악회가 준비된다. 짚공예, 도자기체험, 친환경 비누 만들기, 페이스 페인팅, 네일아트, 풍선요술, 큰 비눗방울 만들기 등은 덤이다. 시화전과 야생화․분재 전시도 볼거리다.

 

불갑사는 백제 침류왕 때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법성포로 들어와 처음 세운 사찰로 유명하다. 꽃무릇 감상 포인트는 대웅전 뒤편 저수지 주변. 저수지에 접한 산비탈에 가득한 꽃무릇이 장관을 이룬다.

 

꽃 색깔이 짙으면서도 청초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얕은 계곡물에 반영된 나무와 꽃무릇의 붉은 색감은 가을 분위기를 한껏 돋워준다. 사진작가들은 사찰의 흙담이나 저수지의 잔잔한 물을 흐릿한 배경으로 처리해서 멋진 사진을 얻는다.

 

저수지 주변의 호젓한 오솔길은 가벼운 산책이나 초가을 산행에 그만이다. 불갑사는 서해안고속국도 영광나들목으로 나가 23번국도(영광읍 방면)를 타고 불갑면소재지를 지나면 금세 닿는다. 가까운 곳에 있는 조선중기 문신인 강항 선생을 추모하는 내산서원과 불갑저수지 수변공원도 들러볼만 하다.

 

한편 영광군은 꽃축제와 별도로 27일부터 10월25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불갑사지구 상설 공연장에서 우도농악을 상설 공연한다.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17호로 지정된 우도농악은 예능 면에서 다양하고 화려하며 리듬의 변화도 다채롭다. 설장구, 부포놀이 등 개인놀이가 잘 발달돼 있으며, 사라져 가는 고깔소고도 원형 그대로 잘 보존돼 있다.

 

영영광우도농악보존회(회장 최용) 주관으로 이뤄질 상설공연은 우도농악 시연과 관객과 함께하는 체험마당으로 진행된다.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개성이 표출되는 우도농악의 특성상 한데 어우러져 만드는 소리들은 걸판진 한마당으로 나타난다. 체험마당은 관람객들이 판소리와 탈춤, 소고춤, 사물놀이 등을 직접 배울 수 있는 시간으로 준비된다.

 


태그:#꽃무릇, #용천사, #불갑사, #우도농악, #상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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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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