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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립직업체험센터(이하 '하자센터')에서는 청소년을 위한 직업 진로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고 있습니다. 잡섀도잉 캠프 <커리어위크>와 30여 개의 직업체험 프로젝트, 씨네21의 김혜리 기자나 이언희 영화감독 등 청소년들이 만나고 싶은 직업인을 직접 섭외하고 인터뷰한 [Focus ing] 등 직업에 대한 풍부한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커리어하자 사이트(http://career.haja.net)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Faith Turntablist
힙합 공연중인 2Faith의 모습
▲ 힙합 DJ 2Faith 힙합 공연중인 2Faith의 모습
ⓒ 2Fa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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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던 학생의 관심사

"그는 어딘가 소년 같은 수줍음으로 웃는다.
하지만 힙합 그룹 가리온의 DJ, 8년차의 뮤지션.
힘들어도 늙어 죽을 때까지 음악을 하고 싶은 스물 아홉의 청년."

고등학교 시절, 그는 '재미없는 학생'이라고 자신을 설명했다. 농구 외에는 흥미를 느끼는 것이 없었고 공부와 담 쌓은 지 오래였고 뚜렷한 꿈이나 목표 없이 방황하고 그저 놀고 싶어 했던 자기를 드러내고 싶어도 방법을 몰라 고민하던 10대. 한 가지 유일하게 빠져들었던 것은 바로 힙합이었다. 하지만 흔히 말하듯 처음부터 뮤지션을 꿈꾸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만 해도 힙합 음악은 그저 '신기한 외국 문화' 정도를 넘어서지 못했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좋아하는 음악 장르는 헤비메탈. '소수'였던 그는 뭔가 보여주고 싶어 3인조 힙합 그룹을 결성해 축제 때 공연을 하기도 했다. 나름 고등학생 신분이긴 하지만 사회적인 메시지를 이야기해보고 싶기도 했고 강해보이고 싶기도 했다. 힙합 음악을 통해서.

"나, 이거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DJ의 스크래치
 DJ의 스크래치
ⓒ 2Fa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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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이나 랩에 관심이 없던 그는 우연하게 DJ 세계에 빠져든다.(랩에 관심이 없었다기보다 우연히 녹음된 자기 랩을 듣고 '아, 난 랩은 하면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DJ를 배우는 친구가 사정이 생겨 못 가게 되면서 2FAITH는 그의 스승 DJ NEGA를 만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방황을 하던 시절, 혼자 음악을 만들어보겠다고 애쓰던 시절이었다. 수많은 레코드판들, DJ 장비들, DJ NEGA와의 만남. 그곳에서 느낀 강렬한 인상을 그는 '신세계를 만났다'고 표현했다. 이거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뚜렷한 계획 같은 걸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매일 방구석에서 연습 또 연습... 그러다가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그런 것을 할 운명이었다거나 하는 멋진 말이 아니라, 그저 멋져 보였고, 그 세계에 미쳐버렸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힙합은 어른들에게 익숙한 문화가 아니다. 부모님의 반대는 그야말로 흔한 이야기라 특별할 것이 없을 정도다. 공무원이 되기를 원한 부모님의 바람으로 공부를 하기도 했고, 일단 대학 들어가면 음악하도록 해주겠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지금 그는 어엿한 뮤지션, 힙합 턴테이블리스트다.

걸어온 길이 쉽진 않았다. 장비를 사기 위해 각종 알바를 했고, 무엇보다 DJ가 되기 위해 혼자서 싸울 수밖에 없었던 외로움의 시간을 보냈다. 지금은 길었던 외로움의 시간 끝에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다들) 외로움에 사무쳤다가 만나면 좋아하기도 하고, 그렇게 동료, 선배, 후배와 함께 있다.

"DJ는 무대 밖의 감독"

그가 DJ에 반한 이유 중 하나는, 겉으로 많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뒤에서 조곤조곤,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것 같아서라고. 화려함이나 돈, 명성을 바란다면 이 길을 택하지 않았을 거라고. 지금 2FAITH는 하자센터에서 청소년들을 가르친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너무 열정적이어서 놀라고 있다.

수업에 오는 10대들은 퍼포먼스나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면에 끌려서 오지 않을까 싶었는데(그런 친구들도 물론 있지만) 배우면서 점점 관심이 깊어지고 실력이 느는 10대들을 보며 놀라기도 한다고. 그는 '요즘은 이렇게 DJ관련 수업이 있고, 인터넷 동영상이든 자료가 많고, 기회가 많으니 덜 외로와도 된다'며 웃었다.

다른 많은 것들처럼 힙합 DJ도 하나의 문화다. 떠오르는 때가 있는가 하면 가라앉는 때도 온다. 게다가 '음악'이라는 것이 점점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는 만큼, 노력은 배가 되어야 한다. 변화와 유행, 문화의 흐름이 빠른 한국에서는 DJ라는 단어가 주는 화려함을 볼 것이 아니라, 수많은 뮤지션들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돌아보며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음악과 돈, 피할 수 없는 관계

인터뷰 중인 2Faith
 인터뷰 중인 2Faith
ⓒ 하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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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많다. 그 중 마니아적인 턴테이블리스트의 경우 먹고 사는 문제와는 거리가 조금 있다. 장비나 레코드판을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던 건 그만이 아닐 것이다. 음악이라는 것이 부유한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것인가, 하는 회의에 빠진 경우도 그만 느낀 것은 아닐 것이다. 그의 말대로 '배고프기에 더 좋은 음악이 나오는' 경우도 물론 가능하다. 그래도 그는 이렇게 털어놓는다.

"물론 배고프기에 더 절실해지고, 그래서 더 좋은 음악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실제 그런 케이스도 있고. 그래도 배고픈 게 절대 즐거운 건 아니죠."

2FAITH는 하자센터 같은 청소년 센터에서 강의를 하고, 학원 강습이나 개인 레슨도 한다. 세션을 맡거나 공연을 해서 수익을 얻고 가끔은 음악과 관련이 없는 일을 한다. 이 길을 택한 후 가끔 굶주릴 때면 힘들다며 한숨을 쉬지만, 후회는 없다고 말한다. 아쉬운 점이라면, 좀 더 음악을 하기에 쉬운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더 했어야 했을까, 하는 점들.

"이제는 좀 비딱하거나 공부를 못해서 혹은 겉멋에 음악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봐요. 물론 다른 일도 그렇겠지만, 자기 분야에 대해 늘 연구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며 말 그대로 마니아가 되어야만 지금 여러분들이 상상하는 멋진 뮤지션이 되는 것이겠죠."

쉽게 시작했다가 쉽게 그만두는 사람들을 많이 봤기 때문인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거기에 대한 책임감을 꼭 가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여러 번 강조한다. 외롭도록 길고 치열했던 시간을 거쳐, 하나에 미쳐버린 듯한 열정으로 뮤지션의 삶을 사는 사람.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어가기 위한 오늘을 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커리어하자 (http://career.haja.net)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는 7월 말에 이뤄졌습니다.



태그:#힙합DJ, #턴테이블리스트, #직업인 인터뷰, #가리온, #2FA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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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겠다. 보잘 것 없는 목소리도 계속 내다 보면 세상을 조금은 바꿀 수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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