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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석기인들과 함께 한뎃잠!! 전곡리선사유적지에서~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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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산도서관에서 자전거로 36Km를 내달려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에 있는 연천중앙도서관에 밤늦게 도착해서는, 저녁을 간단히 해결했습니다. 그리고 도서관 디지털자료실에서 이것저것 하다 잠자리를 찾기 위해 밤 10시께 나왔습니다.

 

여행 셋째 날(9월 1일 월요일) 새벽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온종일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어 도서관 근처 공원에서 잠을 자다 그냥 도서관에서 하루를 보내고 비가 그친 뒤 길을 나설까 말까 고민도 해봤습니다. 그런데 도서관 근처에서는 쉽게 비를 피할 수 없을 것 같아 우선 한탄강관광지 쪽으로 향했습니다. 사랑교를 건너올 때 강변에서 비를 피할 수 있는 괜찮은 잠자리를 봐두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날이 어두워 한탄강변으로는 찾아가지 못하고, 강을 건너올 때 잠시 들렀던 전곡리선사유적지에서 잠자리를 찾았습니다. 다행히 비를 피할 만한 곳을 찾아 무작정 자리를 폈습니다. 자전거 페달을 밟느라 지친 다리와 무거운 배낭 때문에 뻐근한 어깨를 물파스를 발라주고 다음날 여행을 위해 편히 쉬게 했습니다.

 

그렇게 구석기인들의 모습을 흉내 낸 동상들과 그들의 처소가 늘어선 유적지 한편에서 밤을 보내고 있을 때, 일기예보 말대로 새벽부터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비바람이 세차게 불지 않아 잠을 좀 더 잘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톡톡톡' 떨어지는 빗소리와 풀벌레 노랫소리에 귀가 예민해져 오래 누워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어느새 잠도 다 날아가 버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비 오는 전곡리선사유적지를 휙 둘러봤습니다.

 

가로등 불빛마저 삼켜버린 컴컴한 어둠에 뒤덮인 전곡리선사유적지를 둘러싼 숲과 산에는 안개가 둘러앉아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동쪽 하늘부터 날이 밝아오려는지 파란 기운이 차츰 일렁거렸습니다. 손전등 불빛에 의지해 배낭을 정리하고 나니, 금세 날은 밝아 구석기인들의 유적지다운 모습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짐을 다 챙기고 비 내리는 선사유적지를 바라보며 자전거 여행 셋째 날의 여정을 고민해 봤습니다. 비가 와서 하루를 이곳 전곡(연천중앙도서관)에서 머물지? 아니면 비를 뚫고 동송 아니면 신철원까지 갈 것인지 말입니다.

 

고민 끝에 하루를 도서관에서 보낸다 하더라도 <오마이뉴스> 블로그가 정상화되지 않는 이상(우선 오블에서 포스팅을 해서 다른 블로그로 퍼 나르는 불편한 불질을 하는 터라 오블이 말을 듣지 않으면 불질도 제대로 할 수가 없다는…) 남아있는 것 자체가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결국 이날 저녁 7시 30분에는 교통방송과의 라디오 인터뷰도 있어 거리상으로 그리 멀지 않은 신철원으로 가기로 맘을 먹었습니다. 신철원에 도착해서는 갈말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다 비도 오니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보낼 생각으로 말입니다.

 

그렇게 비 오는 여행 셋째 날의 계획을 마음속으로 다잡고는 전곡리선사유적지를 빠져나왔습니다. 선사유적지 입구에 자리한 공중화장실에서 간단히 씻고, 다시 판초를 뒤집어쓰고 나와 길을 나서려는데 땅을 울리는 굉음이 바깥에서 화장실로 밀려 들어왔습니다.

 

대체 무슨 일인가 뛰쳐나가 보니, 탁탁한 엔진과 거슬리는 기계음을 요란하게 토해내는 전차와 장갑차들이 줄지어 행진하는 게 눈에 들어오더군요. 밤새 어디선가 훈련을 하고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 행렬 때문에 한참 동안 길을 나서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어야 했는데, 그 육중한 전차의 모습과 임진각에서 마주한 철조망과 분단의 현실이 겹쳐지더군요.

 

 

▲ 전차와 장갑차 행렬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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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전곡리선사유적지, #구석기, #자전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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