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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촛불집회 참가자 93만명"

"촛불시위로 인한 경제사회적 손실 5000억원 이상"

 

새로운 해석이 아니다. 그러나 단순히 수치에 무게를 두고 해석하게 되면 경제적 파탄과 사회적 무질서 원인이 '촛불'과 등치된다. 경제와 사회질서의 책임을 맡고 있는 고위 관료들의 말이다. 그들의 발언은 즉각 언론의 주요 의제로 반영돼 수용자들에게 전달됐다. 언론과의 빠른 공조체제가 주범이다. 원인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되돌아보는 피드백의 과정을 생략하게 한 것이다.

 

제어하는 경우도 있지만 수용자들의 머릿속에는 '촛불'의 긍정적 이미지보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더욱 전제됐을 법하다. 1970년을 전후하여 활발하게 연구됐던 매스미디어의 의제설정(agenda-setting)효과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의제설정 개념은 미국의 언론학자 리프만(Walter Lippman)이 "사람들은 매스미디어의 보도활동에 의존하여 현실세계를 인식한다"는 뜻에서 "매스미디어가 우리들 머리 속의 상(像)을 구축한다"는 견해에 바탕을 두고 있다.

 

미디어와 관료 그리고 수용자 '머리 속의 촛불 상(像)'  

 

촛불집회의 주요 목적이 무엇이었던가. 소통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촛불집회 참가자와 경제적 손실규모를 보도하는 언론은 이를 생각할 겨를조차 없다는 듯 매우 빠른 속도로 전달하기에 급급했다.

 

소통의 창구가 아닌 정부 관료의 대변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이 때 수용자들은 미디어의 상이 곧 현실이라는 점으로 인식하기 십상이다.

 

경찰청이 지난 9일 한나라당 이범래 의원에게 제출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자료'가 <연합뉴스>에 의해 보도되면서 각 매체들이 앞 다퉈 이 기사를 다뤘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2일부터 대규모 집회가 사실상 종료된 8월 15일까지 106일간 전국에서 2398차례 촛불시위가 진행돼 연인원 93만2680명이 참가했다.

 

"23일간, 하루 평균 8799명이 촛불집회에 모였고 지난 6월10일 15만7785명이 촛불시위에 나서 하루 최다 참가인원을 기록했다"는 이 자료는 또 "이 기간에 촛불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동원된 경찰병력은 7606개 중대, 연인원 68만4540명이나 됐다"고 공개했다.

 

더불어 "촛불시위로 인한 경찰 부상자는 경찰관 59명, 전·의경 442명 등 모두 501명이었고 이 가운데 중상자는 95명으로 집계됐다"며 "이밖에 촛불시위 도중 파손된 경찰 장비는 차량 177대와 무전기 112대 등 모두 2275점으로 파악됐다"고 공개했다.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불법 난동꾼'으로 묘사하지 않을 뿐, 경찰이 애써 진압한 공로로 읽혀지기에 충분했다. 더 이상 촛불은 없을 것이라는 의미도 함축됐다.

 

이보다 두 달 앞선 지난 7월 7일 기획재정부 김동수 신임 제1차관은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두 달 넘은 촛불시위로 인한 경제사회적 손실이 5000억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차관이 근거로 제시한 논문은 2006년 12월 국무조정실이 KDI에 의뢰한 '불법폭력시위로 인한 사회 경제적 비용에 관한 연구' 보고서다. 보고서는 "종로에서 2차선을 점거한 불법 시위는 80억원 이상의 사회적 비용이 들고 불법 시위는 10억원 정도가 더 드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불법 시위의 경우 인근 영업점 손실 비용 55억 2800만원을 비롯해 ▲일반 국민의 심리적 부담 22억 9300만원 ▲교통지체 비용 1억 3600만원 ▲투입 경찰 비용 1억 2200만원 ▲시위 참가자들의 생산 손실 8800만원 등으로 계산했다.

 

내재된 갈등 분화구, 아직 식지 않았다

 

그러나 언론에 전달된 내용은 "두 달 동안 먹을거리 불안 때문에 경제활동에 피해를 입은 국민들의 기회비용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는 따가운 비판을 받게 됐다. 경실련은 즉각 "자신들의 경제정책 실정으로 생긴 성장둔화를 오히려 국민에게 뒤집어씌우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고물가 폭탄'에 대해서도 정부는 국제 유가와 과도하게 상승한 원·달러 환율 등 외부 요인에만 원인을 돌렸으니 비난 받아 싸다.

 

더욱이 아직 내재된 갈등의 분화구가 식지 않고 상존해 있다. 그런데 그 촛불을 이제 다 타버린 과거형으로 묻어 두려는 의도가 짙게 묻어나고 있음을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미리 명토 박아둔다. 촛불은 분명 올 한해 우리사회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대입에서 출제될 확률이 높은 시사이슈로 촛불집회를 논술 전문가들은 꼽고 있을 정도다. 언론에 보도된 촛불집회 관련기사의 수만 봐도 촛불이 얼마나 큰 이슈거리였는지를 알 수 있다.

 

지난 5월 1일부터 9월 17일까지 한국언론재단이 운영하는 기사검색 시스템인 카인즈(KINDS)를 통해 '촛불' 관련 뉴스를 검색한 결과 모두 2만6358건이 검색됐다.

 

전체 기사 중 서울의 종합일간지들이 다룬 촛불관련 뉴스는 가장 많은 1만10건, 서울 외 지역의 종합일간지 6016건, 인터넷신문 5651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촛불관련 사설도 이 기간동안 모두 869건이 검색됐는데, 서울지역 종합일간지가 807건으로 가장 많았다.

 

촛불과 관련된 일반 기사와 더불어 상관조정 기능을 수행하는 사설 역시 서울언론에 의해 중점적으로 생산됐다. 그래서 일까. 짧은 추석연휴가 끝난 뒤 각 신문들이 16일 쏟아낸 추석민심의 최대 화두는 '경제'로 초점이 모아졌다. 서울과 지역 모두 한 목소리를 냈지만 이는 공통분모에 불과하다.

 

경제 살린다고 뽑아 줬더니, 촛불집회만 늘렸다?

 

분자는 제각각 올려졌다. 자사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제각각 다르게 읽혀진다. 그 원인을 촛불에 두는 과점 보수신문들의 보도가 가장 눈에 띈다. <조선일보>는 이날 '경제 살린다더니 죽을 지경, 야당은 뭐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추석민심을 여야 의원들의 입을 빌어 전달했다.

 

이 기사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역 다니기가 창피할 지경이라고 말했다"며 "초선인 한나라당 구상찬(서울 강서갑) 의원은 '경제 살린다고 대통령 뽑아 줬더니, 촛불집회만 늘렸다는 비판이 많았다. 경기가 다 죽었으니 책임지라는 채소가게 할머니 말에 말문이 막혔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야당도 잘한 게 없다"고 싸잡아 질타했다.

 

<조선>의 이날 '류근일 칼럼' '대통령 노릇 제대로 하게 하기'에서도 촛불은 빠지지 않았다. "지난 7개월 동안 이명박 정부는 기(氣)싸움에서 계속 밀려 왔다"고 전제한 이 칼럼은 한 여당의원의 지적을 장황하게 인용했다. "한나라당 친(親)이명박 의원들이 '그동안 촛불의 위력에 위축됐던 게 사실…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한 약속을 실행에 옮기는 동력이 떨어졌던 것도 사실…그 동력을 살려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도 뒷받침되고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수세에서 벗어나 대통령 노릇, 정부 노릇, 여당 노릇을 해야 하겠다는 말처럼 들리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이어 "대통령 노릇 제대로 하게 해보자"는 의중을 드러냈다.

 

이날 <동아일보>의 시론 '노조가 살아남으려면'에서도 노동계와 촛불의 상관관계를 짚어 내려고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최근 동아일보가 대기업 노조위원장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절반에 가까운 45.6%의 위원장이 노동운동이 사회적 지지를 얻지 못한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이 칼럼은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로는 현재의 노동운동 방식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촛불과 결부시켰다. "노동운동을 바라보는 사회의 눈은 싸늘하다"는 이 글은 "7월 민주노총 깃발부대가 촛불시위를 주도하면서 촛불은 오히려 사그라진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고 했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대학원장이 쓴 외부 칼럼이지만 그동안 <동아>가 사설과 칼럼에서 바라본 촛불의 부정적 시각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들 보수신문은 그동안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전문 시위꾼', '불법·폭력 시위꾼', 또는 '난동꾼' 등으로 묘사해 왔다. 비근한 예로 지난 8월 15일 경찰은 촛불집회가 열릴 예정이었던 서울시청 광장을 일찌감치 경찰버스로 봉쇄해 버렸다. 집회장소가 원천 봉쇄되자 시민들은 을지로 부근에 모였고, 집회가 시작되자마자 경찰은 푸른색 물포를 쏘며 집회 참가자들을 연행했다. 민언련은 당시 상황을 "경찰의 촛불집회 진압 행태는 독재정권 시절을 무색케 했다"고 비판했다.

 

"촛불 기조는 언제나 평화...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조선><중앙><동아>는 그 다음날인 8월16일 보도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지적이 없었다. <조선일보>는 '건국 60주년 도심 점거한 100번째 촛불'의 기사에서 "촛불시위대가 서울 도심을 점거하고 불법시위를 벌였고, 이를 진압하는 경찰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등 폭력 양상을 보였다"는 요지로 보도했다. 경찰의 색소 물포 난사와 '사복체포조'를 동원한 무차별 연행 등에 대해서도 "색소가 묻은 시위자의 경우 인도까지 쫓아가 현행범으로 연행했다"고만 전해 정당한 법집행인 양 표현했다.

 

<동아일보>도 '야간시위 경찰차 4대 파손…140여명 연행' 기사에서 경찰이 '폭력시위'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도했다. 이 기사는 "(경찰은) 초반부터 적극적인 검거 작전을 펼치며 강경하게 대응했다", "이 같은 적극적인 진압에 시위대는 … 수 백명씩 흩어져 게릴라성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가 이런 모습을 보일 때마다 경찰은 전·의경들을 대거 투입해 시위대를 인도로 몰아냈고 저항하는 시위대는 연행했다"는 등으로 전하며 경찰의 과잉진압을 효과적인 시위 해산 작전인 양 다뤘다.

 

<중앙일보> 역시 '100번째도 불법 얼룩…사복 체포반 첫 투입'의 기사를 싣고 경찰이 '불법시위'에 엄정대응한 것으로 보도했다. 시위대에 대해서는 "밤늦게까지 도심을 휘젓고 다니며 시위를 했다", "도심 곳곳에서 감자기 도로를 점거하는 바람에 극심한 교통 체증이 빚어졌다. 일부 시위대가 경찰관이 타고 있는 경찰 발전차령의 헤드라이트와 문을 부수고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는 등 폭력 행위와 시민불편을 부각한 반면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없이 '해산 작전'으로만 다뤘다.

 

10대 여학생들로부터 시작된 촛불집회가 이명박 정부의 회유와 폭력에도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으로 생명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추가 협상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듯이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촛불집회의 방식에 대해 일부 시민들이 이견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촛불집회의 기조는 언제나 '평화집회'였다. 대다수 시민들이 평화집회를 지지해 왔고, 광우병대책회의도 시민들에게 끊임없이 평화집회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경찰은 시민들의 평화적인 집회를 폭력·과잉진압 해왔고, 일부 단체가 폭력시위의 배후인 양 몰았다. 보수신문들 역시 극소수의 참가자들의 폭력적인 경향을 촛불집회의 '변질'로 부각해 시민들의 참여를 차단하려 했다.

 

그렇다고 쉽게 꺼질 촛불 같아 보이지 않는다. 같은 서울지역에서 발행되는 신문이지만 그동안 보수신문들과 궤를 달리해 온 <한겨레>의 추석 다음날(16일) 칼럼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는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비정규직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과 금속노조, 사회단체와 촛불시민들이 오는 23일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만인 선언, 만인 행동'을 제안하고 나섰다"는 이 글은 "우리 시대 차별과 고통의 원인, 냉혈·야만 사회의 상징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말하며, 현행 법제도 속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완전한 무권리 상태, 실질적인 노예 상태에 놓여 있다고 그들은 진단한다"고 무거운 암시를 던졌다.

 

"꺼지지 않은 촛불, 이제는 지역이다"

 

이보다 앞서 박승옥 시민발전 대표가 지난 12일 <프레시안>에 기고한 '촛불, 이제는 지역이다'는 더욱 선명한 암시를 던져 주었다. "촛불은 꺼졌다. 잔치는 끝난 것처럼 보이고 고지서는 화살처럼 수없이 날라와 박힌다.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는 버젓이 푸줏간 진열대로 밀고 들어왔다"고 이 글은 운을 뗐다. 그러더니 반문하기 시작한다. "정말로 이제 촛불은 끝난 것일까. 촛불 시민들은 결국 무엇에 참여했던 것일까. 그렇게 치열했던 봄과 여름의 밤은 그야말로 한 여름 밤의 꿈으로 끝나고 말았단 말인가"라며 반문한 이 글은 강단을 드러내 보였다.

 

박 대표는 또 "사람과 사회의 인식과 실천은 어느날 한 순간 확 깨달음에 도달하는 혁명과 돈오(頓悟)의 패러다임뿐만 아니라 동심원처럼 점점 더 멀리 퍼져나가면서 깨달음에 도달하는 점수(漸修)의 길도 동전의 양면처럼 늘 함께 나타난다"며 "이런 역사의 변화무쌍한 시간차 때문에 우리는 늘 새로운 선택을 하고 새롭게 다시 실천하면서 희망을 잃지 않게 된다"고 글에서 강조했다.

 

그러더니 결국, "촛불은 꺼진 게 아니다"라며 "드러나지 않은 거대한 풀뿌리 속에서 이제 새로운 변모를 모색하고 있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해법도 제시한다. "단언컨대 촛불은 이제 지역으로 가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왜 하필 지역일까.

 

이유가 궁금하다. "촛불이 추구하고자 했던 한국사회의 변화는 지역이 바뀌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하다"는 게 골자다. "사실 정치는 결국 지역이다"는 이 글은 "서울도 한 지역이다. 민주주의는 지역의 자치를 전제로 하지 않으면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시민들이 만들어 낸 온라인상의 그 수많은 커뮤니티는 이제 실제 시민들이 삶을 살고 있는 지역공동체에서 생생한 살과 피를 얻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뜬금없는 소리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중심은 다름 아닌 지역에 있다"는 이 글은 "지역은 바로 생태이자 공동체이자 소농이다. 진보정당운동도 거품 빼고, 어깨 힘 빼고 다시 지역에서부터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라고 재 반문하면서 기륭전자, KTX, 코스콤, 이랜드, GM대우 등 이들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가 곧 지역이 겪는 현실과 같다는 점을 암묵적으로 적시했다.

 

다소 시각차가 있지만 촛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는 주장들이 잇따라 전북지역에서 제기됐다. 지역이 그 중심이 돼야 한다는 점도 맥락을 함께 한다. 강기갑 민노당 대표는 지난 2일 전북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마친 후 <선샤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촛불을 폭력집회로 과장해 탄압을 해왔다"며 "그래서 촛불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가능하면 비폭력으로 1주일에 한 번 씩만 하자고 이야기했지만 촛불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다"고 했다.

 

강기갑·고대녀 "촛불은 쉽게 꺼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열정에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는 그는 "촛불에 대해 전방위적 탄압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향후 촛불은 양극화나 민영화 등의 문제로 의제를 확대해서 비폭력·평화적으로 치러 가능한 한 국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비정규직 문제에 앞서 지역문제가 심각하다"며 "여기 앉아있는 학생들조차 졸업후 갈 곳은 서울이나 경기도 아닌가"라고 말했다. 양극화와 민영화 외에도 지역문제가 주된 촛불의 의제가 될 수 있음을 그는 암시했다.

 

이어 10일 '고대녀'로 잘 알려진 김지윤씨도 전북대 특별강연에서 "제2의 촛불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학생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지금 우리사회는 '고대녀', '서강대녀'가 아닌 '전대남’, '원대녀' 등 지방대의 역할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2의 촛불을 앞두고도 비폭력, 폭력을 논의하기도 하는데, 그것보다는 어떤 주제를 가지고 어떻게 이슈화 시킬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그는 "대중운동의 방향은 그런 쪽에서 생각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갑제씨나 이문열씨가 강의와 인터뷰를 했더라면 아마 다른 내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촛불을 이미 꺼진 과거형으로 묻어두기엔 너무 섣부른 진단이라는 얘기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공권력의 과잉대응, 인권침해 등 논란 조사를 마무리하고 오는 22일 열리는 전원위원회 논의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인권침해 여부 등에 대한 인권위 결과 발표는 '인권침해'나 '과잉대응'이라는 결론이 나올 경우 불법집회로 간주해 왔던 정부와 여당에 큰 부담을 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인권위는 촛불집회 과정에서 경찰의 과잉·폭력 진압으로 시민의 집회자유 및 인권이 침해됐다는 진정이 잇따라 접수됨에 따라 지난 7월 11일 직권조사에 착수, 시위 참가자들과 진압 경찰관 등을 상대로 광범위한 조사를 벌여 왔다. 촛불의 여진은 얼마든지 상존해 있는 상태다.

 

게다가 추석 연휴가 끝나면서 이른바 '이명박표(MB표) 정책'을 무기삼아 취임 후 수세적 국면을 벗지 못한 국정 주도력 회복에 나설 태세라는 점 또한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이미 8·15 경축사에 이어 지난 9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새 출발을 다짐하면서 추석 연휴가 끝나면 이를 담보할 구체적 정책과 실천 방안을 내놓을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한결같이 친기업, 친시장을 기조로 한 성장과 경쟁의 'MB표 정책' 중에는 오는 25일 발표 예정인 수도권 규제 합리화 등 규제개혁 방안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소지가 크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대부분 지역이 민감하게 받아 들이는 뇌관과도 같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첨예하게 맞붙는 것인 만큼 추진과정에서 적잖은 사회적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밀어붙이기 식 'MB표 정책'이 '제2 촛불정국'의 주된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짙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이래도 촛불을 과거형으로 둘둘 말아 덮으려만 할 셈인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촛불과의 먹통이 아닌 소통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선샤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촛불, #이명박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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