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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맞아 온산읍 강양리에서는 청년회 주관으로 체육대회가 마을 솔밭에서 열렸다.
 추석을 맞아 온산읍 강양리에서는 청년회 주관으로 체육대회가 마을 솔밭에서 열렸다.
ⓒ 김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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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사는 매년 추석일마다 동네사람들의 찬조금으로 치뤄지며 행사를 위한 기부금 명단은 빨래줄에 매 달아 놓는 풍습이 있다.
 이 행사는 매년 추석일마다 동네사람들의 찬조금으로 치뤄지며 행사를 위한 기부금 명단은 빨래줄에 매 달아 놓는 풍습이 있다.
ⓒ 김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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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기수(또래)별로 편을 갈라 족구시합이 진행되고 있어 매년 추억을 다시 만들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기수(또래)별로 편을 갈라 족구시합이 진행되고 있어 매년 추억을 다시 만들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 김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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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맞은 14일, 오후 1시경 방문한 처가 마을에서는 '마을체육회' 주최로 '강양동체육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장인어른의 인도로 아이들과 축구장 반만한 크기의 솔밭에 다다르니 시끌벅적 요란했다. 어제 추석대목장이 열렸던 남창장터의 한산함과는 사뭇 다른 축제 분위기였다.

'강양리(江陽里)'는 울산광역시 울주군 온산읍의 동남쪽에 위치해 있으며 강양이란 이름은 '회야강 어귀에 있는 햇볕이 잘 들어오는 마을'이라 해서 붙여진 것이다. 행정구역으로는 강회, 하회가 있고 자연마을로는 강회, 강구, 하회가 있다.

이날 체육대회를 주관한 '강양청년회'는 강회와 강구의 자연부락을 중심으로 결성된 자생단체로 회원만 48명에 달한다.

강회(江回)는 강양리의 중심이 되는 마을로 세 마을 가운데 중간에 위치하고 있으며 고종 31년(1894)의 기록에는 강구(江口)로 되어 있었으나, 1911년에 지금의 지명으로 표기되었다. 회야강의 어귀에 있는 마을이란 뜻을 담고 있다. 특히 밀양 박씨(密陽朴氏), 김해 김씨(金海金氏), 경주 이씨(慶州李氏), 평해 황씨(平海黃氏) 등이 일가를 이루며 살고 있는 곳으로 오랫동안 서생치소 관할지역으로 있었기 때문에 지금도 유대가 돈독하며 서생지역 처녀들이 이곳으로 시집을 온 경우가 많다.

강구(江口)는 흔히 '강구나룻가'라고 부른다. 강회의 동남쪽 바다에 접한 마을로 나루터 마을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고, 사실상 이곳에는 오랫동안 나룻배가 있기도 하였다. 지금은 양질의 자연산 생선으로 미각을 돋우는 많은 횟집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은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사로 잡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마을이 형성된 것은 약 450년 전으로 추월명이란 사람이 정착하고 그 자손들이 마을을 이루면서 부터라고.

박종균(56) 이장은 "현재 180여 가구에 450여명이 살고 있다"며 "강회를 윗강양, 강구를 아래강양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추석상을 물리고 이곳에 모인 마을사람들은 전통에 따라 기수별로 팀을 이뤄 족구시합을 하고 있었다. 우승과는 별개로 즉석에서 만원씩을 거둬 승리팀에게 주는 일명 '만원빼이'다 보니 승부욕이 발동하여 경기는 치열해 지고 보는 재미는 배가 된다.

마을청년회에서는 참여한 선·후배들을 반갑게 맞으며 전반적인 행사를 진행했고 부녀회에서는 오신 손님들께 따뜻한 추어탕에 아나고 양념구이, 음료 및 주류를 대접하고 있었다.

동네사람들이 친지들과 삼삼오오 모여 부녀회에서 준비한 아나고양념구이를 구워 먹고 있다.
 동네사람들이 친지들과 삼삼오오 모여 부녀회에서 준비한 아나고양념구이를 구워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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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42) 부녀회장과 회원들이 추어탕을 끓여 동네분들께 대접하고 있다.
 오현주(42) 부녀회장과 회원들이 추어탕을 끓여 동네분들께 대접하고 있다.
ⓒ 김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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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서는 마을어르신들이 흥에겨워 덩실 덩실 춤을 추고 있다.
 한쪽에서는 마을어르신들이 흥에겨워 덩실 덩실 춤을 추고 있다.
ⓒ 김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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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은 여기 저기 삼삼오오 모여 서로의 안부와 추억을 안주 삼아 이야기 꽃을 피웠고, 자식들과 함꼐 참여한 어르신들은 흥에 겨워 덩실 덩실 춤을 추기도 했다.

강양체육회 황윤환(48) 총무는 "매년 추석 마다 마을체육대회를 개최한 지도 벌써 17년째"라며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위한 화합의 자리"라고 소개했다.

그러고 보니 옛 강양에서 만선의 기쁨을 이웃들과 나누기 위해 벌였던 '풍어제'와 닮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어민들의 안녕과 풍요를 노래했던 '풍어소리'는 저녁 무렵 주민 노래자랑에서 재현되고 용왕님을 알현한 무녀의 춤사위는 현란한 댄스 실력으로 심사위원과 이웃들의 마음을 사로 잡으며 환생한다.

"고향 잔치에 작은 정성이라도 보태야죠." 서울에서 8시간 만에 고향을 찾았다는 김아무개(32)씨는 5만원을 고향 발전을 위해 기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황윤주(37) 청년회원이 빨래 줄에 기부자 명단을 내어 건다. 가을 하늘에 걸린 기부금 명단을 쳐다 보자니 참 이채로웠다. 문서화해 프린트물로 훑어보던 내역과는 차원이 다른 신성한 의식을 치르는 제단에 봄 여름 동안 땀 흘려 기른 여문 농작물의 첫 수확을 매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추어탕 한 그릇 자시라."

강양리 부녀회원은 56명. 오늘 행사의 먹거리를 책임진 오현주(42) 부녀회장이 손을 잡아 이끌었다. 이들은 500여명이 넘는 마을사람들에게 정성껏 음식을 대접 했다.

마을체육대회 진행을 총괄하는 황윤진(44) 강양리 청년회장은 "기수별 족구대회와 부부동반 달리기 그리고 배구와 제기차기 및 훌라후프 오래 돌리기 등의 체육행사를 준비했다"
며 "노래자랑과 경품추첨이 이어진다, 많은 주민들과 작은 기쁨이라도 함께 나누고자 경품은 많이 준비 했다"고 말했다.

한편, 고향을 찾은 젊은 사람들은 사업계획이 확정된 '명선교'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명선교는 서생면 회야강 하구인 진하해수역장과 온산읍 강양리를 잇는 길이 145m(하청폭 132m), 너비 4.5m, 높이 11.5m 규모의 인도교이며 총 사업비 85억원을 투입해 8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내년 5월께 완공할 예정이라고 울주군이 밝힌 바 있다. 강구나룻터에서 배로 교류를 해 왔던 서생과의 뱃길이, 이제 발길로 이어질 거라며 모두들 환영하는 분이기였다.

고향을 지키는 사람들과 이제 떠날 사람들. 그 이유는 생업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또 찾게 될 내년 추석, 반갑게 맞아줄 후덕한 이들이 다시 펼 강양리 솔밭 마을체육대회엔 위 아래 강양 사람들 다 모여 조상들의 풍어제처럼 한바탕 공동체의식을 치를 것이다. 덤으로 옛 뱃길 따라 '명선교'를 거닐어 서생땅을 밟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날 체육대회에 참가한 최연소자... 엄마품에 안겨 평안히 잠 든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날 체육대회에 참가한 최연소자... 엄마품에 안겨 평안히 잠 든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김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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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강양리, #체육대회, #온산읍, #강회, #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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