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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9.9절이다. 한반도 남쪽에는 생소하지만 북쪽에서는 국가 명절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수립 60주년 기념일이다.

게다가 올해는 이른바 '꺾어진 해'이다. 북한은 5년 혹은 10년 단위로 '꺾어진 해'의 기념일은 다른 해보다 더 크게 기린다.

그래서 평양은 지금, 열기로 충만하다. 낮에는 병력과 군사장비를 동원해 군사 퍼레이드를 벌이고, 밤에는 학생과 노동자 등 평양 시민 100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군중집회가 예정돼 있다.

김정일 정권은 2003년 정권 수립 55주년 때도 2만여 명이 참가한 열병식과 이동식 미사일을 동원한 군사 퍼레이드를 펼쳤다. 그러나 이번 군사 퍼레이드와 군중집회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한반도의 위기 지수는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9.9절과 남한의 9일 '대통령과의 대화'

 '2007 남북정상회담'이 2일부터 4일까지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에서 열린다. 사진은 4일 오후 노무현 대통령 일행이 시찰할 개성공단의 한 공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남성 속옷을 포장하고 있다.
 개성공단의 한 공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남성 속옷을 포장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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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지수를 높여가는 북쪽과 등을 돌린 채,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 '국민과의 대화'를 갖는다. 아니 국민이 주체가 된 '대통령과의 대화'란다. 대통령은 불심을 다독거리느라 '종교차별 금지'도 약속하고, 여름내 촛불로 달궈진 추석민심을 겨냥해 '국민 통합'을 강조할 것이다. 그러나 미덥지 않다. 언행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북한 간에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위기를 해소할 만한 '핫라인'이 없다. 핫라인 없는 대화 제안은 상대에게 믿음을 줄 수 없다. 북측은 이명박 정부 수립 이후 남측과의 대화를 단절한 상태다. 이명박 정부가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수표(서명)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무시한 것이 빌미를 제공했다.

이 정권은 무시가 아니라고 해명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두 선언을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인사가 계속된다. 이 정부는 지난 6월 이봉조 통일연구원장을 교체하더니, 이번에는 개성공단의 운영·감독을 총괄해온 신언상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장을 교체하기로 했단다.

이봉조 전 통일부차관은 역사적인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지낸 6․15공동선언 실무주역 중의 한 사람이다. 그 공로로 훈장도 받았다. 자타가 공인하는 이론과 실무능력을 겸비한 통일정책 전문가이지만 임기를 절반 이상 남기고 중도하차했다.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차관을 지낸 신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취임해 임기를 2년 3개월이나 남겨둔 상황이다. 법적으로 북한 법인인 개성공단관리위원회는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과 협력해 개성공업지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기관이다.

신 위원장은 차관 시절에 "참여정부가 1년 남았는데 이 기간에 남북관계를 불가역적 수준까지 올려놓아야 한다…이 동력이 다음 정부, 그 다음 정부까지 유지되려면 많은 것을 합의하고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가 <조선일보>로부터 "지금의 이 남북관계를 되돌릴 수 없도록 만들겠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는 비난을 받은 '전력'이 있다.

'진보 실업자' 양산하는 이명박 정부의 승자독식

그후 참여정부는 장관급회담에서 10.4선언까지 뒤늦게 많은 것을 합의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남북한 정부간의 합의를 원점으로 되돌려 놓았고 이제 그 합의를 이끌었던 사람들까지 쫓아내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대선이 '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이라는 승자독식 게임이지만 이것은 아니다. '새는 좌우 양날개로 난다'는 고전적인 균형이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진보와 보수가 서로 견제하며 균형을 이룰 때 사회가 건강해지는 법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진보와 보수의 공존이 아니라 진보의 '절멸'(絶滅) 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 결과 한국 사회는 이른바 '진보 실업자'들이 양산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종료 이후 우리나라 인력시장에는 '진보 백수'들이 넘쳐난다. 얼추 잡아도 1천 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지난 '대선시장'에 참여했다가 '쪽박'을 차고 출판사를 차린 한 지인의 셈법에 따르면, 청와대 출신 300명, 국회의원 출신 80여명과 그들의 4, 5급 보좌관 250여명, 공기업 임원급 100여명, 정당 출신 수십 명 등이다.

물론 이들 가운데 일부 '낙하산' 또는 '코드'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능력이 검증된 사람들이고, 지난 10년 동안 국정운영 경험을 가진 소중한 자산이다. 이들의 경험과 능력이 모두 사장되는 것은 나라와 사회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데도 검찰의 칼끝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에서부터 참여연대와 환경운동연합 같은 사회단체까지 무차별적으로 향하고 있다. 정권에 가담했던 사람들이 겪는 고초야 국정운영의 무한책임에 따른 '업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최저생계비를 약간 웃도는 임금으로 생활하는 진보적 사회단체 일꾼들까지 닦달하는 것은 칼을 쓰는 전문가답지 않은 '견문발검'이다.

 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김광준 부장검사) 검사와 수사관들이 서울 종로구 누하동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가운데 경찰들이 건물 입구에 배치되어 있다.
 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김광준 부장검사) 검사와 수사관들이 서울 종로구 누하동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가운데 경찰들이 건물 입구에 배치되어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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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백수' 양산하는 정치적 실업은 정치 불안 강화할 뿐

김대중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첫 수평적 정권교체로 민주화를 공고히 하고 평생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헌신한 점을 국민으로부터 인정받아 대통령이 되고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다. 그러나 필자는 김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는 불운한 대통령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IMF(국제통화기금) 긴급구제금융 사태를 극복하는 데 필연적인 공기업 및 금융기관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수많은 '증오'의 업보를 쌓아야 했다. 그것은 전체(80%)를 살리기 위한 부분(20%) 감축이었고, 이행하지 않으면 안되는 IMF에 약속한 긴급구제 조건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구조조정과 명예퇴직의 명분이 있어도 멀쩡한 일자리를 빼앗긴 당사자들에게는 그가 '평생 원수'였다. 김 전 대통령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안전망 확보에 많은 힘을 기울였지만 퇴임후에는 신자유주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점을 반성했다.

경제난과 실업은 국가의 고전적인 사회 불안요인이다. 그래도 경제적 실업은 경제가 좋아지면 개선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진보 백수'를 양산하는 정치적 실업은 정치 불안을 강화할 뿐이다. '진보 백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반이명박 정치활동'의 공간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 '경제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의 '과오'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이 땅에 더는 '진보 실업자'를 양산하지 말고, 오히려 수많은 '진보 백수'들에게도 능력에 따라 일자리를 줘야 한다. 그 이상의 국민통합은 없다.

대통령에게는 인사권이 있다. 그래서 대통령은 '정치적 반대자'를 내편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진 자리다. 그런 힘을 갖고도 '적'을 양산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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