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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믿으시나요? 운명에 대한 믿음과는 별개로 나는 이런데 쟤는 저럴까 하는 불만과 호기심은 어린 시절 종종 느끼지요. 나이 들어 누구는 잘 되고 또 누구는 잘 안 되는지 궁금하기도 하지요. 도대체 왜 어떤 이는 잘 풀리고 다른 인물은 하는 일마다 꼬이는 걸까요?

 

허영만 화백의 만화 <꼴>(2008. 위즈덤하우스)은 바로 이런 질문에서 출발하지요. 지은이는 무려 13만 장의 그림을 그렸다고 하네요. 수많은 그림을 그리면서 얼마나 많은 인물들을 그렸을지 짐작이 되네요. 허 화백이 그린 인물들은 많은 경우 실존 인물이었대요. 드디어 그가 “얼굴은 운명에 영향을 미치나?”라는 평생 따라다녔던 궁금증에 도전하네요.

 

현재 2권까지 단행본이 나온 꼴은 ‘사람의 얼굴을 통해 마음을 읽는다’는 대전제에서 출발하지요. 관상학자인 신기원씨를 찾아가서 공부한 내용을 주인공 마수걸이와 고정란을 내세워 진행하는데 꽤 재미있어요. 꼴을 해석하는 마의상법이 천여 년이 지났다는 것, 관상학은 보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걸 마음에 두면 지나치지 않은 선에서 참고할 만하네요.

 

귀의 비밀, 눈빛, 오악 등 얼굴 부위별로 어떤 것이 좋고 어떤 것이 나쁘다고 설명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얼굴의 균형과 조화라고 강조하네요. 나이 마흔이면 자신의 얼굴을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얼굴은 시간에 따라 변하지요. 그에 따라 관상은 달라지고 운도 변화하지요. 타고난 형체는 어쩔 수 없지만 자신이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관상과 삶이 변한다는 얘기에요.

 

나쁜 기운을 타고 났더라도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이면 달라진다. 현재의 불리함이 타고난 운명이라면 그것을 벗어나고자 꼴 공부를 하는 것이다. - 책에서

 

팔자를 탓하고 신세한탄을 하기보다 내일을 준비하며 땀을 흘리는 사람에게는 복이 온다는 말이지요.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자신의 미래가 달라진다는 얘기에, 조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드네요.

 

요즘 워낙 많은 사람들이 성형수술을 하니, 성형수술하면 관상도 달라지는지 궁금한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그런데 뼈를 깎거나 살을 찢는 건 소용없다고 하네요. 형태는 고쳐도 운이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죠. 다만 털이나 점 같은 ‘징조’를 고치면 다소 효과가 있다고 하네요.

 

흥미로운 대목으로 귀부인이 될 4가지 조건이 있어요. 먼저 “이웃과 경쟁하지 않는다”, 둘째로 “고달파도 원망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음식을 절제한다”이고 마지막으로 “기쁜 일과 놀랄 일에도 평소와 다름이 없다” 예요. 이 조건은 조금 봉건시대 얘기 같지만 현대 사회에 알맞게 해석하면 곱씹을 내용들이지요.

 

허 화백은 70년대에는 독고탁을 그린 이상무 화백에게, 80년대에는 까치로 혜성같이 등장한 이현세 화백에게 밀려 늘 2인자였지요. 편집장에게 조금 더 해서 1등을 하라는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1등을 하면 이제 내려오는 일만 남은 거라고 스스로를 달래지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현실에 만족하며 남과 비교하지 않고 꾸준히 그리다보니 이제는 최고의 만화가로 우뚝 서게 되었다는 허 화백 얘기는 귀담아 들을 만하네요.

 

현대 사회는 외모가 자본이고 권력이지요. 얼짱, 몸짱이 뜨고 동안신드롬이 생기며 모두들 거울을 들여다 보면서 남들과 나를 구분 지으려 오늘도 땀을 흘리네요. 호황을 이루는 성형외과와 피부과, 여기저기 생기는 피트니스 클럽들을 보며 외면보다 내면이 중요하다는 얘기는 어느새 구닥다리가 되어버린 것 같네요.

 

보기 좋은 거에 마음이 가는 건 인지상정이죠. 하지만 외모보다 중요한 게 인상이라는 걸  아시나요? 주변을 둘러보면 “저 사람은 잘 생긴 것은 아닌데 참 호감이 가” “저 분은 이목구비가 뚜렷한 건 아닌데 분위기가 좋아” 이런 말을 듣는 분들은 삶에 ‘격’이 배어 나오는  것이죠. 그렇기에 안을 가꾸는 일이 외모를 관리하는 일이지요.

 

겉모습은 결코 마음과 다르지 않아요. 얼굴은 얼이 드러나는 동굴이니까요. 마음의 변화와 관상의 변화를 같이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허 화백의 깨달음이라네요. 결국, 관상은 자기 마음이 드러나는 꼴이니까요. 어떻게 생겼는지가 아니라 어떤 표정으로 사는지 자주 거울을 들여다보게 되네요.


꼴 세트 - 전10권 (꼴 1~9권 + 신기원의 꼴 관상학) - 허영만의 관상만화 시리즈

허영만 지음, 신기원 감수, 위즈덤하우스(2010)


태그:#꼴, #성형수술, #허영만, #관상, #얼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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