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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올림픽은 우리나라에 자신감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반한감정의 부각이라는 악재를 동반했다. 이후 흔히 '험한류(險韓流)'로 불리는 이 현상의 근원은 어디에 있을까. 기자는 99년부터 올초까지 중국에 거주하다가 귀국했다. 지금도 한달에 한번 꼴로 중국을 방문하고, 또 한국에서도 중국인들을 만나고 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두 차례에 걸쳐 험한류를 점검한다. 우선 이 기사에서는 중국인들의 한국관의 최근 역사를 살펴보고, 최근 부각된 반한류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점검한다. 다음편에는 당장에 부각된 혐한류를 극복하고, 한중상생의 길을 제안해 본다.

[에피소드 1]

베이징대는 중국 지성의 산실이다. 지식인일수록 한국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갖고 있다
▲ 중국 지성의 산실 북경대 베이징대는 중국 지성의 산실이다. 지식인일수록 한국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갖고 있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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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1월 16일 광고수주량에서 중국 10위권이던 '진완빠오(今晩報)'라는 신문에 베이징대 쿵칭둥(孔慶東) 교수의 칼럼이 실렸다. 그는 천안문 세대로 시니컬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이화여대에서 교환교수로도 지낸 당대 지성중 하나였다.

그의 칼럼 '전설과 국민성'(傳說與國民性)은 "한국사람들과 자주 거래하는 사람들에게 제일 골치아픈 일 중의 하나는 그들이 신용을 지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약속에 늦는다든가 약속을 아예 지키지 않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며, 자기가 금방 한 말도 얼마 안 가서 나몰라라하는 식이다"로 시작, 한국인들이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일삼는데 그 원인이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하는 토끼를 옹호하는 '별주부전'에서 비롯된다고 썼다.(전문 등 관련기사 : '습관적으로 거짓말하는 한국인?'(<오마이뉴스> 2000년 12월 23일)

사실 이 칼럼은 2000년에 쓴 만큼 험한류의 가장 초기작으로 볼 수 있다. 맞다, 실제로 중국인들에게는 한국에 대한 다양한 감정이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쿵 교수처럼 반한적인 감정이다. 하지만 이런 감정은 극히 일부가 가지고 있었고, 주로 한국을 경험한 이들을 통해 나왔다.

우선 중국 젊은 지성인들 일부에게 보여졌던 이런 감정은 중국보다 빨리 경제발전을 이룬 한국, 또 한국인들 스스로 선진국이라며 중국을 후진국으로 보는 것에 대한 반한 감정이었다. 여기에는 중국을 찾아 돈을 자랑하고 여자를 밝히는 등 ‘추한 한국인’의 이미지도 크게 작용했다. 랴오닝, 톈진, 산둥, 광둥 등지의 공장에서는 중국인을 노동 소비자로 보는 측면도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중국내에서 한국을 연구하거나 한국 문화 상품을 통해 한국을 이해한 중국인들에게는 좀체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 가운데 발생한 ‘한류’가 양날의 칼로 작용했다. 드라마를 통해 접한 한국을 좋은 시선으로 보는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이 한류에 대해 겸손하게 접근하지 않고, 우리 문화가 우월해 중국에서 통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에 대한 반발 작용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처음 ‘HOT'나 ’신화‘를 통해 한국을 긍정적으로 보던 젊은 세대들은 어느 순간 한류의 소비자이자, 한국의 반대자로 변화하는 양상을 띄었다.

[에피소드 2]

선전, 광저우, 상하이, 베이징 등 대도시는 한국을 능가하는 초대형 쇼핑몰이 많다. 그러니 중국에 에스컬레이터가 있느냐는 질문에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
▲ 광둥성 광저우에 있는 쇼핑몰 선전, 광저우, 상하이, 베이징 등 대도시는 한국을 능가하는 초대형 쇼핑몰이 많다. 그러니 중국에 에스컬레이터가 있느냐는 질문에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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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기자는 중국 관영 매체인 '런민르빠오(人民日報)' 기자들과 함께 20여일에 걸쳐 칭하이성과 시장(티벳)을 공동취재한 적이 있다. 그들은 런민르빠오의 국제부 기자들이었다. 최고의 엘리트들이었고 그중에는 국장급의 노기자부터 20대 초반의 막 대학을 졸업하고 이곳에 배치된 파링호우(八零後; 80년 이후 태어난 젊은 세대의 통칭)도 있었다.

일상에서 그들은 정말 철저히 일에 몰두하고, 술도 거의 하지 않을 만큼 철저했다. 때문에 그들의 속내를 들을 기회가 좀체로 없었다. 그런데 몇 차례 나는 술을 강권해 거나해진 그들을 통해 한국에 대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정확하게 구분할 수는 없지만 몇 가지 특징이 있었다. 나이 마흔이 넘은 중견 기자들은 한국과 중국의 역사에 대해서 많은 이해를 갖고 있었다. 그들은 중국 혁명 과정에서 한국인들의 역할과 한중수교 이후 한국이 중국 발전에 준 도움을 이해하고 있었다. 때문에 상당한 호감과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반면에 20~30대 기자들은 파링호우 답게 한국에 대한 역사 지식도 거의 없고, 중화주의에 매몰되어 있어 한국에 대한 좋은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물론 그 자리에서 나는 한중 교류의 역사를 말해야 했다. “중국 역사에서 한족이 가장 번성한 당나라나 문화적으로 번성한 송나라는 한중 교류가 중요했다. 중국 혁명 과정에서도 한락연(중국의 피카소로 불리는 근대 화가)이나 정율성(중국 최고의 작곡가), 영화황제 김염은 물론이고 김산, 무정 등 수많은 이들이 중국에 와서 혁명에 참여해 중국이 세우는데 많은 공헌을 했다”는 것을 말해야 했다.

하지만 일반 중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가진 감정은 상당히 우호적인 것이거나 아니면 백지와 같은 것이었다. 흔히 ‘한류’(韓流)로 불리는 대중 문화의 유행은 이런 우호적인 감정이 아니면 형성 자체가 안됐을 것이다.

오해와 편견이 증폭되어 반한 감정 자극 

중국인들이 자신들의 시조로 믿는 염제와 황제. 두 인물로부터 중화주의가 시작된다
▲ 허난 황허에 있는 염황상 중국인들이 자신들의 시조로 믿는 염제와 황제. 두 인물로부터 중화주의가 시작된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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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한류가 의외의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가장 큰 것이 중국 젊은 학생들의 한국 유학 증가다. 중국 유학생은 매년 50% 가까운 성장을 거듭해 현재 5만명을 넘어가고 있다. 5만명은 대부분 부족하나마 한국 말을 알 수 있고 포탈에도 접근할 수 있다.

올 들어 티벳 시위사건이나 쓰촨 대지진 등 중국 내부에는 극한의 악재들이 이어졌다. 한국에서는 올림픽 성화를 둘러싼 중국 유학생들의 난동 사건이 벌어지면서 그들 스스로가 궁지에 몰리는 일도 벌어졌다. 특히 포털들의 댓글을 본, 한국어가 가능한 ‘빠링호우’세대들의 감정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두 사건이 일어나자 한국에는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위주로 뉴스가 쏟아졌고, 네티즌의 가벼운 댓글은 중국인들의 감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슬픔에 빠진 중국에 관한 뉴스에 쏟아진 악성 댓글은 한국에 유학중인 파링호우 세대를 통해 중국 포털 등에 전파됐고, 감정싸움이 격화됐다.

거기에 그간에 겪었던 중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선견과 편입견’도 한꺼번에 상기됐다. 결국 한국내 중국유학생들에 의해 한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무분별한 공격이 중국내 포털 등에도 중계됐다.

아주대 양한순 교수는 “사실 중국 방문중에 만나는 이들에게 반한 감정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반면에 한국에 유학중인 중국 학생들은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중국에 대한 담론(더럽다/ 함부로 카피한다) 등에 곤혹스러워 하는 것을 많이 봤다. 이상한 국제 뉴스만 보면 ‘당연히 중국 이야기겠지’하는 식의 댓글에 상처를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정치와 언론의 역할도 큰 몫을 했다. 이명박의 대미외교 치중은 중국의 소외감을 불렀다. 중국은 당연히 한국보다는 일본에 우호적으로 가기 시작했다. 거기에 신임 주중대사도 무게감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나 후진타오 주석의 한국 방문이 있었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언론계가 중국에 관해 쏟아내는 정보는 전문성이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토픽 중심으로 흘러가는 일이 대부분이다. 양한순 교수는 “특히 중앙 언론이 자극적인 기사나 엽기적인 토픽을 중심으로 다루는 경향이 짙다. 특히 한류에 지나치게 자신감 있는 방식으로 접근해 오만함이 드러나는 측면이 있고, 중국에서 이뤄지는 불법 카피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보도해 중국의 감정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벌어진 베이징 올림픽은 급속히 악화된 반한 감정이 표출되는 계기가 됐다. 양궁이나 사격, 탁구, 배드민턴 등에서 중국에 앞서거나 근접한 실력을 가진 한국은 중국 관중들에게도 흥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더군다나 SBS의 개막식 리허설 방송은 이런 감정에 도화선이 되기에 충분했다.

올림픽 기간과 올림픽 이후 쏟아진 험한류에 대한 보도 역시 한 측면만을 중시한 채 원인을 간과한 측면이 강하다. 또 언론에서 관련 보도는 쏟아지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도 없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태그:#중국, #험한류, #반한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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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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