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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으로 균형적인 시각으로 교육했다고 보나?"

"내용은 수업을 받은 제자들이 제일 잘 알 것이다."

 

2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101법정에서 박찬익 판사(형사2단독)와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 혐의로 기소된 최보경(34) 간디학교 교사가 법정에서 나눈 대화다. 박 판사는 검찰의 기소사실에 근거해 몇 가지 질문을 던졌고, 최 교사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박 판사는 "검찰의 기소 내용 가운데 객관적 사실은 인정하느냐"고 물었고, 이에 최 교사는 "이메일을 받아서 보내거나 자료집을 만든 행위는 인정하나 그것이 이적표현물 소지나 배포는 아니다"고 대답했다.

 

박 판사는 "현재 북한은 이적단체 아니냐"는 질문에, 최 교사는 "북한은 언젠가는 함께 해야 하는데 지금은 분단되어 있으며, 6․15공동선언은 10․4선언 등과 마찬가지로 장기적으로는 통일의 길로 가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대답했다.

 

경남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는 지난 2월 최 교사의 집과 교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최 교사는 그동안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거쳐 지난 8월 불구속 기소되었고, 이날 첫 공판이 열렸다. 최 교사는 법무법인 '덕수' 소속 이석태 변호사와 법정에 섰다.

 

공판검사는 최 교사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0가지를 열거했다. 공판검사는 최 교사가 전교조 산청지회장과 산청진보연합 집행위원장 등을 맡고 있으면서 전자우편을 통해 주고받은 자료와 인터넷 카페에 올린 자료를 문제 삼았다.

 

최보경 교사 모두진술 "전교조 사랑합니다"

 

최 교사는 이날 모두진술을 통해 "1차 공판을 맞아 판사님께 드리는 글"이란 제목의 글을 낭독했다. 최 교사는 "검찰이 제기한 공소에 대해 '무엇이 진실인가'를 밝히기 위해 수고하실 것을 생각하니 절로 고개를 숙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 한반도의 지난 현대사는 역사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이해, 비판적인 역사인식을 철저하게 가로막아 왔다"면서 "남측은 남측대로, 북측은 북측대로 좌우 이데올로기에 갇혀서 서로를 적대시하며 살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역사교육이 인간의 삶을 다루는 영역이며, 보다 인간의 삶을 값지고 따뜻하게 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일방통행의 역사가 아니라 소통의 역사이어야 한다. 평화와 공존, 설득과 자유로운 비판의 역사가 되어야만 올바른 역사 이해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전교조와 진보연합 활동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그는 설명했다. 그는 "말로만 역사니, 평화니, 통일이니, 생명이니, 인권이니 떠드는 것은 제자들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교사가 자신이 한 말을 실천할 때야말로 참다운 교사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전교조 등 활동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며, 월급도 수당도 없다"면서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제자들의 인권과 교권을 위해, 오직 참교육을 위해 신념을 버리지 않으셨던 선생님. 그 선생님으로 인해 참교육을 알았고, 전교조를 알았다"고 설명했다.

 

"저는 전교조를 사랑한다. 제 모든 것을 버려서라도 전교조의 참교육을 지킬 것"이라고 그는 다짐했다. 2000년 6월 13일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두 손을 껴안을 때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진보연합 활동을 하게 되었다고 그는 소개했다.

 

최보경 교사는 모두진술 마지막에 간디를 떠올렸다.

 

"간디학교는 젊은 시절 인종차별이 극심한 남아공에서 공동체를 만들어 일찍이 대안교육을 실험한, 인도의 정치가 마하트마 간디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위대한 성자, 간디를 떠올려 본다. 어찌 감히 평범한 교사인 제가 간디의 삶에 근접할 수 있겠느냐만, 저는 그 분을 생각하며 재판에 임하려고 한다. 분노를 버리고 오직 존중과 이해로써 진실을 밝히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간디학교 학생 등 방청, 보안수사대 수사관도 보여

 

경남지역 14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가보안법 폐지와 최보경 선생에 대한 공안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 일동'은 공판에 앞서 이날 오후 2시30분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최 교사에 대한 공안탄압의 본질은 한반도 평화와 민족화해의 물꼬를 틀어막고자 하는 이명박 정부의 전교조와 진보진영에 대한 이념공세와 물리적 탄압에 있다"고 규정했다.

 

또 이들은 "경남진보연합은 민족의 통일과 민주주의, 우리 지역 주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애쓰는 단체로 경남 내 수많은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연대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남북 정상이 두 차례나 회담을 여는 가운데, 남북교류와 협력이 확대되면서 우리 국민 대다수가 평화적인 통일을 염원하고 있다"면서 "말로 사과하고 몽둥이로 복수하는 이명박 정부의 모습을 국민들은 가슴 깊이 새겨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병하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죽었던 유령이 다시 살아난 것 같다"면서 "이번 사건은 이명박 정부의 실체를 보여주는 것이며, 국가보안법을 통해 3권 분립이 아니라 3권을 통치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는 간디학교 학생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50여명이 방청했다. 또 경남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와 진주경찰서 형사들도 방청석에 모습을 보였다.

 

이날 공판은 앞 순서의 재판이 늦어지는 바람에 당초 예정된 시각보다 1시간 가량 늦게 열렸다. 다음 공판은 10월 16일 오후 3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태그:#최보경, #국가보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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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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