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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경사길 올라가다가 넓디 넓은 산상정원 길을 만나다...한없이 펼쳐진 초원지대...경이롭다~저기 앞에 한라산 정상 백록담이 있다...
▲ 한라산(영실코스) 높은 경사길 올라가다가 넓디 넓은 산상정원 길을 만나다...한없이 펼쳐진 초원지대...경이롭다~저기 앞에 한라산 정상 백록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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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풍성한교회 옥탑기도실에서 새벽 일찍 잠에서 깨어 일어나 새벽 기도회에 참석한다. 몇 명 안 되는 성도들과 목사님 내외분과 함께 새벽예배를 드리고 새벽을 깨우며 오늘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 6시 40분, 길을 나선다. 이제 숙소는 또 다른 곳에 옮기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다. 1100미터 도로를 타고 달린다. 평지처럼 넓고 호젓한 길, 제주도 한가운데 있는 한라산은 어디서든 보인다. 오늘은 아주 맑고 화창한 날씨다.

어승생악

어리목대피소에 도착, 오전 8시 20분이다. 바람이 매우 차다. 가벼운 등산을 원하는 탐방객들이 즐겨  찾는 오름이라는 어승생악으로 오르기로 한다. 어리목 주차장에 주차한 뒤 국립공원관리사무소 옆을 지나자 어승생악 등산로 입구가 나온다. 흙 자갈에서 나무 계단 길로 오른다. 조금 경사진 곳은 길게 밧줄을 매어두어 탐방객들이 쉽게 오를 수 있도록 해놓고 있다.

등산로 옆엔 조릿대나무가 깔린 배경 위에 간간이 키 큰 나무들이 서 있다. 여백이 있는 숲길이다. 계속해서 나무계단, 나무판자 길로 이어진다. 가벼운 산행이지만 제법 규모가 있는 오름이다. 어승생악(해발 1169미터)은 기생화산으로 한라산과 같은 주화산체의 산록상에서 분화활동을 한 독립된 소화산체이다. 소코리아(송이)로 구성되어 있으며 산 정상부에는 분화구를 갖고 있다고 한다.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 어승생악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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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승생악 정상에서 바라본 분화구~
▲ 어승생악 어승생악 정상에서 바라본 분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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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승생악은 제주도에 분포되어 있는 368개의 기생화산 중에서 단일 화산체로서 가장 규모가 크단다. 직경 1968미터, 둘레가 5842미터, 화산체 자체의 높이가 350미터이다. 분화구 바닥에만 약간의 물이 있다는데 기대가 된다. 산 정상부가 가까울수록 다른 나무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조릿대만 멀리 분포되어 있다. 이윽고 두툼한 널판지를 깔아놓은 정상에 다다른다. 오전 9시다. 넓고 편안한 정상이다.

산 정상에서 조금 아래 분화구가 보인다. 분화구는 어제 본 송악산(오름)보다 깊지 않고 넓고 둥글게 패인 안부처럼 보인다. 넓은 어승생악 정상에서 저 멀리 제주도 시내와 산들이 두루 조망된다. 구름이 둥실둥실 눈길 아래 떠 있다. 정상 뒤쪽으로는 한라산이 보인다. 잠시 머물다 하산한다. 잠시 탐방 안내소에 들러 제주도 여행 정보가 담긴 책자와 팸플릿 등을 있는 대로 손에 쥔다.

제주도가 내 손 안에 있다. 낯선 곳에서 아침을 맞이하고 그리고 또 하루가 시작되었다. 어리목은 해발 900미터, 어승생악은 그러니까 900미터에서 올라간 셈이다. 이제 영실로 간다. 1100미터 고지 길로 계속 달린다. 이 길은 참 매력적이다.

한라산 등반(영실코스), 그래, 꼭 보자 백록담아!

영실휴게소에서~한라산 윗세오름까지 가는 산상정원 길...푸르른 초원지대가 하염없이 펼쳐져 있다~
▲ 한라산(영실코스) 영실휴게소에서~한라산 윗세오름까지 가는 산상정원 길...푸르른 초원지대가 하염없이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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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목에서 끊은 주차 표(1800원)를 영실매표소 직원한테 말하자 무사 통과,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앞에서도 차를 타고 한참을 더 올라간다. 걸어서 올라가려면 이 길은 1시간은 족히 걸릴 듯하다. 영실휴게소 앞 도착, 차를 주차하고 신발 끈을 단단히 졸라맨다. 산행할 땐 신발 끈을 단단히 졸라매는 것이 발이 안 움직이고 걷기에도 편하다. 이제 한라산으로 올라간다.

한라산 등반 코스는 4개의 코스로 나뉜다. 어리목, 영실, 관음사, 성판악 코스가 그것이다. 백록담 정상까지 조망할 수 있는 코스는 성판악 코스와 관음사 코스이고, 어리목코스와 영실코스는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만나지만, 정상 화구 벽 아래 해발 1700미터대의 윗세오름휴게소까지만 산행이 허용돼 정상 백록담을 바로 앞에 두고 돌아와야 한다.

오백나한...
▲ 한라산 오백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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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실코스와 어리목 코스는 정상까지 다 볼 순 없지만 짧은 시간에 오를 수 있다는 점, 또한 윗세오름까지 이어지는 고원과 또 그곳에서 바라보는 화구벽, 영실 기암절벽의 비경 등 조망이 탁월하여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코스이기도 하다. 오늘 우리의 출발지는 영실(1280미터)코스이다. 많은 사람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올라간다. 나이 많은 어르신도 있는가 하면 엄마 등에 업힌 어린 아기도 있고 일곱 살 난 꼬마도 부모와 함께 오르는 것이 보인다.

산은 숲이 너무 빽빽하지 않고 여백이 있어 시야가 환하다. 마음마저 환하다. 제주도의 어느 곳이든 이런 표정인 것 같다. 산은 그 지역의 표정과 흡사하게 닮아 있다는 것을 산행 경험으로 알 수 있을 것 같다. 나무 계단 길 올라가다가 경사 높은 바윗길로 이어진다. 해발 100미터 간격으로 표시가 되어 있어 특이하다. 친절한 길이다. 제법 경사 높은 길을 올라간다. 어느 정도 가자 전망이 드러난다. 한 30분도 못 되어 오백나한이 드러난다.

병풍바위~
▲ 한라산... 병풍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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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나한이 잘 보이는 전망대에서 바라본다. 영실은 제주 10경 중 백미로 꼽히는 오백나한으로 이름난 절경이라 한다. 오백장군이라 불리는 오백나한에는 설문대할망과 아들 500형제에 얽힌 전설이 있다 한다. 아들들이 양식을 구하러 나간 사이 어머니 설문대할망이 아들들에게 먹이려고 죽을 쑤다가 가마솥에 빠져 죽었는데, 집에 돌아온 아들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죽을 먹었다고 한다. 뒤늦게 돌아온 막내아들이 죽속의 뼈를 보고 어머니의 죽음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후 막내아들은 고산리 앞바다의 차귀도로 내려가 어머니를 그리다 장군바위로 변했고, 나머지 499명의 아들들 역시 돌로 굳어 오백장군 바위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때문에 오백장군 암벽에는 499개의 암봉 밖에 없다고 한다. 전망대에서부터 계속 영실기암이 조망되고 영실기암을 끼고 계속 올라간다. 한라산의 특징 중 하나, 그것은 오르막내리막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계속 오르막만 이어질 뿐이다.

저기 저 아래로 오름들이 보인다...멀리 멀리 보이고...
▲ 한라산 가는 길... 저기 저 아래로 오름들이 보인다...멀리 멀리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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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실기암과 비폭포. 비폭포는 ‘한 여름 폭우가 내리고 나면 기암절벽 사이로 폭포가 흘러내려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지금은 물은 마르고 폭포의 흔적만 남아 있는 것이 보인다. 병풍바위, 오백나한을 끼고 계속 올라간다. 병풍바위는 수직의 바위들이 마치 병풍을 펼쳐놓은 듯 하다해서 병풍바위라 한단다. 한여름에 구름이 병풍바위에서 몸을 씻고 간다나 어쩐다나. 산을 오르다 가끔 뒤를 돌아보면 멀리까지 조망되는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탁 트인 조망, 눈길 아래 있는 오름들과 드넓게 펼쳐진 초원지대가 눈길 아래 있다. 병풍바위를 지나고 정상이 가까울수록 숲이 우거지고 길은 평지 같다. 자갈돌 좁은 길이 이어진다. 제주도의 산 역시 돌길은 제주 특유의 돌들로 되어 있다. 여느 산들을 등반할 때와 같이 미끄러운 돌들과 사뭇 다르다. 제주의 산과 들, 바다에서 볼 수 있는 제주도 특유의 바다와 돌들이다. 이제 정상이 저 멀리 조망된다. 12시 25분이다.

널판지로 만든 1킬로미터가 넘는 하늘산책로가 이어진다. 어디에도 막힌 곳은 없다. 막힌 담도, 막힌 산도 없이 바람이 맘 놓고 불고, 넓디넓게 푸른 초원이 펼쳐져 있다. 아, 여기가 어딘가. 이 길을 하염없이 걷고 또 걸어도 좋을 것만 같다. 하늘은 맑게 개여 청신한 얼굴로 초원 위에 펼쳐져 있고, 그 푸르른 하늘에 흰 구름이 수를 놓고 있다.

널판지 길은 난장이조릿대들과 풀들로 이루어진 광활한 초원길이다. 1600~1700미터 사이에 있는 넓게, 넓게 펼쳐진 초원, 막힘없이 사방이 뚫려 맑은 하늘 아래 저 멀리까지 펼쳐진 초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어쩜, 이렇게 오묘할 수가. 아주 맑은 날, 구름이 푸르른 하늘에서 여러 가지 그림을 그리며 놀고, 우리는 길게 이어진 초원길을 걷는다. 저기, 바로 저기 한라산 정상, 백록담이 있다. 그런데 이곳에선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을 볼 수 없다.

저기 바로 저기가 백록담인데, 지척에 두고도 그 얼굴을 볼 수가 없다. 길을 끊어놓았기 때문이다. 길이 막혀 바로 눈앞에 보이는 정상까지 가 볼 수 없음이 안타깝다. 바로 눈앞에서 돌아서야 하는 마음 애틋해지는 연인처럼 나는 아쉬움 가득한 눈으로 올려다본다. 내가 걷고 있는 이 초원길은 산상의 정원, 선작지왓이라 이름한다. 바로 한라산 선작왓지라고 부르는 초원지대다.

선은 ‘서 있다’, ‘작지’는 ‘돌’을 가리키는 말이고, ‘왓’은 제주 사투리로서 ‘밭’을 이른다‘. 봄에는 돌 틈 사이로 산철쭉, 털진달래가 피어 붉은 꽃 바다를 이루고, 여름에는 하얀 뭉게구름과 함께 녹색의 물결을 이루어 산상의 정원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산상의 정원이다. 한라산 올라오는 길에 약수터가 없더니 산상정원 길에서 약수 ‘노루샘’을 만나 반갑다. 12시 40분이다.

한라산 정상 백록담을 앞에 두고 돌아서야 하는 아쉬움~다시 만나자꾸나...
▲ 한라산 한라산 정상 백록담을 앞에 두고 돌아서야 하는 아쉬움~다시 만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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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자유롭게 분다. 윗세오름에 도착(해발 1700미터), 12시 50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쉬고 있다. 점심을 먹고 있는 사람, 누워 있는 사람,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백록담이 바로 저기 저 위에 있는데, 금방 닿을 수 있는 길이건만, 길이 막혀 만나지 못해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이곳까지 올라오는 동안 그 모든 풍경은 경이롭고도 아름다워서 위로가 된다. 그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백록담을 지척에 두고 이제 내려간다. 1시 10분이다. 그래, 다시 보자, 이 길 아니면 다른 길로 가서라도 만날 수밖에, 내리막길은 올라온 높이만큼이나 조심조심 걷는다. 돌투성이 길에 무릎이 시큰거린다. 영실휴게소에 도착하니 2시 30분이다.

‘대장금’촬영지, 외돌개

한라산에 오른 뒤 원래의 계획을 변경시켜 마라도에 가 보기로 했으나 오후 4시가 다 된 시각, 마라도 여객터미널에 도착했지만 지금 들어가면 오늘 중으로 나올 수 없다 해서 돌아오는 길, 가까운 하모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이는 나무그늘에 앉아 아침에 남은 밥과 라면을 끓여 간단하게 점심 겸 저녁을 먹는다. 우린 여행지에서도 경비를 줄이기 위해 준비해 온 간단한 찬거리와 쌀, 코펠을 가지고 다니며 대부분 이렇게 직접 밥을 해 먹는다.

은빛 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해변...여기서 늦은 점심을 먹고...망중한~
▲ 하모해수욕장 은빛 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해변...여기서 늦은 점심을 먹고...망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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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빛이 얼마나 길고 아름다운지 옥색과 푸른색…. 여러 가지 색깔을 담고 있다. 모래사장 근처 바닷물은 은빛 가루를 가득 뿌려놓은 듯 눈부시게 반짝이며 모래사장을 핥고 있다. 낡은 집들과 대조를 이루고 있는 은빛 해변에서 1시간하고도 30분을 더 앉아 있다가 출발한다. 원래 계획은 동쪽으로 가는 여행 계획이었는데 마라도에 간다고 이쪽으로 온 것이다.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섬, 외돌개...이곳은 티비 인기드라마 '대장금'촬영지이기도 했다...
▲ 외돌개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섬, 외돌개...이곳은 티비 인기드라마 '대장금'촬영지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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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감이 있지만 일단 가보자. 해안 길 따라 달린다. 오후 늦게 도착한 외돌개에는 여행객들이 제법 있다. 해가 지고 있다. 외돌개는 2003년 최고의 시청률을 올린 TV드라마 <대장금> 촬영지이다. 외돌개는 100만 년 전 화산 폭발로 인하여 생긴 바위섬으로 바다 한복판에 외롭게 솟아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외돌개 해안산책로에는 이 저녁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을 본다.

하루가 저문다. 저녁 8시 더풍성한교회 수요예배에 참석한다. 얼마 안 되는 성도들과 학생들, 모두 표정이 밝다. 만나는 사람마다 아주 반가운 얼굴로 처음 보는 우리에게 상쾌한 얼굴로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한다. 구김살이 하나 없는 밝은 얼굴들, 제주도의 낮은 돌담만큼이나 마음이 트여 있다. 참 인상적이다. 모두가 한 가족 같은 참 좋은 교회이다.

오늘 하루도 제주도 여행, 그 새로운 경험으로 꽉 찬 하루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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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수첩:
한라산 영실코스: 영실휴게소(1,280미터, 10:30)-노루샘(12:40)-윗세오름 대피소(12:50)-하산(1:10)-영실휴게소(2:30)-총 산행시간 4시간
*오늘: 어승생악-영실등산로 산행-해수욕장-외돌개-교회


태그:#제주여행, #한라산, #외돌개, #어승생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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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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