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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헌혈의 집에서 한 시민이 헌혈을 하고 있다.
 천안 헌혈의 집에서 한 시민이 헌혈을 하고 있다.
ⓒ 윤평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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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 찡그리면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어요."

지난달부터 지상파와 케이블 TV 등을 통해 소개된 헌혈 소재 공익광고 카피다. 광고에는 아이돌 스타 슈퍼주니어와 탤런트 이영아가 출연해 헌혈을 할 때 긴장하여 얼굴을 살짝 찡그리는 사람의 표정을 보여준다.

1초간의 짧은 찡그림이 다른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이웃사랑, 생명나눔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광고 카피처럼 헌혈은 가장 손쉽게 동참할 수 있는 생명나눔의 실천. 헌혈을 통해 바라 본 천안의 나눔문화는 어떨까.

헌혈 횟수 2백회 넘긴 한대희씨, '60대까지는 해야죠'

야구에 30홈런-30도루 클럽이 있다면 헌혈에는 30-50클럽이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매년 6월 30일을 기준으로 헌혈 유공장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30회 이상 헌혈자에게는 은장, 50회 이상은 금장이 각각 선물과 함께 수여된다.

신부동 문타워 6층에 위치한 천안 헌혈의 집에서는 2008년 은장과 금장 수상자로 각각 76명, 26명이 새롭게 선정됐다. 대전·충남 전체적으로는 올해만 은장과 금장 수상자가 456명. 평생 한번도 헌혈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헌혈 30회, 50회는 적은 횟수가 아니다. 하지만 이만해서는 헌혈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 사이에서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

헌혈 횟수가 2백회를 넘긴 한대희씨.
 헌혈 횟수가 2백회를 넘긴 한대희씨.
ⓒ 윤평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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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부품회사에 다니고 있는 한대희(40·천안시 쌍용동)씨의 최근까지 헌혈 횟수는 238회. 요즘도 2주에 한번씩 천안 헌혈의 집을 찾아 성분헌혈을 하고 있다. 2개월에 한번씩 가능한 전혈헌혈과 달리 성분헌혈은 2주 간격으로 가능하다.

전혈헌혈은 일반인이 흔히 알고 있는 헌혈을 뜻한다. 성분헌혈은 성분채혈기를 이용해 적혈구 등 필요한 성분만을 선택적으로 채혈하고 나머지 혈액 성분은 다시 헌혈자에게 되돌려주는 방식의 헌혈.

"20대 초부터 시작했죠. 누나가 출산을 하면서 하혈이 심해 피가 부족했어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때 심정을 몰라요. 마음이 얼마나 다급한지. 다행히 혈액을 공급받아 위기를 넘겼죠. 그 일이 있은 후부터 헌혈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더군요."

헌혈을 하기 위해선 전날 과음과 과로를 하지 않고 음주나 흡연도 피하는 것이 좋다. 꼭 헌혈 때문은 아니지만 한대희씨는 술·담배를 아예 하지 않고 등산과 마라톤으로 꾸준히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헌혈 횟수가 2백회를 넘긴 한씨지만 작년과 올해 두차례는 헌혈의 집에서 헌혈을 못하고 귀가해야 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고 20년 헌혈 경력에 '퇴짜' 맞으니 속상하더라구요. 그 다음주에 다시 찾아가 검사했더니 '이상없다'고 나타나 바로 헌혈했지요. 건강한 생활로 60대에도 헌혈을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김석기씨와 이임항씨의 아무도 못말리는 헌혈사랑

1백회 이상 헌혈을 한 김석기씨.
 1백회 이상 헌혈을 한 김석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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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에 소재한 남서울대학교 학생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석기(50)씨는 지난 96년 5월 출근 도중 1톤 트럭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대형 교통사고를 당했다. 의료진도 소생 가능성을 낮게 판단할 만큼 위험한 상황. 다행히 생명은 보전했지만 반신불수의 마비가 찾아왔다. 회복에 대한 본인의 강한 의지와 지속적인 재활치료로 김씨는 이듬해 정상 상태를 되찾았다.

"1988년 여름 휴가지에서 첫 헌혈을 해본 뒤 97년 3월부터 다시 헌혈을 시작했습니다. 사고 후 새 생명을 얻은 것에 어떻게 보답해야 할까, 고심하다가 헌혈이 가장 좋겠다 마음 먹었죠."

부인은 남편의 건강을 염려해 만류했지만 김씨의 뜻을 꺾지는 못했다. 전혈헌혈로 시작해 현재 성분헌혈을 하고 있는 김석기씨는 지난 8월말까지 총 160회를 헌혈했다. 집이 평택인 김씨는 일요일 교회에 갔다가 일부러 천안으로 나와 천안 헌혈의 집에서 정기적으로 헌혈을 한다.

본인만 헌혈 사랑에 빠진 것은 아니다. 남서울대 사회봉사지원센터장을 맡고 있는 동안 한학기에 두차례씩 교내에서 학생과 교직원들의 헌혈행사를 주선했다. 헌혈행사는 지금도 이어져 남서울대는 지난해 헌혈자가 가장 많은 전국 대학교 5위를 기록했다.

"헌혈을 하고 온 날은 중3 아들에게 꼭 헌혈증과 헌혈 자국을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얘기하죠. 왜, 헌혈을 해야 하는지. 아들 녀석도 조금 더 커 아버지랑 같이 헌혈 하러 갈 날을 기다리죠."

8년 전부터 헌혈인 대열에 합류한 이임항(41·천안시 성환읍)씨. 2주에 한번씩 성분헌혈을 하고 있는 이씨는 얼마전 헌혈횟수가 1백회를 넘었다. '내가 먼저 나눠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헌혈로 이씨는 두가지 재미를 만끽하고 있다.

"간 이식을 받는 후배한테 80장의 헌혈증을 줬죠. 남은 헌혈증은 백혈병에 걸린 회사 동료에게 모두 주었습니다. 필요한 곳에 헌혈증을 사용하는 즐거움, 헌혈이 안겨준 재미이자 보람이죠."

또 하나의 즐거움은 건강체크. 헌혈을 한 뒤 며칠 후 현혈증서와 함께 통지되는 혈액검사결과서에는 간 수치나 간염 여부 등 평소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이임항씨는 "누군가에게 도움도 주며 건강도 챙길 수 있으니, 이만한 나눔이 어딨냐"고 말했다.

천안지역 헌혈자 20~29세 가장 많아
지난해 헌혈의 집 집계 결과, 직업별로는 학생‧회사원 순

천안지역에서 헌혈을 많이 하는 연령대와 직업군은 어디일까? 연령대는 20~29세, 직업군은 학생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7 혈액사업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천안 헌혈의 집에서는 남자 1만1209명, 여자 6068명 등 총 1만7277명이 헌혈을 했다.

직업별로는 학생이 9727명으로 가장 많았다. 회사원은 4211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그 밖에는 자영업 449명, 군인 368명, 공무원 321명, 가사 211명, 기타 1941명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20~29세 8592명, 15~19세 5484명, 30~39세 2075명으로 집계됐다. 50~59세도 217명을 차지했으며 60~65세 헌혈자도 19명이 있었다.

천안지역 대학교와 고등학교는 대부분 지난해 단체헌혈에 한번 이상 참여했다. 직장이나 단체의 참여는 인원이 많지 않은 편. 특히 천안시청은 지난해 한차례의 단체헌혈에 참여인원은 42명에 불과했다.

올해 7월까지 천안 헌혈의 집에서 헌혈을 한 인원은 1만2381명. 1일 헌혈자 수는 5월 70명, 6월 59명, 7월 55명을 보였다. 이선아 천안 헌혈의 집 간호사는 "학생들의 방학기간에는 헌혈자 수가 감소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임항씨나 김석기씨, 한대희씨처럼 천안 헌혈의 집에서 정기적으로 헌혈을 하는 등록 헌혈자는 9월 현재 1154명. 이선아 간호사는 "한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헌혈이 큰 도움이 된다"며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한 별도의 문진실과 대형TV모니터, PC 등을 갖춰 아늑한 카페 분위기인 천안 헌혈의 집은 휴일 없이 저녁 8시까지 문을 연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493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윤평호 기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cnsisa



태그:#천안헌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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