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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 3개 가지고 떠난 장장 8시간(오전10시경 인천 서구 공촌동에서 출발해 집에 돌아오니 7시쯤) 동안의 강화도 자전거여행 그 마지막입니다. 갯바람을 맞으며 해안도로를 따라 가다 강화도 길상면 장흥리로 빠져 초지대교로 향하던 길에, 애처로운 눈망울을 한 소들과 마주했습니다.

 


길가에 인접한 비좁은 축사에는 소들이 한낮의 더위와 달려드는 파리와 벌레들을 쫓으며 쉬고 있었습니다. 아니 쉬는게 아니라 자연학습체험장의 말처럼 갇혀 있었습니다. 그 소들을 한참 지켜보다 보니, 어렸을 적 저희 집에도 누렁이(소)가 한마리 있었던 게 떠올랐습니다.

 

어린 저보다 몸집이 훨씬 큰 누렁이는 할아버지를 따라 논과 밭 쟁기질도 하고 짐을 나르기 위해 달구지를 끌기도 하고(저도 가끔 달구지에 타곤 했습니다.) 어린 송아지를 낳아 땅을 일구며 살아가는 촌부의 살림에 큰 도움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누렁이는 집에서 어느 무엇보다 귀중한 보물단지였습니다.

 


그런 누렁이를 위해 할아버지와 아버지(7형제의 맏이로 공부와 진학를 포기하고 부모와 형제를 위해 농사를 지었다)는 매일같이 꼴을 냇가나 논두렁에서 베어 지게로 지어와서는 작두로 썰어 먹이거나, 가을걷이를 끝내고 모아둔 볏짚(농가에서는 이 볏짚은 없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지붕도 엮고 새끼줄도 꼬고 소 먹이도 주고....)을 가마솥에 쇠죽을 끓여 아침과 저녁마다 내어주었습니다.

 


그렇게 정성스레 한 식구처럼 지내던 누렁이도 나이가 들고 경운기가 생겨 더 이상 달구지와 쟁기질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 때 누렁이는 제 곁을 소리 소문없이 떠났습니다. 어려서 누렁이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그 때는 알 수 없었지만, '음머어' 하며 주변을 서성거리던 저를 부르면 냉큼 풀을 뜯어다가 건네주면 잘 받아먹던 누렁이가 떠올랐습니다. 사라진 텅빈 축사(할아버지 옛날 집 한편에 같이 붙어 있었다. 예전에는 축사를 집안에 두곤 했다)를 한동안 둘러보며 소와의 추억을 떠올렸던 그 때가.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 과도한 육식문화에 대한 고찰 없어...

 

그리고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로 한참 세상이 시끌벅적할 때, 사람들이 안전한 쇠고기를 먹고 싶다며 한우타령을 하면서 촛불을 들고 이명박 정권을 규탄하고 한우농가를 살려야 한다는 이야기들을 하던게 떠올랐습니다.

 

일정 부분 공감하는 것들도 없지 않지만, 요 몇 년 사이 한국사회를 잠식해버린 '잘 먹고 잘 살자'는 괴분위기의 중심에 있는 과도한 육식문화(길거리에 즐비한 고깃집들...)와 인간들의 허망한 식탐을 채우기 위해 저 수많은 누렁이들이 제 수명을 다하지도 않았는데 고깃감으로 죽임을 당해야만 하는 야만스런 현실과 축산업에 대해서는 더 깊게 성찰하거나 고민하지 않아 심히 안타까웠습니다.

 

 

몇몇 분들이 미국산 쇠고기의 문제는 광우병으로부터의 안전뿐만 아니라 육식 자체에 대한 거부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긴 했지만 극소수에 불과해, 소와 같은 생명체를 철저히 돈벌이 수단.상품으로 전락시켜 집단사육하는 축산산업(미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사료와 인도적이고 깨끗한 사육환경을 갖췄다고 해도, 고기를 얻기 위해 소와 돼지, 닭을 키우는 것은...)에 대해서는 깊게 파고들지 못한 듯 싶습니다.

 

암튼 예전과 너무나 달라진 소의 존재를 실감하면서,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누렁이들을 "음머어~"하고 불러봤습니다. 어린 송아지들은 그 마음을 알았는지, 아니면 어미소가 부르는 소리인지 알고 "음머어~"하고 답해주었습니다. 그 모습을 영상에 담아봤습니다.

 

[동영상]애처로운 눈망울을 한 소를 한참을 바라보다~

2008.8.12 / 길상면 장흥리

 

Tip. 내리막길을 갓길로 주행해야 한다는...

 

▲ 애처로운 눈망울을 한 소를 한참을 바라보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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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마지막은 600원짜리 핫도그와 200원짜리 떡꼬치로~

 

강화도 자전거여행에 임하면서 오백원짜리 동전 2개와 백원짜리 동전 1개를 주머니에 넣어두었습니다. 그 동전을 결국 여행의 끄트머리에 꺼내 요긴하게 사용했습니다.

 

초지대교를 건너서 영종대교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따라 힘겹게 내달려 서부공단을 지나오는 길에 허기가 밀려와 동네(연희동)에 접어들자마자 핫도그와 떡꼬치를 사먹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것들이라서 그 맛이 남달랐습니다.

 

그래서 이번 강화도 자전거여행의 총 경비는 800원이었습니다. ^-^

 

 

 


태그:#소, #자전겨여행, #강화도, #누렁이, #육식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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