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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든든한 사람들이 있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굳은 일은 모두 이 분들 몫이다. 또, 제복이 아주 잘 어울린다. 바로 자율방범대 대원들이다. 지난 8월 23일 오전 10시 안양 예술 공원에서 ‘행락객 질서계도’ 를 하고 있는 ‘안양자율방범연합대’ 대원들을 만났다.

 

김청복(61세) 대장은 올해로 방범대 활동만 15년째다. 옛날 같으면 환갑잔치를 해야 할 노인이지만 이 대장은 아직도 제복만 입으면 20대 청춘이 부럽지 않다.

 

“아직 팔팔 합니다. 제복만 입으면 날아다닙니다.. 젊은 대원들과 일하다 보니 기를 받아서 그런지! 하하. 올해로 15년째입니다. 주변 사람들 권유로 시작했어요.”

 

방범대원들은 벌써 두 달 가까이 행락객질서계도를 하고 있다. 지난 7월1일부터 지금까지  안양 예술 공원을 비롯, 행락객이 많이 모이는 곳을 지키고 있다. 물론 매일 하는 것은 아니다. 안양 예술 공원 행락객질서계도 담당 안기영(47) 대장(석수2동) 말을 빌리자면 ‘빨간날’ 만 하는 것이다.

 

“빨간 날이면 무조건 제복 입고 이곳으로 옵니다. 덕분에(?) 올 여름 휴가는 꿈도 못 꿨죠. 책임자만 아니면 가끔 농땡이도 피우고 싶은데 책임지는 직책이다 보니 그럴 수도 없고...애들한테는 좀 미안하죠.”

 

방범 연합대 입장에서도 공휴일 근무를 결정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휴가철이 끼어 있는 한여름에. 자율방범대원들도 평범한 생활인이기 때문이다. 대원들은 대부분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행락객 질서계도를 요청한 것은 안양시다. 안양시 요청을 받아들인 이유는 이렇다.

 

“예전에는 공무원들이 하던 일입니다. 그런데 제복을 입지 않아서 그런지 질서계도가 잘 되지 않았답니다. 결정하기가 쉽지는 않았어요. 이 문제 때문에 연합회 자체적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누군가 꼭 해야 할 일이면 잘 할 수 있는 자율 방범대에서 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김청복 대장은 이렇게 말하며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지었다. 행락객 질서계도는 세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동원되는 대원은 약 40명 정도다. 안양9동 병목안에 10명, 석수1동 삼막사에 5명, 안양 예술 공원에 40명이 투입된다. 행락객 질서계도는 8월 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 잘 할 수 있는 방범대가 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자율방범대는 무보수 봉사직이다. 아무런 대가 없이 방범 활동을 하는 것이다. 보수는커녕 되려 행사 때마다 기부금을 내기도 한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주민들은 방범대원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사정을 잘 모르는 주민들은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안기영 대장은 이런 때가 가장 ‘황당’ 하다고 전한다.

 

“가끔 자율방범대 사무실로 전화해서 월급 얼마 주느냐고 묻기도 합니다. 이런 때는 참 황당하죠. 예전에는 이런 분들에게 순수한 무보수 봉사직이라고 설명하느라 땀깨나 뺏습니다. 요즘에는 한 2백만원 주니까 일단 대원으로 가입하라는 농담도 합니다.”

 

황당한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말 어려운 일은 근무 중 발생한다. 김청복 대장은 이런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전한다. 

 

“놀이터 등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는 청소년들 단속할 때 과격한 아이들이 간혹 대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당신이 뭔데 이래라 저래라 하느냐'며. 황당하기도 하고 화도 나기도 합니다. 또, 술 먹고 길에 쓰러져 있는 분들 깨워놓으면 아무런 이유 없이 시비 걸고 멱살 잡고, 때론 주먹을 휘두르기도 합니다. 도가 지나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면 지구대에 연락합니다.”

 

김 대장 말에 따르면 방범대 활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범죄예방 기능과 청소년 선도 기능이다. 비록 현행범 체포 권한은 없지만 제복을 입고 순찰을 하는 자체만으로도 범죄 예방 효과가 있다고 한다. 방범대 구체적 활동을 김 대장에게 들었다.

 

“제복 입은 대원들 모습이 범죄를 저지르려는 사람들에게는 위협이 될 것입니다. 아무래도 부담스럽겠죠. 놀이터 등에서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아이들 발견하면 일단 잘 타이릅니다. 그리고 자인서를 받지요. 또, 밤늦게 학원에서 귀가하는 아이들은 방범대 차로 집까지 데려다 줍니다. 술 취해 쓰러져 있는 분들도 방범대 차로 집까지 데려다 주기도 하고...주로 이런 활동을 합니다.”

 

 

자율방범대는 지금도 주민들에게 인기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 정도 인기에 만족할 수가 없다. 주민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 자율방범연합대는 더 많은 활동을 계획 중이다.

 

“환경보호 활동과 재난 구조 활동 등 봉사 영역을 점차 넓혀 갈 예정입니다. 지난 해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 때는 기름제거 작업에 직접 참여했고  수해 복구 사업에는 여러 차례 참여했습니다.”

 

일 욕심은 많지만 그 욕심을 채우려면 당장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대원수를 늘리는 일이다. 현재 안양시 31개 동에 자율방범대원 약 1천3백명이 있다. 하지만 이 정도 인원으로 연합대 김 대장이 욕심내는 일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대원 모집이 점점 더 어렵습니다. 봉사 활동 함께 하는 분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대원이 되고 싶은 분들은 각 동사무소나 자율방범대 사무실에 연락하면 됩니다.”

 

보기만 해도 든든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  보니 진짜 듬직하다. 남들 다 가는 휴가도 포기 한 채, 남들 다 노는 휴일도 포기한 채 봉사 활동에 여념이 없는 자율방범대원들에게서 우리사회 희망을 본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


태그:#자율방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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