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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노래방 내기를 한 상중과 은지. 노래방에 가서 점수가 잘 나오는 사람이 쏘기로 했다. 그런데 평소 노래 잘하기로 소문난 상중은 아무리 애를 써도 80점에 그친 반면 은지는 소리만 빽빽 지르는데도 90점이 넘는다. 이유가 뭘까?

 

장면 2

원더걸스의 열혈팬 오덕후씨. 노래방에 가기만 하면 원더걸스 노래를 주야장천 불러댄다. "우리 소희에게 저작권료를 팍팍 밀어줘야 해"라며 힘들게 노래를 부르는 오덕후씨. 그의 바람대로 저작권료는 소희에게 돌아갈까?

 

회식 자리, 친구들과의 만남, 데이트 장소 등으로 빠지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노래방. 우리나라 사람치고 1년에 1~2번 노래방에 가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음주가무를 즐기는 한국 사람들의 정서에 힘입은 노래방의 인기는 한국에 처음 들어왔던 90년대 초반 이후 20여 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진행형이다.

 

노래방에 대한 궁금증도 그만큼 다양할 수밖에 없는데, 이 궁금증 해결을 위해 평소 노래방을 자주 애용했던 <오마이뉴스> 정지은·이보라 인턴기자가 출동했다.

 

노래방은 왜 대부분 지하에 있는 거야?

 

인턴 근무가 끝나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노래방을 찾은 정지은·이보라 인턴 기자. 그런데 노래방에 가기도 전에 고민에 빠졌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 바로 '지하 노래방'과 요즘 급속도로 생기고 있는 '럭셔리 노래방'이다. 서비스 시간을 많이 넣어주는 지하 노래방에 갈까, 시간은 적게 주지만 분위기가 깔끔한 럭셔리 노래방에 갈까.

 

결국 지하 노래방에 가기로 했는데, 순간 드는 의문. "노래방은 왜 대부분 지하에 있을까."

 

노래방에 들어서자 어두운 조명이 우리를 반긴다. 

 

"야, 노래방은 왜 이렇게 다 어두워?"

"아니야. 빌딩 2층이나 3층에 생기고 있는 럭셔리 노래방은 밝잖아."

 

노래방 주인 아저씨에게 물었다. 그는 "노래방이 어두운 건 손님들이 그런 분위기를 원해서"라며 "주로 연인끼리 오면 더 구석지고 어두운 방을 찾는다"고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하얀 옷을 입은 정지은 기자의 옷이 어둠 속에서 형광으로 빛나고 있었다. 아저씨가 천장 위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천장에는 파란 형광등이 있었는데, 거기서 나오는 빛이 옷을 형광으로 보이게 한단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노래방 인테리어 전문가의 의견은 어떨까. 신한 시스템의 이강훈 대표는 "과거 노래방들이 대부분 어두웠던 이유는 술을 먹으며 노래를 부르거나, 도우미를 부르는 목적으로 노래방을 찾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이 목적을 위해 어두운 조명이 필요했는데, 이것이 추세가 되어 정형화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노래방이 밝은 조명을 사용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요구가 퇴폐 업소의 개념이 아닌 친구·가족 단위가 이용하는 여가 장소로써의 노래방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노래방들이 지하에 있는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여기에 대해서 그는 "과거에는 방음 시설이 미비했기 때문에 소음을 줄이기 위해 지하에 노래방이 위치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보통 사람들이 노래방을 충동적으로 가는데 옛날 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며 "고층 건물에 노래방이 있으면 가기 힘들기 때문에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지하에 노래방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책자에서 사라진 노래, 기계엔 있었다 

 

노래방 안으로 들어간 우리는 선곡을 위해 노래방 책자를 뒤적였다. 그런데 정지은 기자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한다.

 

"어, 이상하네. 분명히 저번에 왔을 때는 찾아 부른 노랜데 책자에서 사라졌네. 오래된 곡이라 없어진 건가."

 

궁금증은 노래방 주인 아저씨가 풀어줬다.

 

"신곡이 업데이트되면 예전에 저장된 곡은 밀려서 없어지는 건가요?"

"아니야. 기계 용량이 엄청나서 다 누적되어 있어. 기계들도 해가 갈수록 용량이 더 커지고 시설도 좋게 바뀌니까 옛날 곡들이 사라질 수는 없지. 책자에서만 빠진 것이지 기계 안에는 저장되어 있을 걸."

 

다시 방 안에 들어와 책자가 아닌 리모컨으로 찾아보니 주인 아저씨 말씀대로 그 곡이 있었다. 한창 신나게 놀고 있는데 이보라 기자가 책자를 보지 않고 능숙하게 번호를 누른다.

 

"난 노래방 올 때마다 이 곡은 꼭 불러. 내가 이 가수한테 준 저작권료만 해도 꽤 될 걸?"

 

그 때 정지은 기자에게 든 의문.

 

'맞아. 그런 얘기 꽤 들은 것 같은데…. 그런데 정말 노래방에서 자기 노래가 불린다고 저작권료가 가수한테 가는 건가?'

 

노래방 업체 TJ 미디어에 문의를 해봤다. 대답은 '아니오'였다. "노래가 불린 횟수에 따라 각 노래의 작곡가와 작사가에게 저작권료가 지불된다"는 것이다. 우선 저작권협회 측에 저작권료가 지불되고 협회에서 각 작곡가와 작사가에게 배분하는 시스템이다. 저작권협회에 속하지 않은 작곡, 작사가는 개인 승인을 통해 회사에서 직접 지급한다고 한다. 취재결과 '저작권료는 가수에게 돌아가지는 않는다!'

 

이 점은 외국곡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는 게 TJ 미디어의 설명이다. 저작권료는 1년에 4번씩 분배된다고 한다. 10~12월에 징수한 사용료는 2월, 1~3월 사용료는 5월, 4~6월은 8월, 7~9월은 11월에 분배되는 식이다.

 

헉, 노래 제목이 26자야?

 

책자를 뒤적이며 노래를 고르다 보니 예전 인터넷에서 봤던 '가장 제목이 긴 가요'가 떠올랐다. 송시현의 '조용한 외딴 섬에 엄마새와 아기새가 정답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란 노래였는데 총 31자로 한국 기네스에 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이 노래가 노래방에 있을까. 검색해 보니 없었다.

 

그렇다면 노래방에 등록된 가장 제목 긴 가요는 무엇일까. '시간은 모든 걸 잊게 합니다. 하지만 사랑은 모든 걸 기억하게 하죠'였다. 총 26자. 그렇다면 이 노래를 부른 영광의 주인공은? 바로 이기찬.

 

"요즘 제일 인기 있는 곡이 뭐지?"

 

트렌드에 민감한 이보라 기자는 노래방 인기 차트를 뒤지며 최신 인기곡을 찾는다. 2008년 8월 노래방 인기차트(2008-08-20~21 기준)에 따르면 요즘 노래방에서 가장 인기있는 곡은, 가요에서는 다비치의 '사랑과 전쟁', 팝송에서는 드림걸스 OST인 'listen'. J pop에서는 X-japan의 'endless rain'이다.

 

노래에 한창 맛들인 우리는 게임을 하기로 했다.  번호를 무작위로 찍어서 나오는 노래를 가장 잘 소화하는 사람이 노래방 사용료 내기로 한 것. 그 이름도 무서운 일명 '러시안 룰렛 노래방'.

 

정지은 기자가 먼저 1번을 이보라 기자에게 찍었다. '아리랑'이 흘러나왔다. 워낙 한국 사람이 다 아는 곡이라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아리랑을 불렀다. 다음으로는 12345번. 조은송이란 가수의 '너만 사랑해'라는 생소한 노래. 당황한 정지은 기자는 한 소절도 부르지 못했다.

 

'1번이 '아리랑'이라면 가장 마지막 번호의 노래는 뭘까'

 

의문이 든 정지은 기자는 20000번을 찍어봤다. '검색 결과가 없다'고 나온다. 집요한 정 기자. 1000 단위씩 내려가며 검색해 결국 마지막 곡을 찾아냈다. 17697번이었다. 곡명은 장철웅의 '아름다운 인연'.

 

 

음치도 100점 맞을 수 있어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우리는 즐겁게 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자꾸 이보라 기자의 점수가 80점대가 나오더니 급기야 70점까지 내려갔다. 심기가 불편해진 그는 "넌 크게만 부르는데 왜 높게 나오냐"며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맞아. 노래방 점수는 진짜 노래실력하고는 무관한 것 같은데…. 어떻게 점수를 매기는 걸까?'

 

평소에도 노래방 기계의 점수 기준이 궁금했던 우리는 이에 대해 노래방 주인에게 질문을 해보았다. 그는 "좀 크게 부르고 박자 맞고 그러면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답했다.

 

영 궁금증이 풀리지 않아 역시 노래방 업체에 물었다. "박자와 음량에 따라 달라진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노래방 주인 아저씨와 같은 말이다. "마이크를 통해서 인식된 소리가 기계에 들어가면 일단 박자가 맞는지를 테스트해서 점수를 낸다"는 것이다. 음정, 즉 멜로디는 점수에 반영이 안 된다는 말.

 

직접 비교를 해봤다. 정지은 기자는 기교를 부리느라 반 박자 정도 느리게, 혹은 빠르게 불렀다. 중간에 '워우워'와 같은 애드리브·추임새도 넣어가며 열창했다. 결과는 89점. 반대로 이보라 기자는 목소리를 최대한 크게 하는 데 중점을 두고, 박자도 절대 놓치지 않으며 '정직하게' 불렀다. 98점이 나왔다. 실제로 노래를 잘하는 정도와 점수는 크게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결과였다.

 

'서비스 시간' 30분까지 다 부르고 나온 우리는 노래방을 나서며 우리를 도와준 주인 아저씨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아저씨는 우리의 취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신 것은 물론 '서비스 10분'에 성이 안 찬 우리를 위해 20분 서비스를 더 주셨다.

덧붙이는 글 | 정지은·이보라 기자는 <오마이뉴스> 8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노래방,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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