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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사는 부산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유명한 불교계의 거대 사찰이다. 부산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 가봤음직한 범어사는 수많은 전설을 가진 유서 깊은 절이다. 절 규모도 대단하여 부속 암자만 해도 수십 개에 이를 정도이다.

그런데 이 범어사가 거느리고 있는 부속 암자 중에서 그 분위기가 범어사와는 사뭇 다른 암자가 하나 있으니 그게 바로 '범어사 청련암'이다. 푸를 청에 연꽃 연자. 푸른 연꽃이란 사찰의 이름부터가 어딘가 심상찮은 이곳. 먼저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암자라고 하기엔 너무 큰 규모에 한 번 놀랄 것이다. 그리고 절 곳곳에 스며 있는 기묘한 선무도의 분위기 때문에 두 번 놀랄 것이다.

청련암 전경
 청련암 전경
ⓒ 김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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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호당 양익대사. 청련암의 주지 스님으로 계시다가 지난 2006년 5월에 좌탈입망하신 한국 불교 무술의 대가. 선무도로 알려져 있는 불교 무술의 원래 명칭은 '불교금강영관'이며 이는 부처님으로부터 면면히 이어온 승가의 전통 수행법이라고 한다. 이 수행법을 통해 작게는 심신의 안정을, 크게는 깨달음을 향한 구도의 길을 걸을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소중한 불교무술은 1960년대 들어 양익스님이 복구하신 것이다.

양익스님은 지난 1971년 범어사 극락암에 연수원을 설립한 후, 불교 무술 지도법을 개발했다. 그리고 1978년 경 청련암에 금강영관 수련원을 열어 본격적으로 불교무술을 지도하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경주 골굴사 주지 적운스님, 보령 백운사 법천스님, 마산 성덕암 가영스님 등 현대 선무도를 대표하는 스님들이 모두 양익스님으로부터 사사받은 분이라고 한다.

비로자나불의 모습
 비로자나불의 모습
ⓒ 김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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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련암은 우선 입구부터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법당으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두 쌍의 도깨비가 험상궂은 표정으로 이방인들을 위압한다. 그리고 주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길목에는 거대한 용 두 마리가 꼬리를 맞붙힌 채로 여의주를 물고 자신의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신비로운 분위기를 주는 것은 계단 왼편에 세워진 건물 벽에 새겨진 각종 선무도 그림이다. 마치 중국의 소림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스님들의 심오한 무도 모습이 건물 벽에 연속으로 그려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청련암에 들어가면 기존 사찰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기운이 난다.

오륜탑
 오륜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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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련암의 주 법당을 살펴보면 더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법당 밖에서 거대한 불상 2위가 웅장한 자태로 사바대중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대웅전 밖에 부처님을 모신 것은 아마 청련암이 유일하지 않을까? 그 부처님 밑에는 앙증맞은 사자들이 있는 힘껏 좌대를 두 발로 받치고 있었다. 사자의 귀여운 모습에 미소를 보낸 후, 법당 안을 살펴보니 금빛 찬란한 가사를 입은 비로자나불이 천년의 세월을 담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작은 합장 올리고 나서 법당 주변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참, 기이한 일이다. 보통 법당이라면 법당 벽에 부처님의 일생이나 불교 경전의 일부분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청련암 법당 벽에는 온통 기기묘묘한 그림들 뿐이다. 처음 보는 요가자세들과 신통력의 자세들, 보살들의 신묘한 자세들이 법당 주변을 '빙' 둘러싸고 있다. 자세히 보니 심신수련의 다양한 자세들이다. 또한 인간의 육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의 현란한 세계를 다양한 형태로 표현한 것이다.

선무도 자세
 선무도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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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의 세계를 쳐다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오묘한 참선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 같다. 만일 저 그림대로만 한다면 나도 달마대사나 양익 스님 같은 고승의 경지에 들어갈 것만 같다. 신비롭고 기묘한 참선의 깊은 맛을 그 어찌 알겠는가마는.

신비로운 요가자세
 신비로운 요가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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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당을 뒤로 하고 왼편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어느새 나타나는 지장보살의 세계! 호법신장들이 입구를 지키는 이곳은 지상에 펼쳐진 보살의 나라였다. 가운데에 위치한 지장보살을 중심으로 사방의 계단에 갖가지 모습으로 앉아 있는 보살들과 신장, 수호신들의 모습. 노천에서 이렇게 많은 보살상을 보기는 난생 처음이다. 참으로 현묘하고도 아득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4m가 넘는 범어사 일주문을 가볍게 올랐다는 일화가 있는가 하면, 스님에게 도전장을 내민 검도의 고수에게 썩은 나뭇가지로 응수했다는 전설을 가진 양익스님. 범어사 청련암 곳곳에는 이런 양익스님의 선무도 정신이 곳곳에 흐르고 있다.

사찰을 지키는 수호신
 사찰을 지키는 수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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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독특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지닌 범어사 청련암. 이 절을 방문하는 사람은 반드시 미타교 밑을 흐르는 금강 빛의 계곡 수에 세속의 손을 씻어보라. 그러면서 속세에 찌든 몸과 마음의 때를 씻고, 법당에 새겨진 오묘한 자세를 머리속에 그려보라. 그러면 그대도 어느새 선무도의 세계로 천천히 빠져들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함



태그:#청련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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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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