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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옥헌 원림 전경.
 명옥헌 원림 전경.
ⓒ 오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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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망월동을 지나 고서방향으로 들어서는 길가에는 백일홍 나무와 코스모스가 즐비하다. 봉산과 수북 그리고 남면까지 쭉 이어지는 관내 주요 도로의 풍경도 붉은 백일홍 꽃길 세상이다.

이맘 때쯤이면, 담양 전역이 온통 백일홍과 코스모스 물결로 강을 이룬다. 백일홍은 연분홍, 진분홍 고혹한 자태로 길손을 맞이하고, 코스모스는 한들한들 긴 머리를 휘날리며, 눈인사를 건넨다.

지난 17일(일요일)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민간정원으로 백일홍 꽃의 절정을 뽐내고 있는 후산마을의 '명옥헌 원림'을 찾았다. 마을입구에서부터 온통 붉은 세상이다.

 명옥헌 원림에는 약 40여그루의 배롱나무가 있다.
 명옥헌 원림에는 약 40여그루의 배롱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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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옥헌 원림'은 광주에서 승용차로 20여분 거리에 있다. 후산마을은 1180년경 후산이란 사람이 개척한 마을로, 그의 호를 따서 후산이라 칭하였다고 한다. 선조들의 옛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고, 문화재 '명옥헌 원림'과 '인조대왕 계마수'가 자리하고 있어 외지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후산마을 입구에는 마을회관이 고풍스럽게 자리잡고 있고, 수령 800년 된 아름드리 팽나무가 동네 어귀를 수문장처럼 지키고 있다. 또 3그루의 왕버들 거목이 개구리 밥풀로 덮인 녹색 저수지에 긴 팔 담그고서 '생태마을 후산'의 깊은 전설을 고고하게 웅변하고 있다.

마을 입구에서 좌측으로 150여m 들어서니, 조그만 둔덕에 하늘을 찌를 듯이 버티고 있는 거대한 나무(둘레 30m)가 눈에 들어온다. 일명 '인조대왕의 계마수'라고 불리는 900살 된 은행나무다.

 백일홍은 100일동안 피고지고를 반복한다.
 백일홍은 100일동안 피고지고를 반복한다.
ⓒ 오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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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는 1620년 인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 전국으로 인재를 찾아다니다가 이곳에 살고 있던 당대의 풍수대가이자 하늘이 내린 효자로 학식이 뛰어난 명곡 오희도(吳希道. 1583~1623) 선생을 세 번이나 찾아와 은행나무에 말을 매었다 해서 '인조대왕계마수'라 불리게 되었다 한다. 명옥헌 정자에 삼고(三顧)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데, 이는 인조로부터 삼고의 예를 받았다는 뜻이다. 한국판 삼고초려인 셈이다.

선비의 집 마당까지 말을 타고 들어가지 않고 이곳에 말을 매어 둔 것은 존경의 표시로 선비를 예우할 줄 알았던 인조의 깊은 인품을 알 수 있다. 주변에 현대식으로 잘 가꾸어진 그림 같은 집들이 인상적이다. 외지에서 들어온 듯한 흔적이 너무 많이 느껴지는 것이 흠이기는 하지만.

은행나무 오른편으로는 오희도 선생의 생가 터인 도장사가 있으며, 뒤편으로는 노거수가 자리하고 있어 주변의 옛 영화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명옥헌 원림을 찾은 방문객들.
 명옥헌 원림을 찾은 방문객들.
ⓒ 오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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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사는 오희도가 살던 곳이다. 오희도는 10여년간 이곳에 머물면서 오직 후진양성에만 힘을 쏟았다. 도장사는 원래 양산보의 사우였다. 대원군때 '서원철폐령'으로 없어지고 제월당에 신위를 모셨던 것이다.

다시 마을 입구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 약 300m 정도 안으로 들어가니, 붉은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는 '명옥헌 원림'이 부끄럼 타는 처녀의 속살로 반긴다. 자동차도 사람도 만원이다. 사람들은 탄성과 함께 카메라 셔터 누르기에 바쁘다. '명옥헌 원림'의 그림은 한마디로 '아름다운 동화나라'에 온 느낌이다.

전라남도 담양군 고서면 산덕리 후산마을에 있는 이 원림은 목조기와집과 주위 경관을 그대로 살린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민간정원으로 담양 소쇄원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곳이다.

 연못의 아름다움을 부지런히 카메라로 찍고 있는 방문객들.
 연못의 아름다움을 부지런히 카메라로 찍고 있는 방문객들.
ⓒ 오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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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정은 부친 오희도가 살던 곳에 계류를 이용, 위 연못과 아래 연못을 만들고 그 연못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정자인 명옥헌을 지은 것이다. 

'명옥헌 원림'은 1300평이 넘는 넓은 뜰에 아담한 정자와 깨끗한 냇물, 그리 크지 않는 연못, 그리고 연못가의 배롱나무와 노송이 조화를 이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명옥헌 원림'에서 내려다보는 정원은 마치 한폭의 그림 같다. 사각의 연못에 동그란 섬이 있고 섬 위에는 백일홍 몇 그루가 앙증맞게 서 있다.

 백일홍 꽃은 8월에 절정을 이룬다.
 백일홍 꽃은 8월에 절정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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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선계를 나타내는 무릉도원을 연출해낸 아름다운 방지형 사각 연못이다. 이 연못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이라는 우주관과 자연관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연못은 땅을 의미하고 동그란 섬은 하늘을 뜻하며 정자에 앉은 사람과 어우러지면 천지인의 합일을 나타내는 듯하다.

이곳은 조선시대의 전통적인 네모난 연못 가운데 섬을 설치한 지당정(池塘庭)을 도입하였고, 지당 주변은 수많은 배롱(자미)나무를 줄지어 심었다. 방지중도형태의 연못 주위에 7월초부터 피기시작하는 배롱꽃(백일홍)이 9월 초순까지 연못에 투영되며 무릉도원을 만들어내 장관을 이룬다.

'명옥헌 원림'은 인공적으로 산을 쌓고 온갖 괴석을 가져다 놓은 일본이나 중국의 정원과 달리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그 자연의 풍광 속에 정자를 들여앉혀 자연의 미를 이용하는 우리네 정원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명옥헌 원림을 찾은 자동차들..
 명옥헌 원림을 찾은 자동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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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백일홍이라고 불리는 배롱나무는 나무껍질을 손으로 긁으면 잎이 움직인다 해서 '간지럼나무'라고 하기도 하고, 꽃이 질 때쯤 벼가 다 익는다고 해서 '쌀밥나무'라고도 한다.

백일홍은 두 가지가 있다. 화단에 심는 초본성과 나무에 꽃을 피우는 목본성이 그것이다. 두 식물은 사실 식물학적으로는 전혀 다르다. 백일홍은 국화과에 속하는 초본성이고, 목 백일홍은 부처 꽃과에 속하는 목본성이다. 모습을 보아도 두 식물이 왜 같은 이름을 가졌는지 이상할 정도이다. 그것은 꽃철이 한여름 100일 이상 간다는 공통점 때문인 것 같다.

두 식물 모두 작은 꽃들이 차례로 피고 지면서 100일 동안 꽃핀다. 이 꽃이 지면 가을이 오고, 그래서 목 백일홍의 꽃말이 '떠나간 벗을 그리워함'인가 보다. 배롱나무를 많이 심은 이유는 붉은 꽃 색깔로 인해 사악한 것들을 쫓아냄과 동시에 선비들이 잡념을 없애고 학문에 정진하기 위해서인 듯하다.

 후산마을 입구에 짓고 있는 외지인의 한옥집.
 후산마을 입구에 짓고 있는 외지인의 한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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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뒤 소로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조그만 언덕 위에 정자가 눈에 들어온다. '명옥헌'이다. 정철의 아들 기암(畸庵) 정홍명(鄭弘溟 1592∼1650(선조 25∼효종1)의 <명옥헌기>에 따르면, '명옥헌'이란 이름은 정자 위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마치 옥이 부서지는 소리 같다고 한 데서 붙여졌다고 한다. 우암 송시열이 계곡 바위에 새긴 '명옥헌'이라 는 글귀가 지금도 선명하게 보인다.

후산마을은 지금 여름나기에 한창이다. 산과 들은 온통 초록 물결과 수확의 손길을 기다리는 풍성한 먹을거리들로 출렁이고, 마을 입구에서부터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 연분홍 진분홍 백일홍 꽃잎들은 붉은 속살 훤히 드러내놓고 화려한 춤사위를 펼치고 있다.

이밖에도 후산마을에는 1만여평의 연방죽과 연꽃, 지천에 널려 있는 수백 종의 이름 모를 풀과 꽃들, 산과 들을 온통 뒤덮고 있는 감나무와 포도밭 등이 후산마을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을 오랫동안 붙잡고 있다.

 마을 입구 저수지에 있는 왕버드나무.
 마을 입구 저수지에 있는 왕버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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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호남고속국도에서 동광주 나들목으로 나가 광주교도소, 국립5·18민주묘지 입구를 거쳐 담양 고서 사거리에서 창평 방면으로 1.5㎞ 정도 가면 오른쪽으로 ‘명옥헌 원림 입구’를 알리는 표지판이 나온다. 이곳에서 약 1㎞ 정도로 안으로 들어오면 후산마을이다.



태그:#명옥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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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자인 공무원으로서, 또 문학을 사랑하는 시인과 불우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또 다른 삶의 즐거움으로 알고 사는 청소년선도위원으로서 지역발전과 이웃을 위한 사랑나눔과 아름다운 일들을 찾아 알리고 싶어 기자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우리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아기자기한 일, 시정소식, 미담사례, 자원봉사 활동, 체험사례 등 밝고 가치있는 기사들을 취재하여 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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