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겉그림
▲ <하나님의 정치-기독교와 정치에 관한 새로운 비전> 겉그림
ⓒ 청림출판

관련사진보기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창세기 1:27/개역개정판) 사람을 만드신 하나님에 대한 믿음은 가히 절대 신앙이라 할 만하다. 아니, 그것은 분명 절대 신앙이다. 그런데,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이들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의 독특한 방식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말을 바꾸어 설명하면, 오직 하나님만 주목하는 신앙은 기꺼이 인정하는 반면 하나님이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주목하시는 것은 경우에 따라 선별하여 받아들이는 일이 적지 않다.

정교분리, 이것은 이 시대 거의 모든 국가에서 받아들이는 원칙 중 한 가지이다. 공공원칙 또는 공공이익을 추구하는 정치세계와 절대 신앙을 바탕으로 유일 원칙에 따라 형성되는 종교세계는 분명 서로 어긋나기 쉽다. 차라리 서로 상대방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사이라 하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이겠다.

그런데, 정치와 종교(저자가 기독교인이므로, 이 책에서는 주로 기독교를 지칭하는 표현이다)가 그토록 철저히 서로 등을 지고 외면해야 하는 관계인가. 그 둘은 ‘물과 기름’ 사이이던가.

하나님이 이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없는 구조, 아니 하나님이 이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을 교묘하게 방해하는 인간의 사회 활동(결국, 이는 ‘정치’를 말한다)에 대해서 우리는 분명 무언가를 말해야 한다. 미국 기독교계의 대표적인 사회 활동가 짐 월리스가 지은 <하나님의 정치>는 바로 이 같은 어이없는 사회 구조를 거부하고 나아가 대안을 제시하는 책이다. 말하자면, 믿음(종교)과 사회적 삶(정치)은 결코 나누어 설명할 수 없다는 게 <하나님의 정치>가 말하는 바의 핵심이다.

“예언은 미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선지자들은 현재를 진단하고 올바른 해결로 가는 길을 제시한다. 오늘날 정치는 절박한 사회 문제들을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폭로하는 것이 세상의 모든 위대한 종교 속에 있는 ‘예언자적 전통’이다. 현재 우리가 택해야 하는 이데올로기적 선택 사항들은 평범한 시민들을 공적 삶으로 끌어낼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가히 역대 최악이라 할 만하다. 사람들이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그들의 가치를 대변해 주는 대상이 없다는 말이다. 이는 심각한 정치적 위기이다. 우리에겐 더 나은 선택 사항이 시급하다.”(<하나님의 정치>, 113)

예언자적 정치가 정치의 부패를 막는다

‘하나님의 정치’는 기독교계에서는 거의 입 밖으로 표현되지 않는 말 중 한 가지이다. 최대한 삼가야 할 말 중 한 가지라고 보면 된다. 왜냐하면, 적지 않은 이들이 그것이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도전이 되거나 신앙의 순수성을 더럽히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추천의 글>을 쓴 홍세화가 말했듯, ‘하나님의 사랑’이나 ‘하나님의 은혜’라는 말은 자주 들어봤어도 ‘하나님의 정치’라는 말은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기독교 신앙의 공공성을 확신하고 그 확신(믿음)대로 행동하는 짐 월리스에겐 이 말이 결코 낯설지 않다. 공익 또는 공공성과 관련하여 기독교가 분명한 태도와 행동으로 이 시대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짐 월리스의 기본자세이며 이 책을 휘감는 절대 원칙이다. 참고로, 이 원칙과 그 실제 표현 수위에 대한 찬반 논란은 독자들에게 맡기고 여기서는 그의 말에 집중하자.

“크리스천이라면 누구나 이 세상에서 추구할 소명을 얻어 그리스도께 충성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하나님이 주신 의로운 사명으로 충만한 국가와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직책을 수행한다고 믿는 대통령은 신학적으로 매우 불안정해지기 쉽다. (…) 올바른 믿음이라면 더 깊은, 심지어 자기 비판적인 고민으로까지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부시는 종교 안에서 우리 인간들이 덥석 받아들이곤 하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섣부른 확신이다.”(이 책, 192)

짐 월리스는 기독교의 사회 참여, 또는 기독교의 사회적 소명과 책임에 대해서 결코 불분명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반복하지만, 그것은 그에게 절대 원칙이다. 그러나 그는 기독교의 사회 참여와 책임 방식에 선을 긋고 틈틈이 충고하기를 잊지 않는다. 왜곡된 신앙이 불러일으키는 ‘섣부른 확신’과 그 행동을 그는 결코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조지 부시의 신앙 자체를 무시하지 않으면서 그의 비뚤어진 신앙적 행동에 대해서도 지적하길 잊지 않는다.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이 땅에서 구체적으로 표현되기를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는 하나님의 진리가 시대의 논의와 현실에 뚜렷하게 참여하길 바란다. 왜냐하면, 그는 하나님의 진리가 그 자체로 공공성을 지니며 이 세상에서 표현될 때는 더더욱 분명하게 공공성을 띄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정치'는 있는가? 짐 월리스 왈, "있다"

<하나님의 정치>가 ‘바람의 방향을 바꾸라’(1부)는 말로 시작하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사회적 삶(정치)은 물론 (기독교)신앙마저 온통 한쪽(우파)으로 쏠리는 현상을 가볍게 보지 않는 그의 신앙은 그 기초부터 현실적이며 구체적이다. 그렇다고 그가 한쪽으로 쏠린 신앙을 다른 한쪽으로 몰아가려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그는 ‘믿음을 되찾자’(1부 1장)고 말하며 기독교의 정치 참여, 사회 참여에 공공성(이것을 단순히 중립성과 비슷한 말로 이해하면 곤란하다)을 부여하기 위해 더욱 노력한다.

기독교의 공공성과 사회 참여 수준을 더욱 폭넓게 하려는 그의 노력은 <하나님의 정치>에서 많은 공공분야와 기독교의 관계를 다루게 했다. 1부('바랑의 방향을 바꾸라')와 2부(‘불평의 정치를 넘어서’)에서 기독교와 정치의 관계를 살핀 그는, 국제 관계(3부), 경제 정의(4부), 사회 문제(5부)에 대해서 기독교적 가치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다루기에 이르렀다. 책은 6부('영적 가치와 사회 변화')까지 이어진다.

그는 무거운 사회 현실에 냉소를 보내기보다 희망을 노래하고 표현하자고 하는 충고와 조언(21장 ‘중요한 선택: 희망이냐 냉소냐’)으로 이 책을 마무리했다. ‘우리가 기다려 온 인물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라고 말하는 에필로그는 그의 주장과 확신을 한 마디로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기독교의 공공성에 대한 그의 확신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하나님 편인가?”는 “하나님이 우리 편인가?”보다 언제나 좋은 질문이었다. 종교는 늘 미국 정치의 일부였고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좋은 질문은 “종교적 가치가 정치적 담론을 형성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종교적 가치를 어떻게 정치적 담론으로 형성할 것인가?”이다.”(이 책, 105)

노파심에서 한 마디 하자면, 기독교인 짐 월리스의 신앙은 결코 편협하거나 독단적이지 않다. 물론 그가 자기 신앙을 어정쩡하게 뭉그러뜨려 표현하는 일은 없다. 그가 기독교인 곧그리스도인(=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그의 기독교적 공공성은 한 공동체를 이루는 모든 구성원에 대해 예의를 잃지 않을 뿐이다. 짐 월리스와 같은 기독교인인 나는, 기독교적 공공성과 분명한 신앙이 결코 괴리감을 겪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물론 그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리라는 점 역시 내심 확신한다.

“하나님은 개인적이지만 사적이지는 않다. 성경이 보여주는 하나님은 매우 공적이다”

그렇다, 그가 지닌 기독교 신앙의 핵심에는 ‘하나님은 공적이다’가 자리 잡고 있다. 물론 ‘매우’라는 말을 일부러라도 넣어주는 게 좋겠다. ‘제국의 신학’을 거부하고, 가난과 전쟁의 상관성을 깊이 탐구하고, 낙태나 사형 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생명 윤리를 적용하는 짐 월리스의 신앙은 아무리 보아도 공공성을 잃지 않는다.

그는 ‘후기’에서 ‘독백은 끝났다’고 말했다. 이는 “종교 우파의 독백은 마침내 끝이 나고 새로운 대화가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아, 그런데 그것이 지금 여기 대한민국 땅과 하늘 위에도 적용가능한 말인가. 그가 마지막 잉크를 떨어뜨릴 때 우리는 새로운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조지 부시가 독단적이고 편협한 (국제) 정치를 거듭해가던 시기에 나온 이 책은 이제 우리에게 한국판 ‘하나님의 정치’를 질문으로 던져준다. 바람의 방향을 바꿀 필요성을 날마다 느끼는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서 그의 오랜 고민과 탐구(3장 제목)는 정말이지 긴박한 현실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온다.

‘하나님의 정치는 있는가: 하나님은 개인적이지만 사적이지는 않다’

덧붙이는 글 | <하나님의 정치-기독교와 정치에 관한 새로운 비전> 짐 월리스 지음. 정성묵 옮김. 청림출판, 2008. 22000원
(원서) God's Politics by Jim Wallis(2005)



하나님의 정치 (양장) - 기독교와 정치에 관한 새로운 비전

짐 월리스 지음, 정성묵 옮김, 청림출판(2008)


태그:#하나님의 정치, #짐 월리스, #기독교, #정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