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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14일 낮 12시 35분]

 

민주당에 '사정의 손길'이 하나 둘 뻗쳐오기 시작하면서 당 지도부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최근 잇달아 터져 나온 권력형 비리를 덮기 위한 여권의 '물타기 사정', '기획 수사'라는 것이다.

 

김재윤 의원(제주 서귀포)이 제주도에 의료재단 유치와 관련 수사선상에 오른 데 이어 이번에는 '민주당 지도부와 야당 국회의원'이 지방자치단체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검찰로부터 흘러나왔다.

 

<조선일보>는 14일 "전주지검에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진억(68) 임실군수가 구명 로비를 위해 민주당 지도부와 야당 국회의원 등에게 억대의 금품을 제공한 단서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또 검찰이 김 군수에 대해 관내 상수도 확장공사와 관련해 건설업자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수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전했다. 김 군수는 지난 2004년 재보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됐으며, 2006년 지방선거에서도 역시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이 보도는 사실상 정세균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가 적시돼 있고, 임실이 정 대표의 지역구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 "일고의 가치도 없다"

 

정세균 대표는 강력반발하고 있다. 정 대표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일고의 가치도 없다,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면서 "무소속인 김 군수가 내게 구명 로비를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김재윤 의원은 이미 대검 중앙수사부로부터 출석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검찰은 김 의원과 그의 동생이 제주도에 일본 의료재단법인 유치를 추진해 온 항암치료제 개발업체 N사로부터 병원 개설 인허가 및 관련법 개정 로비 명목으로 작년 7월경에 3억원을 받은 혐의를 두고 있다.

 

검찰은 N사에 취직한 동생(40)이 제주특별자치도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인허가 관련 로비를 맡았다는 혐의를 두고 김 의원의 동생을 체포해 조사한 뒤 일단 귀가시켰으며, 김 의원이 검찰 출석을 거부할 경우 구속영장이나 체포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윤 의원은 검찰이 혐의를 두고 있는 3억원에 대해 "차용증을 쓰고 수표로 빌린 돈"이라며 "로비자금을 1억원짜리 수표로 받겠느냐"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14일 오전 국회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2001년 시작한 평화박물관 운영사업 등과 관련해 채무변제 독촉을 받던 중 N사 김아무개 회장에게 빌린 돈"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김 회장측으로부터 빠른 시일안에 돈을 갚으라는 독촉을 받고 있었다"며 빌린 돈임을 강조했다.빌린 돈의 이자에 대해서는 "돈 갚을 때 함께 변제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에서는 빌린 돈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의원은 또 "제주도 외국영리의료법인 설립에 대해서는 이미 관련법이 통과돼 있었기 때문에 로비 대상이 될 수 없었고, 오히려 제주도가 유치를 위해 나서야 할 상황이었다"며 "사업 자체도 N사와 일본업체가 투자를 포기해 결국 무산됐다"고 밝혔다.

 

동생에 대해서는 "학부에서 유전공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도움이 될 것 같아, 학원을 내려던 것을 설득해서 취직을 시켰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검찰 조사에 대해서는 "지도부와 상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윤 "차용증 쓰고 3억 빌린 것 뿐"...민주당 "여권사건 감추려는 물타기"

 

민주당도 표적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14일 오전 당 회의에서 "서울시의회 돈살포 사건, 언니게이트, 군납비리 사건 등 여당의 3대사건은 금용조사부,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중인데, 유독 제주에서 일어난 사건을 대검 중수부에서 조사하는 것은 야당 탄압의 실례"라며 "여권의 비리사건을 감추기 위한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김 의원은 쇠고기 재협상 청문회에서 정부의 무능을 질타한 대표적 의원이고, 촛불시위에서 경찰의 무력진압에 대해 국민보호 활동에 가장 앞장섰고, 언론장악에 맞서 민주언론을 수호하는데 고군분투해왔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일 것"이라며 "민주당은 김 의원의 무고함이 입증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는 또, "제주자치도가 외국영리법인병원 유치를 위해 나서고 있지만 로비를 받으면서 인허가를 내줄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내용의 제주 <한라일보>14일자 기사를 소개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 사건들이 지난 12일 이명박 대통령의 '사정 발언' 직후 터져나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의 오찬회동에서 최근 여권의 비리 의혹 사건을 언급하면서 "이런 비리 사건에 대해 앞으로 관련자의 지위고하와 소속 여부를 막론하고 사정기관에서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즉각 민주당 비판에 나섰다. 차명진 대변인은 "10년 정권의 적폐가 하나 둘 파헤쳐지고 있다"면서 "말로는 서민·중산층을 위한다면서 뒤로는 뒷통수를 때리는 자들의 본색이 드러나고 있다"고 맹공했다. 이어 "남 눈의 가시를 흉볼 것이 아니라 내 눈의 들보를 살펴야 할 때가 됐다"며 "검찰은 과거 정권의 비리의혹에 대해 사명감을 갖고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김재윤, #정세균,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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