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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하늘 넓은 들판이 시원한 여름 풍경을 그려낸다.
▲ 농촌의 여름풍경 맑은 하늘 넓은 들판이 시원한 여름 풍경을 그려낸다.
ⓒ 이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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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이 짙게 물든 농촌의 여름은 뜨겁고 시끄럽고 고요하다. 작열하는 태양이 뜨겁다 못해 바쁜 일손을 멈추게 한다. 그런가 하면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노래 부르는 매미소리에 멀미가 날 지경이다. 어디 그뿐인가. 너무 더워서 사람들이 시원한 곳으로 대피하여 마을마다 고요가 진을 치고 있다. 여름 한복판에 서 있는 팔월의 농촌 풍경이다.

덥다고 방에만 있을 수는 없는 일, 카메라를 메고 농촌풍경을 담기 위해 길을 나섰다. 가급적 산골마을 한적한 곳을 찾아다니며 이열치열로 여름을 이겨낼 생각이다. 막상 길을 나서고 보니 더위가 장난이 아니다. 뜨거운 태양이 모기처럼 여기저기 쏘아대는 통에 몸이 근질근질하고 따갑다. 땀은 왜 이렇게 흘러내리는지. 사진 찍는 일이 고행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좋아서 하는 취미생활이니 나름 행복하다. 

한참 사진을 찍고 보니 팔뚝이 시뻘겋다. 아뿔사! 선크림을 바르는 것을 잊어버렸다. 얼굴만 신경 써서 두껍게 선크림을 발라주었지, 반팔 옷을 입은 팔뚝이 맨살을 그대로 드러내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너무 흔해서 눈여겨 보지 않는 풀이지만 개망초와 하늘이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 개망초와 하늘 너무 흔해서 눈여겨 보지 않는 풀이지만 개망초와 하늘이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 이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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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마을 정겨운 여름 풍경
▲ 농촌의 여름풍경 산골마을 정겨운 여름 풍경
ⓒ 이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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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여름풍경을 스케치하기 위해 며칠 동안 충남 연기군, 공주시, 충북 청주공항 근처까지 산골 마을을 찾아 다녔다. 여름이 다 가기 전에 시원한 녹색 옷을 입은 농촌풍경을 사진으로 담기 위함이다. 공주시 의당면을 지날 즈음 아기자기한 다락 논이 보인다. 한쪽은 경지정리가 되었는지 고르게 네모진 반면, 다른 한쪽은 고향의 이웃집 아주머니 마음처럼 둥글둥글하다.

시골집 툇마루에 놓여진 농약통
▲ 농약통 시골집 툇마루에 놓여진 농약통
ⓒ 이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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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 툇마루에는 농약 통이 놓여있다. 예전에는 무거운 농약 통을 지고 농부들이 농약을 했는데 이곳에서 본 농약 통은 가벼운 플라스틱이다. 이 농약 통은 어깨에 메고 한손으로는 분무질을 하고 다른 한 손으로 논이나 밭에 농약을 뿌린다.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밭에 농약을 칠 때 많이 보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농촌의 농기구들이 많이 발달하여 기계를 이용하는 이들도 많고 경운기를 이용해서 농사일을 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약통을 어깨에 메고 일일이 걸어 다니며 그 넓은 들판에 농약을 치던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요즘 분무질을 하면서 약을 주는 경우는 작은 텃밭이나 주변의 잡 풀 제거를 할 때다.

꽃이 핀 들녘을 모녀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정답게 걷고 있다.
▲ 농촌풍경 꽃이 핀 들녘을 모녀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정답게 걷고 있다.
ⓒ 이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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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에서 조치원 쪽으로 들어서자 커다란 정자에서 어르신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곳은 연기군 서면 청라1구 마을이다. 마을 한 복판에 커다란 느티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어 마을 사람들이 여름이면 더위를 식히며 휴식을 취한다. 휘 늘어진 가지에 푸른 잎은 바람결 따라 부채질을 하고 매미는 여름노래를 열창중이다. 사방이 탁 트이고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한여름에도 무척 시원하다. 나도 이곳에서 어르신들과 잠시 휴식을 취해본다.

호박넝쿨과 봉숭아가 어우러진 멋진 시골 돌담.
▲ 돌담 호박넝쿨과 봉숭아가 어우러진 멋진 시골 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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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넝쿨에 애호박이 귀엽게 열려있다.
▲ 애호박 호박 넝쿨에 애호박이 귀엽게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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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이 느티나무 그늘에 있는 정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정자 마을 사람들이 느티나무 그늘에 있는 정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이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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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마을 어느 곳에서 볼 수 있는 느티나무 그늘, 그곳에서 시원한 여름을 보내는 조상님들의 슬기를 느끼며 마을을 나오려는데 돌담이 보인다. 돌담을 휘감은 단 호박넝쿨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있다. 그 옆에 봉선화가 돌담 사이로 피어있다. 정겨운 시골의 모습에 반해 한참을 바라본다. 너무나 정겨운 모습이다. 아니 아름답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돌담에 아무렇게나 얹혀 있는 호박넝쿨이나 무겁게 매달려 있는 단 호박의 모습, 흙이 아닌 딱딱한 돌담 사이로 피어난 봉선화, 그들의 모습이 대견하다. 함께 어울려 완벽한 고향의 모습을 그려준다. 아무렇지 않은 듯 어우러진 돌담에서 이처럼 커다란 행복을 얻게 될 줄이야.

농촌 들녘에 원두막이 서 있고 그곳을 개가 지키고 있다.
▲ 원두막 농촌 들녘에 원두막이 서 있고 그곳을 개가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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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메고 세상 속으로 떠나보자. 굳이 전문가용 카메라일 필요는 없다. 집에서 잠자고 있는 똑딱 카메라(디지털카메라)도 길을 나서면 훌륭한 친구가 되어준다. 작은 일상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고 벗이 되어주는 카메라가 있어 행복한 순간이다. 행복하다 생각하니 시끄럽게 소음으로 들리던 매미소리가 즐거운 여름 노래 소리로 들려온다. 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나무끝에 앉아 쉬고 있는 잠자리 모습
▲ 잠자리 나무끝에 앉아 쉬고 있는 잠자리 모습
ⓒ 이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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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랗게 펼쳐진 농촌 들녘에서 빙빙 도는 잠자리 떼, 한 마리가 세상이 어지러운 듯 잠시 날개를 접고 쉬고 있다. 빨간 고추잠자리가 수놓아진 하늘이 그림 같다. 어찌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어디 잠깐이라도 앉아주면 좋으련만 훨훨 창공을 날기에 바쁘다. 농촌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다보니 고향의 포근한 모습이 떠오른다.

친구들과 구슬치기, 자치기, 제기차기, 삔치기, 딱지치기, 공기놀이 하며 놀던 그 시절이 슬그머니 그리워진다. 이제는 모두들 고향을 떠나 타향에서 중년의 모습으로 살고 있을 친구들, 그들은 지금도 고향의 모습을 그리며 살고 있을까?

옷을 벗은 매미는 간곳없고 껍질만 나뭇잎에 안쓰럽게 매달려 있다.
▲ 매미 껍질 옷을 벗은 매미는 간곳없고 껍질만 나뭇잎에 안쓰럽게 매달려 있다.
ⓒ 이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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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농촌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름대로 깨달음을 얻게 된다. 들려오는 매미소리를 시끄러운 소음으로 듣기 보다는 노래 소리로 들어야 함을 느낀다. 그들은 분명 여름 노래를 부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곡식 하나하나에 농민들의 땀방울이 맺혀있음을 알고 고마움을 느껴본다. 이 무더운 뙤약볕에서 한 톨의 곡식을 위해 애씀을 알기 때문이다. 많은 어려움속에서도 묵묵히 고향을 지키는 농촌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가는 곳마다 버선발로 달려 나와 반겨줄 것만 같은 포근한 고향의 모습, 멋스럽고 정감 있는 여름 농촌 풍경에 빠져본다. 농촌 풍경을 스케치하면서 일상에서 고마움을 느끼고 감동할 줄 아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피부로 느껴본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농촌, #여름풍경,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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