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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부 탈의실  본관 건물 1층에 자리한 광부들의 탈의실. 대부분의 옷장이 잠겨 있지만 그들의 땀냄새와 북적거리던 당시의 모습이 연상된다

옛 동원탄좌 사북광업소 부지 이곳에서 지난 8월 1일부터 3일까지 사북석탄문화제가 열렸다.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이 본관이고, 정면이 권양기, 오른쪽 높게 솟은게 이 지역의 상징인 수갱(shaft)이다

무더위가 한창이었던 지난 1일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에 다녀왔다. 올해로 14회째를 맞이하는 '사북석탄문화제'를 보기 위해 아침 일찍 서둘러 집을 나섰다. 영동 고속도로는 새벽부터 피서철을 맞아 동해안으로 떠나는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마치 승용차로 긴 기차 행렬을 이룬 것 같았다.

 

사북석탄문화제는 폐광지역의 독특한 지역문화행사로써 주민화합과 이제는 사라져가는 탄광지역의 고유문화를 보전하고자 하는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주민의 행사'다. 이제까지 '사북읍'에서 벌이던 축제를 올해엔 강원랜드 바로 밑 옛 동원탄좌 사북광업소를 행사의 주무대로 활용하고 있었다.

 

이 모습은 이 일대를 '탄광문화관광촌'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주민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탄광문화관광촌은 옛 동원탄좌 사북광업소 부지를 통째로 열린공간박물관(open air museum)으로 바꿔 지역주민에게 자긍심과 일자리를 동시에 충족시키고자 하는 새로운 방식의 마을만들기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광부 탈의실  본관건물 1층에 자리한 광부들의 탈의실이다. 맞은편 샤워장에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던 곳이다. 약 1000여개의 개인 사물함이 있다.

전시된 자료를 관람하는 관광객들 가족단위의 관광객이 많았다. 이들은 전시된 유물들을 신기하다는듯 쳐다본다. 1969년 당시 월급 3,800원.

전직 광부할아버지 올해 68세이신 이 할아버지는 탄가루로 인해 후두암에 걸려 수술을 하셨다. 음성을 잃어 독특한 기계장치를 통해 말을 하신다. 과거를 회상하시며 눈물을 흘리셨다.

 

총 3일에 걸쳐 진행된 이번 행사는 첫째날 개막식과 주민한마당잔치를, 둘째날 연탄만들기, 연탄역도대회, 나르기, 달리기, 갱목자르기 등 탄광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민속경기(?)를, 셋째날엔 예술공연 및 폐막식이 진행됐다. 무엇보다도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것은 첫째날 이루어졌던 탄광지역의 문화체험 행사다.

 

오후 6시에 개막행사가 시작함에도 불구하고 오전 10시부터 밀어닥친 관광객들로 인해 옛동원탄좌 사북광업소 본관건물을 일찍 개방할 수밖에 없었다. 관광객들은 각종 굴진장비, 탈의실, 1000여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었던 광부목욕탕, 배터리 충전실, 각종 탄광사진, 60년대 말부터 90년대까지 한 광부가 기증한 월급봉투의 변천사 등 수많은 전시물을 보고 감탄했다.  

 

인차를 타고 입갱하는 모습 레일을 다시 잇고, 닫았던 갱구를 열어 석탄대신 사람을 싣고 갱도 안으로 들어간다. 이런 체험은 이 곳에서만이 유일하다.

사북석탄문화제를 기획한 전주익씨 사북번영회 산하 석탄유물보조위의 전주익씨는 정말 이 지역의 보배다. 아마 지금쯤 과로로 쓰러졌을게다.

 

"정말이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우리딸이 초등학생인데 연탄이 뭔지도 몰라요. 여기 오니까 연탄이 뭔지, 어떻게 만드는지…. 관광이 아니라 교육적으로 너무나도 중요한 것 같아요. 정말 앞으로 자주 와야 겠어요." (인천에서 온 가정주부)

 

"폐광이 돼서 모든 게 없어진 줄 알았어요. 이 많은 것들을 수집하고, 정리한 분들이 너무나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의를 표합니다. 감동적입니다." (강원랜드에 놀러온 한 가족)

 

"정말 눈물이 납니다. 내가 후두암으로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습니다. 기계에 의존해야 말을 할 수 있습니다. 내 손으로 쓸고 닦고 했던 그 건물입니다. 저것도 내가 옛날 사용했던 배터리입니다." (사북광업소에서 근무했던 70대 할아버지)

 

"우리 바깥 양반이 여기에서 근무했습니다. 난 지금 여기 처음 와 봅니다. 그 당시 여자들은 광업소에 얼씬도 못했습니다. 아침에 치마입은 여자가 입갱하는 광부를 지나가면 그날 작업을 하지 않았더랬습니다. 위험한 곳이라 미신도 참 많았습니다, 우리 남편이 지금 병원에 있는데 몸이 성해지면 꼭 데리고 와야 겠습니다." (원주에 사는 70대 할머니)

 

많은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벌어진 일이 먼 옛날 구석기시대 얘기가 아닌 우리 아버지, 어머니 세대의 얘기라는 사실에 더욱 공감하였다. 특히 건물의 벽면에 아직도 탄가루가 남아있고, 본관 건너편에 산처럼 높이 쌓인 폐석더미를 보고 모두들 '그저 커다란 산인줄만 알았'노라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 끊어진 레일을 다시 이어 650 갱구에 인차를 타고 갱도안을 직접 들어가 보는 체험은 이날 행사의 백미였다. 덜컹덜컹하는 인차를 전직광부가 직접 몰고, 안전모를 쓴 채 갱구에 들어간 관광객은 그 갱도 안의 서늘함에 놀랐고, 전직광부가 설명하는 내용을 듣고 두 번 놀랐다. 관광객이 서있는 바로 그 아래서 과거 60~70년대 수많은 산업전사들이 목숨을 담보로 일을 했다는 사실에….

 

전직광부 심호영씨 관광객들을 태우는 인차를 모는 심호영씨. 다시 일자리를 얻은 기쁨에 그 어느때보다도 웃음기 가득한 얼굴이다.

 

이날 행사를 준비한 많은 사북주민들 가운데, 특히 사북번영회 산하 '석탄유물보존위'의 활동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유물보존위의 핵심 멤버 가운데 한 사람인 전주익씨의 얘기를 들어보자.

 

"정말이지 시간만 좀 있었으면 더 멋진 행사를 할 수 있었는데 준비기간이 촉박해 아쉽습니다.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체험거리와 이벤트들이 저의 머릿속에 있는데 이것들을 모두 풀어낼 수 있는 여건이 되질 않았습니다. 어쨌든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고 내일은 더욱 멋진 행사를 기획하겠습니다. 내년에는 더욱 알찬 행사가 될 겁니다."

 

예컨대 서양이 200년 동안 했던 일을 우리는 불과 50년 만에 해치웠다. 특정산업이 흥하고 망하는 이른바 '산업생명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구산업들(old industries)의 경우 이제 기로에 서있다. 불과 40년 전만 해도 누가 석탄산업이 쇠락할 것이라 예측했겠는가!

 

그사이 우리는 많은 것을 얻은 반면에 또한 많은 것을 잃었다. 그 중에는 잊지 말아야 할 것들도 있다. 그것은 우리의 선배들이 산업전사, 산업역군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인생의 막장'이라는 곳에서 땀 흘려 일한 대가로 우리가 오늘의 풍요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밤이 깊어가고 갑자기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어둠을 밝혀주는 불꽃처럼 폐광지역의 희망이 될 탄광문화관광촌의 앞날을 기대해본다.

 

불꽃놀이 개막식에 이은 불꽃놀이. 어두운 하늘을 밝히는 불꽃처럼 탄광문화관광촌의 앞날을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사북석탄문화제를 준비하시 사북지역 모든 주민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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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군 사북읍에서 산업+문화유산연구소를 운영중입니다. 폐광지역의 산업유산에 대한 연구와 이를 활용한 박물관, 산업유산 루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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