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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뮤지컬로 젊은 연인들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멜로극이다.
▲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창작 뮤지컬로 젊은 연인들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멜로극이다.
ⓒ 성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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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열연과 멋진 노래가 펼쳐질 때마다 관객들의 박수는 끊이지 않았다. 그들은 배우들의 연기에 쏙 빠져드는 표정이었다. 이윽고 두 시간여의 공연이 끝나는 순간, 그때서야 연극의 몰입에서 풀린 관객들의 아쉬운 탄식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어지는 배우들의 무대인사. 1000여명의 관객들은 큰 함성을 내지르며 함께 환호했고, 배우들은 멋진 엔딩 세리모니를 펼치며, 관객들의 호응에 화답했다. 관객들의 표정에는 멋진 작품에 대한 만족감이 배어 있었다.

지난 25일 막을 올린 거창국제연극제의 개막작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는 공연이 이어지는 3일 내내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받으며, 거창국제연극제의 오프닝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재미있다는 입소문은 소문이 아닌 단순한 소문이 아닌 사실 그대로였다. 

야외극에 맞게 만들어진 연극은 아니었지만 실내 소극장의 닫힌 공간에서 야외의 열린 공간으로 나온 뮤지컬의 폭발성은 비교적 커 보였다. 야외극장에서는 처음 공연이었다는 이 작품은 무대에 선 배우들과 지켜보는 관객들을 끊임없이 소통시켰다. 기존 대학로 공연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감흥이었다는 것이 관객들과 배우들의 반응이었다.

대학로에서 공연을 관람하고 거창연극제에서도 공연을 본 황대식씨는 “조명과 음향은 실내공연이 더 나았지만, 야외공연에서는 뮤지컬을 보는 관객들과 배우들이 같이 호흡을 하고, 또한 배우들도 관객들의 흥을 돋우기 위한 모습도 보였다”면서 “위를 보면 맑은 하늘에 별이 보이고, 정면에는 좋은 공연과 같이 호흡하는 관객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맑은 하늘 별을 보며 함께 호흡하던 관객과 배우

페르수로 부터 버림을 받은 캣츠비에게 마술처럼 나타난 C급 애인 선
▲ 캣츠비와 선 페르수로 부터 버림을 받은 캣츠비에게 마술처럼 나타난 C급 애인 선
ⓒ 성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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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위대한 캣츠비>는 올해 4월 시즌3 버전으로 재정비돼 대학로에서 오픈런(페막일을 따로 정하지 않고 공연)중인 작품이다. 지난해 3월 초연한 이래 1년 만에 450회 이상의 공연과 관객 수 7만 명을 돌파했고, 아직까지도 관객들의 관심이 줄지 않고 있는 대학로의 흥행작이다.

인터넷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며 2005년 대한민국 만화대상을 받은 강도하씨의 동명만화<위대한 캣츠비>가 원작인 이 작품은 연출가 박근형씨의 손을 거치며 멋진 뮤지컬로 탄생했다. 라이선스 뮤지컬이 대다수의 공연 무대를 장악한 현실에서 1년 넘게 장기공연을 이어가며 창작 뮤지컬의 효자노릇도 하고 있다.

작품을 연출한 박근형씨는 1999년 그해 연극계의 모든 상을 휩쓴 이래 2005년 올해의 연극상, 2006년 대산 문학상과 올해의 예술상을 수상한 연극계의 주목받는 차세대 연출가. 작품성과 흥행성을 갖춘 인물로 꼽힐 만큼 무대위에 표현해 놓은 그 나름의 양식과 어법은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작품을 거창국제연극제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종일 집행위원장은 “춤이 있고 즐겁고 이야기가 있는 작품”이며 “재미도 있고 대중성과 작품성이 결합된 멋진 뮤지컬”이라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종일 위원장의 칭찬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었던 듯 대학로에서 거창으로 잠시 옮긴 배우들은 야외극장에서 열연을 선보였고, 공연이 펼쳐진 기간 동안 내내 관객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31일 찾은 대학로의 공연 현장 또한 250석 정도 되는 극장을 거의 채울 만큼 작품의 인기는 큰 편이었다. 이 작품의 주연을 맡은 배우 지니씨는 “한번 보고 또 보러 오는 관객들이 많을 만큼 작품의 매력이 상당하다”며 관객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뮤지컬이라고 자랑했다. 극단 관계자 또한 “큰 변수가 없는 한 연말까지는 이어질 것 같다”면서 “평일에도 80~90%좌석이 매진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첫사랑에 대한 추억, 젊은 연인들의 여린 사랑

오래된 연인 캣츠비를 버리고 재혼남 부르독과 결혼한 페르수
▲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오래된 연인 캣츠비를 버리고 재혼남 부르독과 결혼한 페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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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관객들은 이 작품에 왜 그렇게 열광할까?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는 ‘사랑은 무엇이고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를 묻는 연극이다. 가볍고 웃기는 이야기가 아닌 사랑과 미련, 집착에 대한 멜로드라마이기도 하다.

그래서 캣츠비, 하운드, 페르수, 선 등의 등장인물과 그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스토리라인에는 사랑과 우정, 만남과 이별, 배신과 상처 등 멜로적 요소가 모두 담겨있다. 떠나간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오래된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그 사랑에 대한 미련과 욕심을 그려낸다. 가볍고 우스운 이야기가 아니면 흥행이 어려운 요즘 현실에서 탄탄한 드라마적 구성에 담긴 젊은 연인들의 여린 사랑이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스물여섯 캣츠비, 하는 일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그는 대학 동창 하운드의 집에 얹혀사는 백수일 뿐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사귄 지 6년 된 어여쁜 연인 페르수가 있다. 페르수는 하운드가 먼저 좋아했지만 캣츠비가 졸라 결국 하운드의 양보로 연인으로 발전한 사이다. 어느 날 연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빨간 넥타이를 풀어보던 캣츠비, 하지만 기분 좋게 미소 짓던 그의 표정은 이내 순식간에 굳어 버리고 만다. 선물 안에는 연인의 페르수의 청첩장이 같이 들어 있던 것.

페르수의 결혼식, 선물 받은 빨간 넥타이를 매고 찾은 결혼식에서 캣츠비는 연인 페르수가 재혼 상대라는데 충격 받는다.  캣츠비의 등장에 “정말 왔냐?”며 놀라던 페르수는 “현실적 이익을 생각한 결혼이기에 재혼남과의 결혼이 무슨 상관이냐"고 당당히 변명한다. 그리고, 이내 캣츠비에게 찐한 키스를 전한 뒤 떠나간다. “내 향기를 잊지 말라”면서.

애인의 결혼에 망연자실해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던 캣츠비. 하지만 그에게 마술처럼 나타난 새로운 여인이 있었으니 귀여운 그녀는 상담소를 통해 소개 받은 C급 애인 선. 실연의 아픔에 힘들어하던 캣츠비에게 선은 새로운 사랑의 눈을 뜨게 해 주며 둘의 만남은 무르익어 간다.

그러나, 옛 부인을 생각하는 남편과의 사이에서 힘들어하던 페르수는 어느 날 캣츠비에게 나타나 “당신을 잊지 못하고 있다”며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한다. 임신했다고, 그런데, 아이 아빠는 캣츠비라고…. 그리고 이어지는 반전들.

<위대한 캣츠비>에서 두 주연 페르수와 선
 <위대한 캣츠비>에서 두 주연 페르수와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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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위대한 캣츠비>에는 요즘 젊은 세대의 쿨한 사랑 이야기지만 어찌 보면 통속적 내용이기도 하다. 떠나간 여인을 통해 받은 상처, 새로운 여인을 통한 회복, 되돌아온 여인에 대한 갈등, 새로운 사실에 대한 충격 등 뻔히 보이는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진지한 고민과 함께 발랄한 기운이 담겨 있다.

감독의 연출력을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런 부분 때문이다. 통속적인 내용에 의미를 집어넣었고 단순할 수 있는 부분에 진지함을 깃들게 했다. 자칫 지루하게 갈 수 있는  부분은 간결한 에피소드로 엮어 재밌게 얼버무려 놨다. 사이사이 등장하는 섹시코드는 두 시간여의 공연 시간동안 느슨해지려는 관객의 시선을 끝까지 잡아둔다.

통속적 이야기를 수준 높게 만든 연출력과 연기

작품에 몰입하게 만드는 배우들의 열연 또한 이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부분. 150:1 정도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무대에 선 탓인지 6개월~1년의 공연을 이어온 배우들의 열연은 자연스러운 연기로 다가온다. 감초 역할을 하는 조연들 역시 극의 흐름 속에 개성 있는 연기를 선사하며 상큼한 웃음을 감돌게 하는 것도 이 작품의 매력 중 하나다.

높은 성량이 요구되는 노래와 노랫말로 표현되는 감정이 배우들의 연기에 녹아들며 충분히 몰입할 수 있게 만들지만, 야외극장에서는 실내 공연과는 다르게 그 전달력이 약한 모습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배우들
▲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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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캣츠비>는 초연 당시 영상을 이용한 배경화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인터넷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답게 원작을 이용한 애니메이션과 다양한 회상과 상상 장면을 영상으로 표현하며 장면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다. 멀티미디어 환경을 뮤지컬에 잘 접목시켜낸 것이다.

하지만 극의 마지막 반전과정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는 것이 이 작품의 끝에 남는 아쉬움이다. 원작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일부분이 생략된 상황인 듯, 형상화된 연기를 자세히 보지 않고는 잇따른 반전과 갈등이 너무 쉽게 해결되는 장면들은 간단히 이해되기 어려웠다. 고조된 갈등과 그 갈등의 해소가 끝부분에 몰려 있는 탓으로 보였지만, 너무 단순화 시킨 갈등 해소가 설명되기에는 충분치 못했다. 

지금 공연 중인 작품은 시즌3 버전. 2007년 3월 첫 공연이 이뤄진 이래, 그해 8월 일부분 수정이 이뤄지며, 시즌2가 선보였고, 올해 4월부터 시즌3이 시작됐다. 그 사이 삽입곡도 9곡이나 늘며 작품 구조도 일부 보완됐다. 현재 시즌 3을 이끌어갈 2기 배우도 모집 중.  잘 만들어진 연극 한편이 창작 뮤지컬의 입지를 넓히고 있는 셈이다.

"관객들의 적극적인 반응 덕에 에너지 넘친 야외극장 공연"
<위대한 캣츠비>의 주연배우 지니·조진아씨

<위대한 캣츠비>에서 선 역을 맡고 있다.
▲ 뮤지컬 배우 조진아 <위대한 캣츠비>에서 선 역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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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이 즉각적이고 적극적이서 연기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는 관객들에게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반응을 너무 잘해주시는 것 같아요.”(지니)

“지방공연도 몇 번 다녔지만 야외공연은 처음이었는데, 거창국제연극제의 특산품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관객들의 즉각적인 반응에 당황스러우면서도 기분좋았습니다.”(조진아)

대학로의 무대가 거창에도 펼쳐지며, 야외극장에서 열연을 선 보인 배우들은 닫힌 공간을 벗어난 열린 공간에서의 공연을 무척이나 인상 깊어 했다.

소극장 공연에서는 비싼 돈을 들여 찾은 진지하고 냉정한 관객들을 상대하다 보니 디테일에 신경 쓰며 정제되고 절제된 공연을 해야 했는데, 야외공연은 실내에서처럼 소리나 노래가 울리는 현상도 없고 관객들의 반응도 바로 전달되면서 열린 마음으로 재밌게 공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공연 시작 전 잠시 시간을 내 인터뷰에 응한 지니씨와 조진아씨는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의 서 각각 두 여주인공 페르수와 선을 맡아 열연하고 있는 배우들이다. 극중에서는 캣츠비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연적이기도 하다. 배역에 따라 더블 또는 트리플 캐스팅 시스템이라 같은 배역을 맡고 있는 배우들이 더 있지만 거창국제연극제 야외극장에서의 관객들을 사로잡은 주인공은 이들 두 사람이었다.  

지니씨는 뮤지컬 <겨울연가>와 드라마<봄의 왈츠> 등 무대와 TV를 넘나드는 배우로 지난해 12월부터 배역을 맡고 있고, 조진아씨는 <로미오와 줄리엣>, <크리스마스 캐롤>, <그리스>, <라이온 킹> 등에 출연한 뮤지컬 전문 배우로 150: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돼 지난 4월부터 시즌 3 공연에 합류했다.   

지니씨는 거창에서의 공연에 대해 “지방은 서울만큼의 혜택이 없어서인지 작품의 감동을 소중하게 간직하려는 모습이었다”며 “처음 해본 야외공연이 매우 특별했다”고 말했다. 조진아씨 또한 “극에 잔뜩 몰입한 관객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면서 장소의 제약에서 벗어나 에너지가 넘치는 공연을 펼칠 수 있었다“고 평했다.

계단까지 빼곡히 들어차 있는 관객들을 보며 흥분됐다는 두 배우는 야외극장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위대한 캣츠비>에서 페르수 역을 맡고 있다.
▲ 뮤지컬 배우 지니 <위대한 캣츠비>에서 페르수 역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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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대사 중에 조금 야한 부분들이 나오는데, 앞줄에 앉은 어린 학생들이 몰입한 채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는 거예요. 그 눈빛들이 너무 소중했어요.”(지니)

“3일 동안의 공연이 하루하루가 다 달랐어요. 반응이 좋았고 시장터 같은 분위기가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즉각적으로 오는 호응 덕분에 바로 대사에 들어가지 못하고 숨을 고르기도 했습니다.”(조진아)

극중 역할의 캐릭터에 대해, 강한 인상의 페르수 역을 맡은 지니씨는 “페르수는 자기가 약하기 때문에 강하게 표출되는 것 같다”면서 약하기 때문에 사랑을 포기하고 끌려가게 되고, 재혼남과의 결혼을 선택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여린 모습으로 나와 사랑했던 캣츠비와 쿨한 이별을 선택하는 선 역의 조진아씨는 극중에서 사랑했던 사람을 너무 간단히 놓아 주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선은 충분히 이해하고 보듬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선은 이미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그 과정에서 사랑 때문에 많은 상처를 받은, 겉보기는 약하지만 사실은 강한 여자”라고 덧붙였다.

라이선스 뮤지컬이나 창작 뮤지컬의 배역 차이에 대해 두 배우는 “창작 초연일 경우는 역할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데 보람이 있지만, 나머지는 이전 배우와 배역에 대한  비교를 당할 수밖에 없다”면서 “배우들은 자신이 돋보이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어떤 역할을 맡던 비교당할 수밖에 없고 창작이든 라이선스든 다 똑같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은 거창국제연극제 첫날 공연 도중 자리를 뜬 지역 정치인들의 행동에 대해 "개막식날이라 일부 어수선 할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작품에 몰립하는 배우로서 힘빠지고 연기에 방해가 됐다"며 관람 매너를 지키지 못한 행동은 배우들에게 어려움을 주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태그:#위대한 캣츠비, #뮤지컬, #거창국제연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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