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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 교수 특강을 거부한 교사들이 자유 발언 등을 하고 있다.
▲ 우리는 수강을 거부합니다! 이영훈 교수 특강을 거부한 교사들이 자유 발언 등을 하고 있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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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일, 국립 공주대학교 사범대학 교육연수원 1급 정교사 자격 연수 과정에서 교사들이 집단적으로 한 교수의 강의를 거부한 사태가 발생했다.

7월 16일부터 전국에서 모인 732명의 교사(역사·과학·한문·지리·음악·특수교육 분야 등)를 대상으로 진행된 이 연수의 이날 프로그램은 뉴라이트 계열인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이영훈 교수의 특강.

그러나 '한국 근현대사의 올바른 이해를 위한 제언'이라는 제목으로 이영훈 교수의 특강이 진행된다는 소식을 접한 교사들은 자격 미달 교수의 강의는 들을 수 없다며 집단 성명서를 발표하고 강의실 밖으로 나감으로써 이 교수의 특강을 거부했다.

전체 교사 732명을 절반으로 나눠 A반 B반으로 진행된 이날 특강에서 A반에 소속된 350여 명의 교사 가운데 약 100 명의 교사들이 수강을 거부하고 복도로 나와 버린 것이다.

"자격미달 교수의 강의는 들을 수 없다"

수강 거부를 주도한 교사들은 역사교사들이었다. 이날 1급 정교사 자격 연수에 참여한 역사교육과 교사 40명 전원은 오후 2시로 예정되어 있던 이영훈 교수 특강을 거부하기로 결의,  40명 전원 명의로 유인물을 제작하여 강의 직전에 다른 교사들에게 배포했다.

김종민(31, 충남서산 부춘중) 교사와 노봉석(36, 경남 양산 삼성중) 교사 등 역사교사들의 호소에는 수강생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20여명의 교사들이 동참했다.

역사교육과 교사들이 밝힌 이영훈 교수 특강 거부 이유는 이랬다.

첫째, 이 교수는 일본이 식민지 근대화를 통해 한국 사회를 문명화시켜 준 것이라고 말하며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고 있다.

둘째,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어 대대적으로 기념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는 결국 '건국절'이라는 그럴듯한 포장 뒤에 이승만과 박정희를 건국과 근대화의 영웅으로 부활시키려는 정치적 목적과 이념적 편향이 숨어 있다.

셋째, 지난 2004년 9월, MBC <100분 토론>에 나와 '일본군 위안부'가 상업적 목적에 따라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주장해 물의를 일으킨 장본인이다.

이영훈 교수와 교사들이 질의 응답을 주고받고 있다.
▲ 질의 응답 이영훈 교수와 교사들이 질의 응답을 주고받고 있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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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교사와 김 교사는 공주대학교 연수원장을 찾아가 항의하기도 했다.

"이영훈 교수의 수업을 반대하는 것은 이영훈 교수가 단순히 뉴라이트 우파이기 때문이 아니다. 이 교수의 역사인식에 문제가 있음에도 전체 연수생들에게 '한국 근현대사의 올바른 이해를 위한 제언'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는 것은 문제다. 이영훈 교수가 교사들을 대상으로 과연 한국 근현대사에 대하여 강의할 자격이 있는가? 1급 정교사 연수생들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이 교수에게 특강을 부탁한 것은 문제가 있다."

공주대학교 연수원장은 "이러한 사태까지 오게 된 것에 사과한다"며 "강사에 대해서 몰랐다, 내가 선택하지는 않았지만 사과한다"고 말했다.

[설전1] "자유와 평등 중 자유만 강조" VS "80 : 20 이 맞다"

수강을 거부한 120여명의 교사들은 이영훈 교수의 강의 종료 5분 전에 다시 강의실로 들어갔다. 질의응답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어수선한 가운데 질의응답 시간이 금세 종료되자, 교사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오후 4시. 교사들의 요구로 공주대학교 역사학과 이명희 교수의 강의시간에 이영훈 교수와 교사들의 만남 자리가 다시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교사들은 이영훈 교수와 뜨거운 설전을 벌였다.

먼저 노봉석 교사가 질문에 나섰다.

 피 터지는 무한경쟁의 논리만이 횡행하고, 오로지 이긴 자만이 자신의 역사를 가질 수 있고,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다는 협박에 온 몸이 떨립니다.
▲ 노봉석 교사 피 터지는 무한경쟁의 논리만이 횡행하고, 오로지 이긴 자만이 자신의 역사를 가질 수 있고,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다는 협박에 온 몸이 떨립니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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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봉석 "자유주의적 문명사관에 입각하여 한국 근현대사를 다시 쓰자고 하는데, 그것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의 논리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서구적 근대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두 개의 이념은 '자유'와 '평등'이다. 교수님의 주장에는 '자유'에 대한 이야기는 수차례 언급되고 있지만 '평등'이라는 또 다른 중요한 가치는 단 한 번도 언급조차 되고 있지 않다. 균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영훈 "자유와 평등은 대부분의 경우 상충되는 가치다. 평등은 우리의 전통사회에서도 '균(均)'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해오던 가치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자유' 이념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본다. 능력 있는 자에게 80을 분배하고 그렇지 않은 자에게 20을 분배하는 것이 옳다. 그러면 그 20을 가진 자가 노력해서 40을 만들 것이다. 그래서 파이를 키워가는 것이다. 이것이 맞다."

노봉석 "인식에 상당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 건국사가 결여된 역사교육을 해왔기 때문에 근현대사를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로 다시 서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건국 이후 단독정부를 수립한 세력과 그 이후의 산업화 세력이 정치적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역사 서술을 그들의 가치를 중심으로 지나치게 편향적으로 해왔다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서야 과거사가 복원되기 시작했고 아래로부터의 역사서술이 이루어져서 겨우 조금씩 균형이 맞아 들어가고 있다고 본다.

또한 교수님이 역사 교육을 망치고 있다고 비판하는 소위 좌파적 역사서술이나 민중적 사관은 그 동안의 역사교육에서 거의 입지가 없다. 그런데 건국사를 다시 쓰자는 것은 이승만과 박정희로 상징되는 세력을 역사의 전면으로 재등장시키려는 다분히 정치적인 입장 아닌가?"

이영훈 "건국 이후 건국세력은 실제적으로 헤게모니를 장악하지 못했다. 특히 근현대사 서술에서는 민중사관이 득세했다. 이제 아이들이 배우는 근현대사는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를 중심으로 다시 서술되어야 한다고 본다."

노봉석 "건국세력이 우리 현대사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하지 못했다는 것이 납득이 안 된다. 나의 학창시절을 돌아보건대 역사 시간뿐만 아니라 교육내용 전반에서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우월성, 반공논리 등을 강하게 주입받았다. 일색화 되어 있었다."

서울대 이영훈 교수. 2004년 방송 토론에서 '일본군 종군 피해여성과 관련한 발언'으로 나눔의 집 할머니들을 찾아가 사과를 하기도 했다.
 서울대 이영훈 교수. 2004년 방송 토론에서 '일본군 종군 피해여성과 관련한 발언'으로 나눔의 집 할머니들을 찾아가 사과를 하기도 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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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 "그렇지 않다…(중략)…나는 교과서 포럼에서 만든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의 1장에서 '무엇을 공부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책은 우리가 이룩한 민주화와 경제성장의 성과가 어떻게 가능했는가를 추적해 나가는 과정이 그 핵심을 이루고 있다. 이런 입장에서 볼 때 우리의 근현대사는 제대로 서술될 수 있다고 믿는다."

노봉석 "역사 서술이 역사적 질문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한다. 역사적 서술은 역사가의 입장과 관점에 따라서 다르게 서술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영훈 교수님의 질문방식에 대해 문제의식이 있다. 어쩌면 우리 국민들 중에 보다 많은 사람들은 교수님이 선택한 질문보다는 '나의 가난과 불행과 끝없는 절망감은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가?'에 가깝지 않을까? 이러한 역사적 질문이 불평등 구조가 심화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다수 국민들의 상황을 더 잘 반영한 것이 아닐까? 이런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면 교수님과는 사뭇 다른 역사상이 성립할 수 있다고 본다."

이영훈 "선생님은 스스로 비참하다고 생각하는가? 삶이 참담한가? 국가에서 하는 공식적인 역사 서술이라면 당연히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중심으로 서술해야하고 그렇게 가르쳐야 옳다. 선생님의 역사적 질문은 적절치 못하다."

[설전2] "국가간 자본주의 발전 차이가 인종적 능력 때문?" VS "그렇다"

이어 김종민 교사가 나섰다.

김종민 "교수님이 동아일보에 기고한 '건국절' 관련 글을 보면 교수님은 우리의 내재적 발전을 부정하는 것 같은데 그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영훈 "우선 우리나라는 개화파 세력이 개혁을 하려 노력하였으나 고종이 개혁 의지가 없어서 결국 개혁에 실패했고, 그 결과 불과 300인의 일본인 혼성여단에게 나라를 빼앗기게 되었다."

‘일본군 위안부’가 상업적 목적에 따라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주장해 물의를 일으킨 장본인이 어떻게 교사를 대상으로 특강을 할 수 있습니까?
▲ 김종민 교사 ‘일본군 위안부’가 상업적 목적에 따라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주장해 물의를 일으킨 장본인이 어떻게 교사를 대상으로 특강을 할 수 있습니까?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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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그렇다면 조선 시대까지는 우리에게 있어 아무 의미가 없는 암흑 시대였고 또한 일제 시대에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며, 1948년 건국 세력들이 그 전에 어떠한 일을 하였음은 중요하지가 않고 오직 그들의 건국만 의미가 있다는 것인가?"

이영훈 "우리나라 중세까지의 역사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었고 그러한 민족적 능력으로 인하여 건국 이후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었다. 필리핀이나 남미는 그러한 능력이 없기 때문에 자본주의나 자유민주주의가 발전하지 못했다."

김종민 "그러한 대답은 내가 듣기에는 결국 강한 민족만이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인종차별적, 사회진화론적 논리라 생각된다. 필리핀이나 남미 역시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는 문화라고 생각되는데…."

이영훈 "(질문자가) 남미와 필리핀에 직접 가봤는가?"

김종민 "그렇다면 교수님은 결국 그러한 국가간 자본주의 발전의 차이가 인종적 능력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영훈 "그렇다. (이후 다른 교사의 질문에서 인종이라는 말은 김종민 교사가 말을 해서 그렇게 대답한 것일 뿐 문화적 차이라고 바꿔 말함)"

김종민 "우리나라는 굉장히 분배가 잘 이루어 진 나라라고 하는데 그러한 근거를 대보라."

이영훈 "통계청에 들어가서 보라."

[설전3] "김성수는 분명한 친일파" VS "나는 잘 모르겠다"

이 교수와 교사들의 설전은 계속 이어졌다. 이 교수는 다른 교사의 질문에 답변 도중 "국가 권력과 헌법의 가치에 절대적 권위와 맹신이 있어야 한다"고 대답했고, 이에 김종민 교사가 "현재 우리나라의 법이 형평성 있게 판결되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이건희 같은 대기업 총수들이 엄청난 비리를 저지르고도 집행유예나 말도 안 되는 사회봉사 판결을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우리나라 대기업 총수들 중 감옥에 안 갔다 온 사람 거의 없다"며 "우리나라 법은 매우 엄격히 적용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생계형 경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실형을 살고 엄청난 권력형 경제 범죄를 저지른 대기업 총수들은 집행유예를 받는 것이 양형의 형평성에 있어 올바르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는 "그러한 결정은 판사가 더 잘 알아서 결정한 것이다"라고 답변하며 "당신 전공이 아니지 않느냐, 판사가 더 잘 알아서 결정한 것이다"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이후 한 교사가 "교수님이 쓰신 교과서의 내용대로 아이들을 가르칠 경우 아이들에게 결국 결과만 좋다면 과정상 어떠한 잘못을 해도 괜찮다는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는 다른 이야기를 하며 대답을 회피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과연 김성수는 친일파인가'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어떻게 일본에 대응하여 민족 자본을 지켜낸 김성수를 친일파라고 할 수 있느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교사들이 "김성수는 분명한 친일행위를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어떤 행위를 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한편 이영훈 교수는 강의 마지막에 "더 이상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자"며 "우리는 일본에 대하여 좀 더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서 "산업화 시기의 독재와 같은 정치적 잘못에 대해서도 우리는 이제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고 말하며 "박정희 시대에도 충분히 자유는 있었다"고 주장했다.

 2006년, 교과서포럼 6차 심포지움이 열린 서울대 교육정보관 대강의실에서 발제자로 참석한 이영훈 교수는 '4·19혁명동지회' 회원들로부터 "숭고한 4·19 정신을 모독하지 말라"는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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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 "일제 침략에 연연 말자"... 교사들 "놀랍다"

강의가 끝난 후 교사들의 반응은 대체로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경남의 한 교사는 "나는 이영훈 교수가 똑똑한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의 모습을 보며 자폐적 지식인의 모습을 느꼈다"라고 말하며, "탈민족주의는 분명 의미있는 주장일 수 있다, 하지만 하필이면 일본이 독도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이러한 상황에서 꼭 탈민족주의를 주장해야 하느냐"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강의가 끝난 후 뒤풀이 자리에서 한 여교사는 "오늘의 자리를 통해 뉴라이트가 펴낸 교과서를 절대 써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고, 오히려 아이들에게 뉴라이트의 본질에 대하여 좀 더 올바로 교육을 해야 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강의 거부를 주도한 노봉석 교사는 "뉴라이트로 대변되는 보수기득권 세력의 역사관에서 섬뜩함을 느낀다"며 "역사는 과거 사실에 대한 기억과 평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미래에 대한 꿈이며 열망이다, 끝없이 반복되는 경쟁의 논리 보다는 서로 나누며 더불어 사는 삶의 방식이 더 위대한 가치가 아닌가"라고 씁쓸해했다.

1급 정교사 자격 연수는 만 3년 이상 교육 경력을 거친 교사를 대상으로 시도 교육청이 지정하여 진행되는데 공주대학교 교육연수원에서 진행중인 이 연수에는 전국에서 모인 732명의 교사가 참여하고 있다. 이 중 역사교육과는 대전·경남·충남의 역사 교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연수는 8월 20일까지 계속된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영훈 교수의 입장을 듣고자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거절당했다.

"어떻게 자격 미달 교수가 특강을 할 수 있습니까?"
▲ 역사교육과 교사들 "어떻게 자격 미달 교수가 특강을 할 수 있습니까?"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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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곡된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이영훈 교수의 1급 정교사 자격연수 특강을 거부한다

우리는 연수원의 교양강의 내용과 강사 선정의 적절성에 심각한 우려를 가진다.

이영훈 교수는 지난 2004년 9월, MBC 100분 토론에 나와 '일본군 위안부'가 상업적 목적에 따라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주장해 물의를 일으킨 장본인이다. 이후 그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찾아 공개 사과를 했으나 반역사적인 발언과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진정한 사과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 교수는 '교과서 포럼'에서 편찬한 '대안 교과서 한국근현대사' 작업에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주지하듯이 이 책은 '대안'을 표방하면서도 낡은 식민지 근대화론을 재탕하고 있다. 그의 사관과 신념에 간섭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것이 '교과서'라는 형식으로 편찬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역사학계에서 검증도 되지 않은, 시민사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관적인 역사해석을 실어놓고 이것을 '대안'이라고 강변한다면 이는 나만 옳다는 오만함의 극치이며 대안 교과서를 쓸 기본적인 자세도 갖추지 못했다 할 것이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일제 식민지 시기는 새로운 근대 문명에 관한 학습기이며 근대 문명의 제도적 확립기가 된다. 구한말 민중들의 자주적 근대화를 위한 투쟁과 대한 제국의 성립으로부터 한말 의병활동, 임시정부 수립 및 처절한 항일투쟁의 역사는 시대착오적인 것이 되고 만다. 일본이 식민지 근대화를 통해 한국 사회를 문명화시켜 준 것이라면 친일파는 바로 그것을 예견하고 식민지화에 앞장선 민족의 영웅이 아니고 무엇인가?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어 대대적으로 기념하자는 주장은 또 무엇인가?

는 미국 하버드대에 들렀던 경험을 어느 잡지에서 고백했다. 미국 보스턴의 찰스 강가에서 그들이 벌이는 환상적인 건국절 행사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요트와 장엄한 오케스트라 연주와 화려한 폭죽에 압도되어 우리도 건국절이 필요함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기념할 것인가? 식민지 수탈에서 벗어난 광복절의 의미는 애써 외면하고, '분단'과 '독재'로 얼룩진 현대사를 찬미할 것인가? 한강변에 뛰어나가 국부 이승만과 산업화의 주역인 박정희를 추억하며 '아! 대한민국'을 외쳐야 한다는 말인가? '건국절'이라는 그럴듯한 포장 뒤에는 이승만과 박정희를 건국과 근대화의 영웅으로 부활시키려는 정치적 목적과 이념적 편향이 숨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했다는 헌법 전문은 '대한민국은 단독정부 수립 투쟁에서 승리한 국부 이승만과 한민당의 법통과 5·16산업화이념을 계승'했다고 바뀔지 모를 일이다.

우리는 '교육'이라는 어렵고도 중요한 과제를 부여받은 현직 교사들이다. 수많은 교육적 고민들로 절치부심하기에도 모자란 연수 기간에 이런 황당한 주장과 궤변을 들을 시간은 우리에게 없다. 또한 '교육'을 통해서 정치적 의도를 확대 재생산하려는 불순한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히 반대한다.

우리의 주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이영훈 교수의 역사관과 교육관은 매우 편협하고 정치적 의도가 불순하다고 판단한다.
2. 이러한 이영훈 교수의 '한국 근현대사의 올바른 이해를 위한 제언'이라는 교양과목이 1급 정교사 자격연수의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므로 강의를 거부한다.
3. 연수원측은 부적절한 연수 과목과 강사 선정에 대해서 연수에 참가한 전체 교사들에게 사과하고 차후 개선책을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

2008년 7월 30일 1급 정교사 자격 연수에 참가한 역사교육과 교사 일동



태그:#이영훈, #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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