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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배에 몸을 맡기며 2시간 반여 동안 먼 길을 왔지만 높은 너울로 배가 접안하지 못했다. 그렇게 독도를 눈앞에 두고 결국 우리는 되돌아가야 했다. 그 순간 '독도는 착한 사람만 들인다'던 울릉도 주민의 말이 떠올랐다.

 

30일 오후 2시 조오련 선수의 '독도 서른 세바퀴 돌기 프로젝트'를 방송하기 위해 새벽 같이 일어나 준비를 하고 아침 7시 20분 독도로 출발하는 삼봉호에 올랐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 나는 상근 취재기자와 방송기자와 이번 행사에 동행했다. 

 

평소와 달리 연 이틀 꼭두새벽에 일어났더니 머리는 무겁고 눈은 감긴다. 배가 출발하자마자 고개가 끄덕거린다. 울릉도에 오는 배는 머리 받침도 달린 '우등실'이었는데, 독도에 가는 배는 모든 좌석이 '평등'하다.

 

갑자기 사람들이 이층 갑판 위로 우르르 나갔다. 무슨 일인가 싶어 따라 나가봤다. 갈매기다! 갈매기들이 필사적인 날갯짓으로 배를 쫓고 있었다. 승객들이 갈매기에게 과자를 던져주고 있었다. 그 과자를 받아먹기 위해 그렇게 갈매기는 힘차게 날았나 보다.

 

▲ 갈매기의 추격 갈매기들이 승객들이 주는 과자를 받아 먹기 위해 배를 쫓아 오고 있다.
ⓒ 김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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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 심한 독도, 보트 타고서라도 가자?

 

먼 바다로 나가자 배는 완전히 파도에 몸을 맡겼다. 배는 파도가 흔드는 대로 좌우로 흔들린다. 파도가 흔드는 배 안에서 사람들은 하나둘 피곤한 눈을 붙였다.

 

"이제 곧 독도가 보입니다"

 

선장의 말에 승객들은 눈이 번쩍 떠졌다.

 

"독도다!"

 

너나 할 것 없이 창문으로 붙어 앉거나 갑판으로 나갔다. 정말 독도였다. 처음에는 서도가 그 모습을 보이더니 뒤이어 동도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 정말 독도에 발을 딛는구나하는 설렘과 기대가 솟구쳤다. 선착장에는 독도경비대가 나와 승객들을 반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안내 방송에 우리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배 뒤쪽으로 들이치는 너울이 너무 심해 배가 접안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니 이게 웬 날벼락. 오직 독도에 가겠다는 집념으로 서울에서 차로 네 시간, 울릉도로 들어오는 배 3시간, 또 다시 독도까지 2시간 반 걸려서 왔건만. 독도는 우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승객들은 모두 실망하는 표정이었다. 긴 시간 배멀미에 시달려가며 이곳까지 왔는데…. 하지만 우리는 더 큰일이었다. 2시에 조오련 선수의 독도 서른세 바퀴 돌기 프로젝트 생중계가 자칫 물거품이 될지도 모르는 순간이었다.

 

보트를 이용해 독도로 이동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안전상의 문제와 불가피한 여건 때문에 이마저도 포기해야 했다. 독도 상륙 대신 배로 독도를 한 바퀴 돌았다. 하지만 생중계를 생각했던 스태프들은 입이 바짝바짝 마를 수밖에 없었다.

 

내일은 독도가 우리를 허락할까

 

창밖에 보이는 신기한 모양의 독립문 바위, 한반도 모양의 바위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독도 상륙은 포기. 상황이 좋지 않았다. 대신 일단 울릉도에 돌아갔다가 내일 오전에 다시 독도에 들어가기로했다. 방송은 내일 31일 오전 11시로 연기됐다.

 

지금은 울릉도로 향하는 배 안이다. 독도에 가기 위해 새벽부터 부산을 떨었을 사람들은 대부분 지쳐 다시 잠을 청하고 있다. 모두 지쳐 있다. 피곤해도 독도를 밟아 볼 수 있었다면 피로 따위는 잊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너무 크다.

 

내일은 꼭 독도를 밟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먼 발치에서 본 독도는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의 포말과 여름의 푸른 풀잎으로 치장한 독도는 더 빛나 보였다. 손에 닿을 듯 우리를 한껏 기대에 부풀게 했다가 매정하게 돌려보낸 독도.

 

하지만 그만큼 쉽게 닿을 수 없는 곳이기에 더 간절하고 소중한 것이 아닐까. 부디 내일은 독도가 화를 조금 누그러뜨리고 우리를 받아 줬으면….

 

덧붙이는 글 | 김혜미 시민기자는 조오련 선수의 '독도 33바퀴 헤엄쳐 돌기' 행사에 동행했습니다.


태그:#독도, #울릉도, #조오련, #독도영유권, #독도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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