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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황사 들어가는 길. 일주문이나 천왕문 없이 강당인 자하루 아래로 들어서는 문이 있다.
 미황사 들어가는 길. 일주문이나 천왕문 없이 강당인 자하루 아래로 들어서는 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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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마당을 가진 절집의 여유로운 풍경
 넓은 마당을 가진 절집의 여유로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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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얼 얼짱, 여유로운 대웅전

미황사(美黃寺) 주차장에 차를 대고 뜨거운 햇살을 가린 숲길을 걸어 올라가면 축대 위로 웅장한 절집이 보인다. 그 위로 자하루(紫霞樓) 지붕이 파란하늘과 경계 지으며 절문을 대신한다. 자하루 아래 문으로 들어서면 다시 계단 위로 넓은 마당. 마당 색과 같은 빛의 대웅전이 바라다보는 거리만큼 멀리 있다. 그 뒤로 삐죽삐죽 솟은 달마산이 병풍처럼 둘러치고서는 먼 산 바라보듯 한다.

한여름 뜨거운 햇살은 단아한 대웅전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는 듯 한가로운 풍경이다. 큰 마당을 가로질러 대뜸 대웅전과 마주한다. 대웅전은 표정의 변화 없이 너무나 여유롭다. 다시 계단을 올라서니 커다란 주춧돌이 눈을 가득 채운다. 대충 다듬었으면서도 꽃문양을 만들고, 자라가 올라 다니며, 게가 더듬거리고 있다.

그 위로 서 있는 커다란 기둥은 오랜 세월 비바람을 맞으며 더욱 단단해진 모습으로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다. 처마 아래 두 마리 용이 대웅전을 지키고 있다.

단청이 바래 맨살을 드러낸 모습이 단아하게 보인다.
▲ 대웅전 단청이 바래 맨살을 드러낸 모습이 단아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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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살과 오랜 세월 지켜온 기둥, 그리고 대웅전 전면 모습
▲ 대웅전 바깥 문살과 오랜 세월 지켜온 기둥, 그리고 대웅전 전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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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천불을 모신 법당, 세 번만 절하면 삼천배?

신발을 벗고 법당 안으로 들어섰다. 법당에는 삼존불이 상념에 잠긴 듯 말이 없다. 가운데 석가모니불, 오른쪽에 약사여래불, 왼쪽에 아미타불. 예쁜 이름표를 세웠다. 후면 벽에는 호기심 많은 용이 커다란 눈을 부라리며 기둥을 타고 있다.

공포 위 벽이며, 보에는 부처님들을 그려서 모셨다. 일천불을 그려 모셨다고 한다. 벽 모서리까지 구석구석 빙 둘러 빼곡히 모셔 놓았다. 분홍빛 가사를 걸치고 옥색 두광의 대비가 생동감 넘치면서 온화한 모습이다.

각각 아름다운 이름표를 가지고 있으며, 후불탱화는 최근에 만든 것이라고 한다.
▲ 대웅전내 삼존불 각각 아름다운 이름표를 가지고 있으며, 후불탱화는 최근에 만든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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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와 천정과 가까운 벽면에 일천불을 그려서 모셨다.
▲ 일천불 벽화 보와 천정과 가까운 벽면에 일천불을 그려서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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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색감의 부처님들을 빼곡히 그려서 모셨다.
▲ 보에 그려진 벽화 부드러운 색감의 부처님들을 빼곡히 그려서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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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황사 대웅전에서 세 번만 절을 올리면 한 가지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부처님이 천 분이시니 세 번이면 삼천 배가 된다고 한다. 순간 머릿속에 번득하고 지나가는 무언가. 아직 절하는 법을 배우지 못해 어색하기만 하지만 세 번 절을 했다. 가끔 보면 마지막에 손도 하늘로 올리는 것도 같은데.

마음 속으로 '나 삼천배 했다. 흐흐흐…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다니'  무슨 소원 빌었냐고? 가족의 건강. 더 이상 무슨 소원이 있으랴?

왜 두루미 날개는 금색으로 칠했을까?

천장은 작은 사각형으로 가득 메워 놓았다. 그리고 사각형 안에는 그림을 그려 놓았다. 중앙 천장에는 붉은 바탕에 '범자'를 그려 넣었으며, 벽 쪽으로 이동하면서 검은 바탕에 황금날개를 걸친 두루미를 그렸다. 좁은 공간에서 고개를 꺽고 다리를 구부리고 있지만 눈빛이 반짝거린다. 벽에 가까워지면서는 연꽃을 다양하게 그려 넣었다.

금빛 날개를 자랑하고 있다.
▲ 천장에 그려진 두루미 금빛 날개를 자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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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다보고 있으니 좀 특이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 두루미 날개는 금색으로 칠했을까? 창건설화와 관련이 있을까? 검은돌, 금인(金人) 등등. 어째든 천장을 가득 채운 그림은 검은 바탕으로 인해서 더욱 화려하며 아름답기만 하다.

부처님이 앉아 있는 불단에는 비천상과 괴면상이 아름답게 조각되어 있다. 자세히 보려고 가까이 가니 단청이 아닌 페인트로 덧칠을 해 놓았다. 아! 이런. 살짝 벗겨진 페인트 안으로 숨어 있는 단청이 답답하게 보인다. 안타깝다. 다시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겠지?

문 옆을 지키고 있는 법고 대신 목탁을 올려놓은 파란 사자는 나도 제자리 갖다 놓으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수만은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었을 마룻바닥은 문으로 들어온 빛에 반짝거린다. 부처님 세상에서 바라본 문밖의 풍경은 아름답게만 보인다. 문을 나와 사람들과 함께하는 세상으로 나온다. 주춧돌의 자라가 목을 빼들고 바라보고 있다.

문으로 들어오는 빛에 반짝거린다.
▲ 마루 문으로 들어오는 빛에 반짝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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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에서 바라본 자하루
 대웅전에서 바라본 자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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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누웠다가 일어나지 않은 곳
미황사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해온다. 그중에서도 절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신라 경덕왕 때인 749년 어느 날 돌로 만든 배가 달마산 아래 포구에 닿았다. 배 안에서 범패 소리가 들려 어부가 살피려 다가갔지만 배는 번번이 멀어져 갔다. 이 말을 들은 의조화상이 정갈하게 목욕을 하고 스님들과 동네 사람 100여명을 이끌고 포구로 나갔다. 그러자 배가 바닷가에 다다랐는데 금인(金人)이 노를 젓고 있었다. 배안에는 화엄경 80권, 비로자나불, 문수보살, 40성중(聖衆), 16나한, 그리고 탱화, 금환(金環), 검은 돌들이 실려 있었다.

사람들이 불상과 경전을 모실 곳에 대해 의논하는데 검은 돌이 갈라지며 그 안에서 검은 소 한 마리가 나왔다. 소는 순식간에 커다란 소로 변했다. 그날 밤 의조화상이 꿈을 꾸었는데 금인(金人)이 "나는 본래 우전국(優塡國) 왕인데 여러 나라를 다니며 부처님 모실 곳을 구하였소. 이곳에 이르러 달마산 꼭대기를 바라보니 1만불이 나타남으로 여기에 부처님을 모시려 하오. 소에 경전과 불상을 싣고 가다 소가 누웠다가 일어나지 않거든 그 자리에 모시도록 하시오" 하는 것이었다.

의조화상이 소를 앞세우고 가는데 소가 한 번 땅바닥에 눕더니 일어났다. 그러더니 산골짜기에 이르러 이내 쓰러져 일어나지 아니했다. 의조화상은 소가 처음 눕던 자리에 통교사(通敎寺)를 짓고 마지막 머문 자리에는 미황사(美黃寺)를창건했다. 미황사의 '미'는 소의 울음소리가 하도 아름다워서 따온 것이고 '황'은 금인(金人)의 황홀한 색에서 따와 붙인 것이다.

이 이야기는 1692년(숙종 18년) 지은 미황사사적비에 기록되어 있으며, 미황사 홈페이지에서 인용하였다.

덧붙이는 글 | 미황사 가는 길 : 땅끝 가는 길에 있습니다. 주변에 송호리해수욕장도 있습니다. 물놀이 끝나고 잠깐 들러보는 것도 괜찮을 듯.



태그:#미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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