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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한우와 비교가 안 된다."

 

25일 낮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한우 시식행사에서 한승수 국무총리가 내뱉은 말이다.

 

그는 한우를 시식하며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직접 한우를 굽고 있는 한우농민들에게 "맛있다"는 말도 여러 차례 건넸다.

 

이날 한 총리의 모습은 정부 관계자들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미국산 쇠고기 '홍보'에 열을 올리던 장면과 겹쳐졌다. 한 총리는 미국산 쇠고기가 시중에 유통된 지난 1일 "먼저 먹겠다"며 미국산 쇠고기 12kg를 구입했고, 이튿날 "손주와 먹었더니 맛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8일엔 국회 의원식당에서 한나라당 의원 38명 등 한나라당 관계자 100여명이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등심 스테이크를 시식했다. "한우보다 맛있다"는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10일엔 청와대 밥상에 미국산 쇠고기가 올라왔다. 한우 농가들의 속은 부글부글 끓었다.

 

이날 낮 12시부터 1시간 동안 정부과천청사에서 농림수산식품부와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공동 주최로 한 총리 등 국무위원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한우 시식행사가 열렸다. 한우 농가들은 "정부에서 늦게나마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면서도 "아무래도 씁쓸한 점이 많다"고 꼬집었다.

 

한승수 총리 "미국산 쇠고기, 한우와 비교가 안 된다"

 

한 총리는 이날 낮 12시 정부과천청사에 도착해 청사 안내동 앞에 마련된 시식행사장에서 10여분간 한우를 시식했다. 그는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 남호경 전국한우협회장 등과 함께 전국 8도에서 내놓은 한우 브랜드를 차례로 시식하며 "맛있다"는 말을 연발했다.

 

그는 시식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산 쇠고기를 홍보했다고 하는데, 그 사이 한우를 6번이나 먹었다"고 말했다. 이어 안내동 내 국무위원 식당으로 이동해 정운천 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이만의 환경부 장관 등과 한우로 만든 곰탕, 갈비찜 등으로 점심을 먹었다.

 

이 자리에서 한 총리는 "이번 기회에 국민들이 한우를 더 소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면서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됐지만 호주나 뉴질랜드산을 대체할 뿐, 한우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와도 한우와 맛에서 비교가 안 된다"며 '한우 예찬론'을 펴기도 했다.

 

한 총리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한우 농가들이 촛불시위에 참여 안 하고 책임 있게 소를 기른다는 생각을 했다"며 "한우를 자부심 가지고 기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운천 장관은 "원산지 표시제로 한우는 한우대로 팔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남호경 한우협회 회장은 "총리 등 국무위원의 관심과 배려를 믿는다"면서 "한우가 제 값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안정장치가 필요하다, 정부가 (한우 농가를) 버리지 않는 한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한우 농가들 "미국산 쇠고기보다 한우가 맛있다는 말 믿을 수 없다"

 

국무위원 구내식당에서 한 총리 등이 오찬을 하는 동안 1시간짜리 시식행사를 위해 전국에서 올라온 한우농가들은 자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이들은 이날 행사에 대한 공무원들의 뜨거운 반응에 만족하면서도 정부에는 쓴소리를 던졌다.

 

이날 행사에는 시식행사용 한우 120kg과 과천청사 식당에 공급된 한우 2500인분을 합쳐 모두 5000만원의 예산이 들었다. 모두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에서 댔다. 농식품부에서 한 일은 행사장 자리를 마련해 준 것뿐.

 

이날 만난 한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은 "정부와 한나라당은 직접 미국산 쇠고기를 사와 시식회를 대대적으로 했다, 자조금 일부는 정부가 지원해주긴 하지만 오늘 한우 시식행사 제반 경비는 생산자들이 모두 댔다"며 정부의 소홀함을 지적했다.

 

시식행사를 위해 전남 함평에서 올라온 김낙현(46)씨는 "오늘 행사에 불만이 많다, 미국산 쇠고기 홍보하던 정부가 이제야 한우 시식회를 하니 '뒷북'치는 것 같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때문에) 소 값이 반으로 떨어져 힘들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강원도에서 올라온 조아무개(52)씨는 "정부가 한우 농가 대책으로 내놓은 원산지 표시제의 경우, 인력·자금이 부족하고, 체계가 안 잡혀있어 졸속으로 시행된 것 같다"며 "이런 상황에서 시식회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한우 농가들은 정부와 한나라당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맛있다', '한우보다 맛있다'고 말한 걸 듣고 울분을 토했다"며 "한우시식행사에 와서 '한우 맛있다'고 한 말을 믿기 힘들다"고 전했다.

 

한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오는 31일 국회에서 한우시식행사가 예정돼 있다"며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한우와 미국산 쇠고기 중 무엇이 맛있냐?'고 묻고 싶다, 어떤 대답을 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태그:#한우시식행사, #한우시식회, #한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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