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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치하면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기자였는데, 수십 명이 와 계시니... 잘못 온 거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김대중도서관 국제회의실로 들어오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27명의 청소년 기자들을 보자 이렇게 농담을 던졌다. 중1부터 고3까지 학생으로 구성된 청소년 기자단이 웃음을 터뜨렸다.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24일 오후 3시,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 국제회의실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부산에서 온 '청소년평화통일기자단'의 인터뷰가 시작됐다. 대북지원 활성화 및 인도적 대북 지원을 위한 남북교류협력 단체인 '우리겨레하나되기 운동본부' 부산본부는 지난 4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청소년평화통일기자단'을 모집했다.

 

청소년 기자들은 방학 동안 <평화통일신문>을 만들고 있다. 6·15 남북공동선언에 관한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는 게 제일 효과적이지 않겠냐"는 한 학생의 제안에 이원규 부산본부 사무차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추진하게 된 것이다.

 

김 전 대통령과의 인터뷰 일정이 확정되자 청소년기자들은 "우와, 우리가 대통령을 만나다니", "어떻게 그게 가능한 일이에요?"하며 무척 놀랐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을 만난다는 소식이 청소년 기자들에 의해 학교에 퍼지자, 참가하고 싶은 반 또래 아이들의 전화가 빗발치기도 했다고 한다. 

 

이날 만남은 김 전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시작으로 청소년 기자들의 질의응답, 도서관 관람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박지원 국회의원도 이 날 행사에 참석했다.

 

 

 "비가 와서 걱정했는데 부산에서부터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하다"며 입을 뗀 김 전 대통령은 ▲ 우리 민족 교육·문화성의 우수성 ▲ 미국·중국·러시아·일본 사이에서의 남북협력의 중요성과 남북관계의 미래 ▲ 햇볕 정책과 세계화 등을 주제로 약 25분간 강연했다. 김 전 대통령은 강연 중간 중간에 농담을 곁들이며 청소년 기자단의 긴장을 풀어줬다.

 

강연에서 김 전 대통령은 "남북 관계를 한반도 및 미국, 일본, 중국 등 전체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망원경과 남북 공동 사업 추진 등 직접교류에 대해 잘 살펴 볼 현미경을 가져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조언했다. 또 "화해와 통일만이 우리 민족의 살 길"이라며 "북한과 공존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금강산 피격사건 북한 잘못... 남북관계와 연결시키진 말아야"

 

김 전 대통령이 발언을 마치자 학생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주위의 표정도 진지해졌다.

 

옥다혜(부산외고·1) 양은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에 대한 김 전 대통령의 의견을 물었다. 김 전 대통령은 "도망가는 50대 여성 등에 총을 쏜 것은 북한이 명백히 잘못한 것"이라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의 사과와 공동진상규명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남북관계와 이 사건을 연결시키지 말아야 한다"며 "북미관계가 많이 개선된 현 상황에서 이 문제를 원만히 해결 못하면 우리만 고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질문이 이어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처음 만났을 때 느낌이 어떠셨어요?"(최철운·부산 지산고 2)

"그 전엔 세계적으로도 김 위원장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나쁜 이미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내가 만나본 김 위원장은 상당히 머리가 좋고, 상대방 논리가 맞으면 납득도 잘 하는 인물입니다."

 

특히 정유진(화성 병점고·2) 양(정양은 부산 거주 학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으로 별도 신청해 기자단에 참여하고 있다)은 "현 정부 초기에 통일부 존폐 논란이 있었는데, 정부에게 앞으로의 통일 정책에 대해 조언해 달라"는 예리한 질문으로 시선을 끌었다. 김 전 대통령은 "이 질문하니까 카메라 기자들이 앞으로 모이네"하며 웃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선거 때 내세웠던 비핵 개방 3000 구상은 부시가 6년 동안 추진하다 실패한 정책이에요. 결국 남북관계의 길은 6·15 공동선언을 이행하는 것입니다. 이 대통령이 대선 전에 날 찾아왔는데 햇볕정책에 대부분 동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사업하던 사람이니까 현실에 따라 대책을 잘 세우겠죠."

 

오후 4시 20분 질의응답이 끝난 뒤 기자단은 1층 전시실을 관람했다. 김윤정(부산 해운대여고·1) 양은 "김 전 대통령께서 과거에 민주화 운동도 하시고 그 과정에서 납치도 당하셨다고 해서 딱딱하신 분인 줄 알았는데, 긴장하는 우리들을 배려해 농담도 하시고 상당히 위트 넘치시는 분이라 생각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또한 북한에 할머니 가족이 아직 살고 있다는 옥다혜 양은 "이산가족찾기 프로그램이 나올 때마다 가족 모두 모여 혹시나 이름이라도 나올까봐 기다리는 모습을 볼 때 가슴 아팠다"며 "내 꿈은 외교관인데, 이번 강연을 통해 국가 간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기자이기도 한 정유진 양은 세계평화기구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개성공단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북한 주민과 몰래 이야기도 하고 눈빛도 맞추면서 남북관계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하며 "오늘 강연이 내게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며, 앞으로 동북아 평화 증진을 위해 힘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청소년평화통일기자단은 조 별로 직접 기사를 작성, 편집해 9월 1일에 부산 지역 중·고등학교에 <평화통일신문> 6만 부를 배포한다. 10월경에는 기자단이 그 동안 촬영한 취재영상으로 시사회도 가질 예정이다.

 

DJ관련 모든 정보 있는 '김대중 도서관'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위치한 '김대중 도서관'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관련된 모든 자료가 전시돼 있다.

 

김대중 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의 자료 기증으로 2006년 11월 개관, 김 전 대통령의 정치활동과 관련한 사료, 도서, 소장품, 육성녹음자료 등 역사적 자료를 보관, 전시하고 있다. 이 도서관은 아시아 최초 대통령 도서관으로 한국 현대사의 획을 그은 김 전 대통령의 사료가 많아 그 의미가 깊다.

 

동교동의 한적한 주택가 사이에 있는 김대중도서관은 1000 평방미터 부지, 지상 5층, 지하 1층의 건물이다.

 

도서관에 들어선 후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얼굴이 크게 그려진 대리석 벽화. 한지로 만든 조형물과 은은한 조명이 도서관 내부를 꾸민다.

 

1층 안내데스크의 도움으로 전시실에 들어가면 역사적 의미를 지닌 많은 사료들을 볼 수 있다. 1층 전시실은 크게 ▲도서관 소개 ▲민주화를 향한 김대중 ▲대통령 김대중 ▲세계 평화를 꿈꾸는 김대중 등 네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민주화를 향한 김대중' 전시실에는 1980년 사형선고를 받았을 당시 입고 있던 수의, 장갑, 고무신 등과 감옥 병실에서 못으로 몰래 작성한 편지, 옥중편지 등이 전시돼 있다. '대통령 김대중 실'에는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이 재현돼 있고, 사진촬영도 가능하다. 또 3단계 통일론, 대중경제론 등 김 전 대통령의 정치 철학을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정리돼 있다. '세계 평화를 꿈꾸는 김대중 실'에선 노벨평화상을 포함한 각종 상장, 감사패, 훈장 등을 볼 수 있다.

 

2층은 ▲김 전 대통령이 기증한 장서 1만6000여 권이 있는 사료전시실 ▲김 전 대통령이 세계 각 국에서 받은 선물, 각종 연설, 대외 발언 등의 구술자료 등이 있는 특별전시실로 구분돼 있다. 이 밖에도 3층부터 5층까지는 연구실 및 사무시설이, 지하 1층엔 열람실과 국제회의실이 있다.

 

최경환 김 전 대통령 비서관은 "역사적 사료 제작을 위해 현재 김 전 대통령과 여러 유명 인사들의 증언을 담은 자료를 제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주요 역사적 사건이나 분야별로 관련 국내외 인사들을 대상으로 증언을 채록, 방대한 규모의 구술사와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사료작업이다. 이 밖에 김대중 도서관 연구총서 발간 등의 연구사업과 각종 시민강좌 개최, 국제회의 개최 등 다양한 국제협력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관람시간 / 10:00~18:00

휴관 / 월요일, 공휴일 휴관

관람료 / 무료

문의 / 02) 320-7723

홈페이지 / www.kdjlibrary.org

 

덧붙이는 글 | 김원영 기자와 김정욱 기자는 <오마이뉴스> 8기 인턴기자 입니다. 


태그:#김대중, #청소년 기자단, #우리겨레하나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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