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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주웅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은 MBC <PD수첩>에 대한 심의과정에 대해 "실질 심의 없이 다수결로 밀어붙이는 회의"라고 비판했다.

 

16일 방통심의위 전체회의 중에 첫 번째 안건인 <뉴스 9> 심의에 앞서 신상발언을 하고 회의장을 나온 엄 위원은 "<PD수첩> 제작진 의견진술이 미리 제재를 정해놓고 요식행위로 하는 것 같아 퇴장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일 회의에서 <PD수첩>의 공정성은 문제가 없고, 앵커의 말실수 부분도 제재 조치를 할 정도가 아닌 경미한 수준임을 밝혔다”면서 “그런데 내가 제작진의 의견진술을 듣고 앉아 있을 필요가 있나”라고 말했다. 다음은 엄주웅 위원과의 전화 인터뷰 내용이다.

 

- 심의가 시작되기 전에 퇴장했다. 왜인가.

"지난 1일 위원회의 심의 절차에서 실질 심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로 〈PD수첩〉의 어떤 부분과 내용이 어떤 조항을 위반했는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토론하고 심의를 한 뒤 주의든 사과든 징계를 정해야 하는데 그런 절차는 없이 무작정 의견 진술부터 듣기로 하더라. 실질 심의 없이 다수결로 밀어붙이는 그런 회의였다. 이런 회의에 내가 있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항의하고 퇴장한 거다."

 

- 지난 1일 전체회의 당시 상황을 자세히 말해달라.

"그날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의견진술을 하는 것은 제재를 정했다는 뜻이다. 의욕이 앞선 건지 모르겠지만, 어떤 예단을 해놓고 한 게 아니라면 논의를 해서 따졌어야 했는데, 당시 회의에선 그러지 못했다.

 

물론 나도 심의위의 일원이니까 이를 제지하지 못한 것은 내 불찰이지만, 그날 회의에서 나는 <PD수첩>은 100% 완벽하진 않지만 공정성 조항엔 해당 사항이 없고 객관성에 대해선 의도를 몰라 확인할 수 없으나, 일부 의역한 부분이나 앵커가 말실수 한 부분에 대해선 당연히 문제가 있음에도 법이 정한 제재 조치를 중 정도는 아니고 경미한 수준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다른 사람들 중에는 그런 취지로 말한 사람이 없었다. 어떤 사람은 의견진술을 듣고 결정하자고 했고, 아무 전제조건 없이도 진술을 들을 수 있지 않냐고 한 사람도 있었다. 실질적인 심의를 하지 않고, 미리 제재를 정해놓은 뒤 요식적으로 하는 행위인 것 같아 오늘 퇴장했다."

 

- 그래도 끝까지 회의에 남아 논의를 주도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의견진술을 듣기로 한 것은) 이미 '주의' 이상의 제재조치를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그 이하를 주장한 사람으로서 들어갈 명분도 없고, 의견진술을 반대한 사람으로서 의견진술을 들을 이유도 없었다. 앞서 그런 의견을 밝혔고, 실질 심의가 안 되고 있다는 얘기도 했기 때문에 다수결로 결정하든, 실질 심의를 하든 말든 의견진술 결정이 난 것 자체는 뒤집을 수 없었다. 그러니 심의 과정에 항의하고 퇴장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 그러면 왜 <뉴스9> 심의 전에 퇴장했나.

"오늘 전체회의에 대해 신상발언을 한 것으로 보면 된다. <뉴스9>에 대해선 내 의견이 없는 셈이 됐다. 불참한 것이다."

 

- 오늘 제재조치가 난다면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제재조치 결정이 나면 그것으로 끝이다. 의결정족수를 맞췄기 때문에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 다수의 결정이 내려지면 행정 작용이 이뤄지는데, 심의에 참석하지 않았으니 내가 문제 삼을 것도 없고, 권한도 없다. 그러나 내 양심과 소신에는 부당한 것이어서 그 결정에 동참할 수 없다는 게 내 뜻이다. 그 정도의 소극적 자유는 내게도 있는 것 아닌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 PD저널 >(http://www.pdjournal.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태그:#방송통신심의위, #PD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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