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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대 규모의 광역지방의회인 경기도의회(의장 진종설)가 최근 후반기 2년을 이끌어갈 원 구성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원내 교섭단체인 민주당을 배제한 채 한나라당 일당 체제로 원 구성이 이뤄지면서 이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기도의회는 지난 14일 233회 정례회 3차 본회의를 열고 10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전원을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로 선출했다. 이로써 경기도의회는 한나라당이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독식하게 되었다.

 

경기도의회 후반기 원 구성이 한나라당 일당체제로 이뤄진데 대해 시민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결과적으로 경기도의회가 '한나라당 의회'로 전락한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힘으로 밀어붙인 한나라당의 독점 과욕이 문제

 

그렇다면 경기도의회 원 구성이 파행적으로 이뤄진 원인은 뭘까. 거대 의석수를 무기로 의회권력을 독점하려는 한나라당의 과욕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민주당 또한 지난 1일부터 14일간 회기로 열린 1차 정례회를 파행으로 이끈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나라당은 지난 4일 단독으로 의장단 선거를 강행해 의장과 부의장 3석을 독식해 문제를 키웠다. 민주당이 균형과 견제장치로 부의장 1석과 상임위장 1석을 요구하며 본회의장 점거농성까지 벌였지만 통하지 않았다. 타협보다 절대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인 탓이다.

 

현재 경기도의회는 전체 119석 가운데 한나라당 104석, 민주당 12석, 민주노동당 1석, 무소속 2석이다. 다수당의 독단적인 의회운영에 대해 소수당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의석 분포다.

 

이번 의회직 배분을 둘러싼 갈등도 다수당의 오만과 독단에서 비롯됐다. 민주당은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의석수 5석으로 비교섭단체에 머물렀다. 하지만 6·4 보궐선거에서 7명의 당선자를 내면서 경기도의회 원내 교섭단체(구성요건 10명)로 등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 이후 한나라당 일당 체제로 운영됐던 경기도의회는 양당 체제가 됐다. 민주당은 당초 7대 의회 후반기 원구성에서 부의장 2석 중 1석, 상임위원장 10석 중 3석을 배정해 달라고 한나라당 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를 철저히 무시했다. 원내 교섭단체인 민주당에 의회직을 단 1석도 배정할 수 없다는 뜻을 통보했다고 한다. 민주당이 12석으로 교섭단체가 됐지만 초선의원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을 맡길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대부분 초선인 민주당에 부의장과 상임위장 자리를 줄 수 없다?

 

이에 민주당은 발끈했다. 지난 4~6대 때도 다수당인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소수당 교섭단체에 부의장 1석과 상임위원장 1석을 배정했던 사실을 지적했다. '자리 나눠먹기'가 아니라 의회운영의 견제와 균형을 위해 소수당을 인정하고 배려한 조치임을 강조했다.

 

여기에다 민주당은 6월 22일 한나라당과 교섭에서 '부의장 1석, 상임위원장 1석'으로 양보안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제 밥그릇 챙기기 위해 목숨을 거는 소수당의 생떼"라고 비난했다. 교섭단체의 권리주장을 '밥그릇 챙기기'로 깎아내린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인 6월 23일 한나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의장 후보에 진종설 의원(고양4), 부의장 후보에 각각 장경순 의원(안양1)과 이재혁 의원(이천1)을 선출했다. 민주당의 요구를 묵살하고 일방적으로 당론을 정해버린 것이다.

 

그 뒤 한나라당은 민주당에 상임위원장 1석과 특별위원장 1석 외에는 양보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민주당은 부의장 2석 중 1석은 야당 몫으로, 민주적 의회운영의 상징적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묵살 당했다. 이에 민주당은 반발했고, 교섭은 겉돌았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대안 없는 교섭 제의에 등을 돌리고 결국 6월 27일 본회의장 검거 농성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7월 1일부터 14일까지 예정된 1차 정례회와 후반기 원구성 일정은 차질을 빚었다. 양보와 타협은 실종되고 반목과 갈등만 키운 결과였다.

 

이후 한나라당은 민주당을 배제한 채 지난 4일 의회 1층 대회의실에서 사실상 단독으로 의장단 선거를 강행해 의장과 부의장 3명을 뽑았다. 또한 지난 14일 본회의장에서 상임위원장 10명을 선출해 일당 체제로 후반기 원 구성을 마친 것이다.  

 

시민단체 "일당 독식 반민주적 행태, 의정감시 강화할 것"

 

그러나 이번 경기도의회 후반기 원 구성을 두고 시민사회에서는 일당 독식에 의한 반민주적인 행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시민사회단체 쪽에서는 의정감시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이는 한나라당의 일당 독주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류명화 경기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경기도의회 한나라당이 의석수가 많다고 해서 소수당을 무시하고 일당 체제로 원구성을 한 것은 도민들의 기대와 신뢰를 저버린 반민주적인 행태"라며 "도의회 운영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류 대표는 그러면서 "경기도의회 한나라당의 일당 독주를 막기 위해서는 시민사회단체 차원에서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우선 현재 조직돼 있는 '의회방청단' 운영을 활성화해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의정감시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네티즌의 따끔한 비판도 나왔다. 유재석씨는 경기도의회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이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수당이 머릿수로 결정한다면 세상 무서워 당신들에게 믿고 맡길 수 있겠느냐. 정신 차리고 양심을 찾아 달라"고 꼬집었다.

 

원내 교섭단체임에도 한나라당에게 '수모'를 당한 경기도의회 민주당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의장단 독식에 반발해 남성의원 8명이 삭발을 한데 이어 앞으로 전방위적인 대공세에 나설 태세여서 여야 관계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수모 당한 민주당, "견제·균형 파괴한 일당 독재체제"

 

현재 경기도의회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전횡을 고발하기 위해 전반기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 업무추진비(판공비) 집행에 대한 문제점을 포착하고 정밀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예산낭비 등 비리가 드러나면 이를 도민들에게 공개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최근 불거진 진종설 의장의 사전선거운동 의혹과 관련해서도 일부 증거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이달 초 진 의장을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고발해 현재 경찰수사가 진행 중인 상태다.

 

민주당 경기도당 관계자는 경기도의회 후반기 원 구성과 관련해 "경기도의회 한나라당은 의회운영의 견제와 균형을 파괴하고 일당 독재 체제를 구축했다"면서 "이번 원 구성은 민심에 귀를 막고, 당리당략과 계파정치에 의한 자리 나눠먹기"라고 혹평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기도의회 한나라당은 독선과 오만에 사로잡혀 민주당을 교섭단체로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민주당 도의원들이 본회의장 점거농성을 벌인 것은 자리다툼이 아니라 민주당을 의정파트너로 인정하고 대우하라는 요구였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민주당 의석은 우리당 10% 수준... 무리한 요구였다"

 

이와 관련해 이태순 경기도의회 한나라당 대표의원(성남6)은 "민주당이 부의장 1석과 상임위원장 1석을 요구한 것은 우리당의 10% 수준인 의석 비율로 볼 때 무리한 요구였다"면서 "부의장은 이미 당론이 정해진 상태여서 내부 조율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윤화섭 민주당 대표의원과 여러 차례 만나 상임위원장 1석과 특별위원장 1석을 배정하겠다고 제의했지만 민주당 쪽에서는 부의장 1석을 배정하지 않은데 반발해 상임위원장 1석도 받지 않겠다며 거부했다"고 해명했다.

 

이 대표의원은 "경기도의회 후반기 원구성이 한나라당으로만 이뤄져 일부에서 비판적인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민주당에서 우리당의 제의를 거부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면서 "민주당과 대화를 통해 원만한 관계회복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초선에겐 의회직 맡길 수 없다더니...

경기도의회 한나라당, 상임위장 3명 초선의원 선출

"초선이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을 수행하기는 무리가 있다...(중략)...민주당은 초선의원들이 대부분이다...(중략)...안정적인 의회운영을 위해서라도 초선 도의원들에게 의회직을 맡길 수는 없다...(중략)"

 

이태순 경기도의회 한나라당 대표의원(성남6)이 지난 1일 경기지역 한 지방신문과 가진 인터뷰 내용의 일부다. 이 대표의원은 원내 교섭단체인 민주당과 의회직 배분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던 와중에서 민주당에 의회직을 줄 수 없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그러나 이 대표의원의 이런 발언 내용은 민주당에 의회직을 배분하지 않으려는 ‘이유 같지 않는 이유’에 불과했다. 경기도의회 한나라당이 지난 14일 후반기 원구성을 위해 선출한 상임위원장 10명 중 3명이 초선의원들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날 선출된 상임위원장은 △의회운영 정금란(비례대표·재선) △기획 김대원(의왕1·재선) △경제투자 전진규(평택4·초선) △자치행정 이주석(포천2·재선) △교육 유재원(양주2·재선) △문화공보 이백래(안산3·재선) △건설교통 김인종(수원7·재선) △도시환경 심진택(연천2·재선) △농림수산 최지용(화성2·초선) △보사여성 황선희(시흥1·초선) 의원 등이다.

 

이들 가운데 경제투자 전진규, 농림수산 최지용, 보사여성 황선희 의원은 모두 초선으로 밝혀졌다. 이 대표의원의 논리대로라면 이들은 '안정적인 의회운영을 위해' 상임위원장을 맡아서는 안 되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한나라당 당론에 의해 상임위원장으로 내정됐고, 14일 의회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를 통해 최종 확정됐다. 한나라당의 초선은 의회직을 맡을 수 있고, 민주당의 초선에게는 의회직을 맡길 수 없다는 이상한 논리. 그 뒤에 숨겨진 속내는 굳이 설명이 필요없을 듯하다.

 

이에 대해 이 대표의원은 "초선의원에게 부의장을 맡길 수 없다는 말은 했으나 상임위원장까지 포함하지는 않았다"면서 "내 말뜻이 잘못 이해된 것 같다"고 언론에 책임을 돌렸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표의원 등 한나라당 측이 수시로 이런 발언을 계속해 왔다고 주장했다.


태그:#경기도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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