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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이 대반격에 나섰다. '인간 광우병' 왜곡·오역 논란에 대해 직접 해명하고 일부 신문사와 정부, 그리고 검찰의 수사를 작심하고 반박한 것이다. 

 

MBC TV <PD수첩>은 15일 밤, 'PD수첩, 진실을 왜곡했는가' 편을 시작하자면서 단호한 어조로 다음과 같이 밝혔다.

 

"계속 공격을 받는 것은 <PD수첩>이 내용을 왜곡해서 허위의 사실을 전했냐 하는 부분인데, 시청자 여러분께 단언하건대 그런 일은 없다. 그렇다고 <PD수첩>이 100% 완벽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저희 제작진 스스로 겸허히 되돌아봐야 할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번역상의 몇 가지 오류들이다. 그걸 분명히 말씀 드리고 시작하겠다."

 

[수정-사과] "번역자막 꼼꼼이 챙기지 못했다" 

 

<PD수첩>은 먼저 4월 29일에 방송했던 보도 내용 중 일부의 번역을 새롭게 수정해 내보냈다.

 

지난 방송에서는 로빈 빈슨 (고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씨의 발언을 "너무 놀라운 일이었죠, 우리 딸이 걸렸던 병에 다른 수많은 사람들도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요"라고 번역했으나, 이날 방송에서는 "걸렸던"에 네모를 친 뒤 "걸렸을 수도 있는"으로 수정했다.

 

또 지난 4월8일 미국 WAVY TV에 방송됐던 내용을 전하면서 PD수첩은 "의사들에 따르면 아레사가 vCJD라는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에 걸렸다고 합니다"로 번역했으나 이를 "의사들은 의심합니다"라고 고쳤다.

 

그간 일었던 '오역논란'에 대해서도 재차 사과했다. <PD수첩>을 진행하는 송일준 PD는 "번역자막을 꼼꼼히 챙기지 못하거나, 일부 의혹을 통해서 정확하지 못한 표현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한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송 PD는 또한 "4월 29일 생방송 중에 저의 말실수, 즉 '광우병에 걸렸을 수도 있는 소'라고 해야 할 것을 '광우병에 걸린 소'라고 잘못 말한 부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정정하며 시청자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말한 뒤 고개를 숙였다.

 

 

[진실은?] "검역주권의 문제 전달하려 했는데..."

 

하지만 <PD수첩>은 "과연 우리가 말하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으며 진실을 왜곡했다는 일각의 비난은 과연 온당한 것인지를 시청자 여러분 스스로 판단해볼 수 있는 기회를 드리기 위해 방송을 마련했다"며 포문을 열었다.

 

<PD수첩> 제작진은 7월초 다시 미국으로 가 미국 최대 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축산담당인 마이클 그래거 의학박사를 만나 확인한 내용을 공개했다.

 

국내 언론은 <PD수첩> 방송을 가리켜,  "다우너 소를 광우병과 연결한 건 심지어 처벌감"이라 주장했지만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마이클 그래거는 "소가 주저앉는 것은 광우병의 주된 증상 중 하나이기 때문에 주저앉는 소를 '광우병 의심 소'라고 부르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미국 농무부가 '주저앉는 소'에 관한 규정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클 그래거는 또 "이곳 미국의 육류 검역 시스템은 소비자들을 지키는데 실패하고 있다"며, "그래서 (주저앉는 소 도축 금지) 법안이 통과될 뿐 아니라, 적절히 집행될 때까지 우리와 같은 단체들이 조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PD수첩>은 "당시 인터뷰했던 협상 대표도 인간 광우병 사망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한 바 있다"며 민동석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이 4월22일 <PD수첩>과 만난 자리에서 "버지니아에 있는 22살 빈센트(아레사 빈슨 지칭)라는 여성이 광우병으로 의심이 되는 증상으로 사망을 했는데 역학 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만 그 결론이 확실하게 나있지 않은 상태"라고 했던 말을 소개했다.

 

" 방송 직후 나온 정부 문서에도 '인간 광우병 의심 환자 사망'이라고 적시돼있다. 부검 전 진단 결과를 정부도 알고 있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PD수첩>은 "결국 제작진이 취재를 통해 얻었던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한 나라의 검역 주권의 문제였다"며 "그런데 그런 핵심적인 실체는 사라져버리고 비본질적인 문제가 자꾸 핵심적인 문제인 양 거론된다"고 지적했다. 

 

 

[언론에 대한 반격] 조중동도 2월엔 "다우너 소는 광우병 위험 높아"

 

'<PD수첩>괴담'이라고까지 불리는 언론의 보도 태도도 조목조목 짚었다.

 

먼저 2월 5일자 <조선일보>가 보도한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는 소는 '다우너(downer)'로 불리며, 광우병 위험이 있는 것으로 분류된다", 2월 19일자 <동아일보>가 "규정상 다우너 소는 식품으로 사용될 수 없다, 광우병에 감염될 위험성이 일반 소보다 높기 때문이다" 등 일간지가 보도한 내용을 인용했다. 

 

이어 "그런데 불과 몇 달 뒤 이들 신문들은 같은 동영상 속 소에 대해 180도 바뀐 입장을 보인다"며, "<PD수첩>이 주저앉는 소를 광우병과 연결하는 것은 왜곡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고 꼬집었다.

 

번역자 정씨의 발언에 대한 보도 태도도 문제삼았다. <PD수첩>은 "이들 신문들이 1면에 실을 만큼 중요한 근거로 삼은 건 제작과정을 지켜본 인물로 소개된 번역자 정씨의 발언이었다"며, "신문들은 '단순히 이 동영상이 동물학대를 고발하기 위해 촬영한 영상이었으며 광우병 소처럼 묘사하는 것은 과장'이라는 정씨 주장 역시 비중있게 실었다"고 비판했다.

 

<PD수첩>은 그 동영상을 촬영한 휴메인 소사이어티측을 상대로 동영상 제작 배경에 대해 물었다.

 

"단순히 동물학대를 고발하는 동영상"이란 정씨와 신문의 주장과 달리 이 동영상을 촬영한 휴메인 소사이어티 마이클 그래거 박사는 "동영상이 공개된 후 미 전역에서 대대적인 리콜 사태가 일어난 것도 식품 안전체계 문제 때문이었다"고 일축했다.

 

"조중동이 고의적으로 누락했다고 하는 중요한 취재 내용의 전부"라며 미국에서 인터뷰한 시민들 인터뷰도 공개했다.

 

여기서 미국 시민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쇠고기를 안 먹는다"고 말했고, 다른 한 명도 "미국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말했지만 우려도 표했다. 번역자 정씨는 이에 대해 "미국 시민들이 미국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말했는데 <PD수첩>이 방송에서 일부러 뺐다"고 주장했다.

 

<PD수첩>은 "처음으로 정씨의 발언이 보도된 후 사흘간 조중동 세 개 언론이 쏟아낸  <PD수첩> 관련 보도는 무려 37건"이라며 "이상한 건 그 중엔 국제전화 한두 통이면 쉽게 확인 가능한 내용도 있다"고 꼬집었다.

 

또 <PD수첩>은 OO일보 기자를 상대로 의혹 제기에 앞서 확인취재를 했는지를 묻기도 했다. 취재팀이 "번역한 사람 말고 다우너 동영상을 처음 제작하고 공개한 휴메인 소사이어티에 혹시 문의해보셨나요?"라고 기자에게 물었는데 "그 기사의 취지가 휴메인 소사이어티에 문의해서 확인해야 될 그런 사항은 아닌 것 같은데요"라고 말한 기자의 육성을 방영했다. 

 

이어 "전화 두 통, 휴메인 소사이어티나 고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에게 저 신문사 기자들이 직접 전화해서 <PD수첩>의 내용에 오류는 없었는지 확인만 해본다면 쉽게 해결될 문제"라며 "그런데 한 번역자를 앞세워  대대적으로 <PD수첩>을 '왜곡방송'이라고 몰아가는 언론들이야말로 그 의도가 궁금하다"고 반격했다.

 

[검찰에 대한 반격] 검찰, 정부 '명예훼손' 수사 위해 전담팀 꾸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고, 검찰은 검사 5명으로 수사 전담팀까지 꾸리고 촬영 원본까지 요구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PD수첩>은 "4월29일 '방송이 정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해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과연 행정 부서의 공적 업무 수행에 대해서 언론이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을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더구나 취재 원본을 제출하라고 하는 것은 단지 한 프로그램을 넘어서 전체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PD수첩>은 과거 검찰이 언론에 압수 수색을 하려다 실패한 사례를 소개하며 지난 해 7월 30일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의 다음과 같은 발언을 소개했다.

 

"언론이 언론으로서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 취재원 보호는 반드시 필요하다. 취재원 보호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기자들의 취재활동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검찰이 언론자유를 수호하는데 앞장서지는 못할 망정 언론자유를 압살하는데 민주주의의 적이 돼서는 곤란하다."

 

 


태그:#PD수첩, #인간 광우병, #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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