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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 맞벌이를 했지만 현재 우리집은 평범한 외벌이 가족이다. 

 

8월에 태어나는 아이를 포함해서 네 명의 식구가 먹고사는 비용은 한 달 약 200만원 정도다. 남편 월급은 상당액이 생활비로 들어가고, 그동안 모아뒀던 약간의 저축과 월세 수입 등을 모아 목돈을 마련해서 고정지출 이외의 비용을 감당하고 있다.

 

생활비 가운데 평균 50만원이 자동차에 들어간다. 남편이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기 때문에 자동차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30만원이면 해결됐는데, 올해들어 유가상승으로 인해 거의 두 배 가까이 지출하게 됐다.

 

작년에는 30만원으로 해결했는데

 

그렇다고 출퇴근을 안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이가 있는데 주말 내내 집에만 틀어박혀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특별히 남편 회사가 집이랑 먼 거리도 아니다. 자동차를 이용해 30분 정도면 회사에 도착하니, 서울 외곽에서 중심부로 다니는 다른 사람들의 평균 출퇴근 거리에 비해 짧은 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렇게 짧은 거리임에도 한 달 기름값으로 생활비의 20% 이상을 쓰고 있으니 장거리 자가용 출퇴근자는 도대체 그 비싼 기름값을 감당하나 싶다. 나름대로 절약한다고 최소 경비 지출을 지향하지만 아무리 줄여도 오르는 기름값을 감당하긴 힘들다.

 

주유소를 지나치면서 기름값이 얼마인지 제대로 알지조차 못했던 나도 요즘은 리터당 1900원(경유)이 넘는 가격 표시에 깜짝 놀라곤 한다. 최근 들어서는 상승폭이 너무 커서 주유소 기름값 표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남편은 자동차를 타면 출근시간이 30분에 불과하지만, 대중교통 이용시간은 2시간이나 걸려 차를 없앨 수도 없는 상황이다. 오르는 기름값이 야속할 수밖에 없다.

 

가정용 가스비 25% 인상... 겨울이 두렵다

 

이런 상황에서 15일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이 발표한 도시가스 비용 인상 계획은 가정주부 입장에서 굉장히 서글퍼지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실질적으로 가정용 가스료는 25% 정도 오른다고 한다.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8월부터 3차례 단계 인상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다가올 겨울이 벌써부터 두려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금이야 여름이라 난방 비용, 더운물 사용 비용이 절감되어 아파트 관리비가 12만원 안팎이지만, 겨울철 관리비로 평균 25만원은 지출하는 상태에서 가정용 가스비가 25% 인상된다면 30만원 가까운 비용이 관리비로 지출될 수밖에 없다.

 

주부가 되다 보니 아파트 관리비나 가스비·기름값·전기료 인상 등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다. 원래 집을 좀 춥게 하고 사는 편이라 난방 비용 등에 그다지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데도 이 정도인데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싶다.

 

가정용 가스비뿐 아니라 조만간 전기요금도 평균 5%가 올라간다고 하니 부담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서민들을 위해  경제를 살리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의 약속은 어디로 간 것일까? 평범한 외벌이 가족의 주부가 체감하는 물가 상승 상태는 의외로 심각하다. 작년과 비교해 볼 때 과일값도 천정부지로 솟았다. 과일은 이제 서민들의 먹을거리가 아닌 듯 하단 생각이 들 정도다.

 

지난해 영등포 청과물 시장에서 3000원이 하던 수박이 올해는 5000원으로 올랐다. 대형마트에서는 7000원 미만의 수박은 구경하기 힘들다.

 

과일값이 왜 이렇게 비싼가 하고 대형마트 과일 유통 담당자에게 물었더니 "기름값이 오르다 보니 하우스에서 재배되는 과일들은 자연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한다. 게다가 물류비용도 올라 그 부담이 고스란히 가격에 반영돼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기름값 인상으로 인한 파급 효과가 이 정도인데, 가스비까지 인상되면 다른 물가가 또 줄줄이 오를 게 뻔하다. 소비재들 가격이 얼마나 치솟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한달에 50만원 저축, 아무래도 힘들겠지

 

16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 등 각종 물가 지표들이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수준에 다가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0.5% 올라섰고, 소비자물가상승률도 5.5%나 올랐다는 것이다.

 

지난달 남편과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껏 우리는 저축을 제대로 못하고 살았는데 내년에는 좀 더 허리를 졸라매서라도 한 달에 50만원씩은 꼬박꼬박 저축하자"고 했었다. 그런데 이런 소박한 우리의 꿈이 과연 실현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우리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수박이 내년에는 1만원에 가깝게 오르고, 큰 아이가 좋아하는 나들이도 기름값이 무서워서 못 다니게 다니지 않을까 걱정이다. 게다가 내년에는 둘째가 한창 자라는 시기라 기저귀며 더운물 사용 비용이며, 들어갈 돈도 만만치 않은데 말이다.

 

천정부지로 솟는 물가, 도대체 잡을 수는 없는 것일까? 정부는 이런 서민들의 괴로움을 알고는 있을까? 이명박 대통령이 사는 청와대는 올 겨울 보일러를 맘놓고 돌릴 수 있을까?


태그:#물가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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