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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사람들은 보건소에서 강사를 지원받아 건강증진운동 일환으로 스포츠댄스를 배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넓은 교회를 빌려서 사용했는데 여름방학 수련회로 인하여 교회를 비워주고 지금은 이웃집 배 창고에서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넓은 장소가 없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신세지만 건강과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건강증진운동을 시작한 지 벌써 6개월에 접어듭니다. 요즘은 농번기라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그래도 운동시간만큼은 잘 지키고 열심히 참여합니다.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데 운동처럼 좋은 것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어려움에 처한 주민들을 위해 배 창고를 비우고 깨끗이 청소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신 성관용·오정순씨 내외는 우리 마을(충남 연기군 서면 쌍류리)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분들입니다. 워낙 부지런하고 마을일이라면 두 팔 걷어 부치고 앞장서는 그들이기에 마을의 보배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자랑스런 이웃입니다.

 

10일 저녁엔 평소 운동 시간보다 조금 일찍 운동 장소를 제공해 주시는 성관용씨 댁으로 모였습니다. 건강증진운동교실에 참여하는 주민들의 단합대회 겸 삼겹살 파티를 열기 위해서였습니다.

 

 

한쪽에선 삼겹살이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익어가고 있고, 빙 둘러 앉은 마을 사람들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야기꽃이 활짝 필 무렵, 주인아주머니께서 큰 그릇에 김치를 담아 나오십니다. 모두 맛깔스런 모습의 김치를 보곤 침을 '꿀꺽' 삼킵니다. 빨갛게 잘 익은 김장김치는 언뜻 보기에도 맛이 기막힐 것 같았거든요. 손으로 쭉 찢어서 입에 넣으니, 입안이 아삭해집니다. 알맞게 익은 김치는 씹을수록 단맛이 납니다. 그 옛날 어머님께서 김장 항아리를 묻고 그곳에서 꺼내어 썰어주셨던 개운하고 아삭아삭한 그 맛입니다.

 

 

"어쩜, 이렇게 김치가 맛있어?"

"우리집 김치는 김치냉장고에 넣었는데도 물러서 맛이 없던데…."

"아, 그거요, 젓갈을 너무 많이 넣으면 그렇더라구요."

"액젓은 조금만 넣고 새우젓을 많이 넣어야 오래 오래 아삭하고 맛있다니까요."

"아, 그렇구나…."

 

넓은 마당에 돗자리 대신 빈 배 박스를 놓고 빙 둘러 앉아 오순도순 이야기 나누며 먹는 삼겹살 맛은 끝내줍니다. 저온창고에서 막 꺼내온 김장김치는 아삭아삭한 맛이 일품입니다. 또 집에서 손수 기른 상추와 오이, 직접 담근 집 된장으로 만든 쌈장이 지글지글 익으며 기름기 쏙 빠진 삼겹살을 만나 입안에서 한바탕 난리 부르스를 추고나면 황홀할 정도입니다.  

그냥 집에서 전기불이나 가스에 구워먹는 삼겹살을 어찌 오늘 우리주민들이 구워먹는 삼겹살 맛에 비교하리오. 성관용씨가 손수 만든 바비큐 통에 석쇠를 올려놓고 번개탄을 피워 두껍게 썰은 생삼겹살을 올려놓으면, 고기 익는 냄새가 진동을 하며 몸에 좋지 않은 기름기가 쏙 빠집니다.

 

 

그렇게 살짝 익힌 뒤 석쇠에 고기를 한 번 더 굽습니다. 그렇게 구워진 고기를 무공해 상추에 한 점 올려놓고 파무침과 마늘, 고추와 구수한 집 된장으로 만든 쌈장을 올려 놓습니다. 그 위에 아삭아삭한 김치를 얹어 한입에 쏙 넣으면 둘이 먹다가 셋이 죽어도 모를 만큼 환상적인 삼겹살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음, 바로 이 맛이여~~ 삼겹살은 이렇게 먹어야 맛있다니까. 안그래요?"

"맞어, 바로 이 맛이 진짜 삼겹살 맛이지."

 

 

오늘은 특별히 이웃마을 이장님들께서도 직접 찾아주셔서 격려와 함께 농촌의 발전 방향에 대해 주민들과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이장님들은 "어느 농촌이나 다 같은 상황이지만 마을 주민들이 맘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앞으로 농촌의 과제로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하여 마을 사람들이 운동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잔을 높이 들고 "위하여!"를 힘껏 외칩니다.

 

주민들의 단합을 위해 마련된 삼겹살 파티가 깊어가는 여름밤과 함께 무르익을 무렵, 농촌의 밝은 미래를 예견해 주듯, 밝은 달이 밤하늘에 두둥실 떠올랐습니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뉴스와 세종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건강증진운동, #쌍류보건진료소, #연기군보건소, #삼겹살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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