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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표, 당신의 별명은 '복당녀'

 

안녕하십니까, 박근혜 전 대표. 저는 두 달 가까이 촛불시위 현장에서 물대포와 소화기 분말을 뒤집어 써가면서 현장 취재에 열을 올리고 있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박형준이라고 합니다.

 

제가 인터넷 신문에 기사를 게재한다고 해도 박 전 대표께서 그것을 읽으실 확률은 지극히 희박하다는 것 쯤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쓰는 편지가 그렇듯이 이 글은 반드시 박 전 대표만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다른 분들도 보실 수 있는 만큼 굳이 읽지 않으신다 하더라도 이 편지를 이어갈 생각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저는 두 달 가까이 촛불시위 현장 취재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국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것도 저에게는 큰 공부가 되고 있습니다.  이 목소리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및 '친박' 정치인 모두에게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무척이나 간절했습니다만, 청와대나 한나라당의 대처를 보면 그 막힌 귀를 언제 열려고 할지 한숨만 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현장에서는 이명박 대통령만큼은 아니더라도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이야기도 종종 나옵니다.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가 나오진 않더군요. 그 현장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의 별명도 지어졌습니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복당녀'라고…. "국민이 광우병 위험에 노출되든 말든, 이명박 정부의 무차별적인 공공부문 사유화 시도로 인해 국민이 죽어나든 말든 자기 식구의 '복당'만 해결되면 다냐"는 의미에서 지어진 별명입니다. 아래의 이미지를 보시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정말로 속았나? 너무 뻔한 예상이었다

 

실제로, 박근혜 전 대표께서는 TV 브라운관이든 인터넷이든, 매체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근 몇달 가까이 '복당'만 이야기하셨습니다.

 

물론, '쇠고기' 문제도 거론하지 않으신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의례적이면서도 뻔한 목소리였습니다. '이미지 관리용 멘트'라고 해야 할까요? 진정으로 국민에 대한 걱정이 담긴 것이 아니라, "나도 이런 목소리 정도는 낸다"는 의미에 머무른 전형적인 '정치인의 멘트'였던 것 같았습니다.

 

계파 정치인의 안위를 챙기는 것이 정치인으로서의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긴 합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박근혜 전 대표께서 '복당'을 거론하실 때마다 지난 18대 총선 당시 '친박' 측이 내건 광고 플래시를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저도 속았습니다. 국민도 속았습니다."

 

저로서는 영문을 모를 일이었습니다. 한나라당의 공천 과정에서 '친박' 정치인을 두고 잡음이 일어날 것이란 예상은 언론을 통해 정계의 소식을 조금이라도 접하는 사람들이라면 뻔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 뒤에 붙은 '국민'이라는 수식어는 말 그대로 '형용모순'입니다. 정확하게 "내 지지자 여러분도 속았습니다"라고 해야 했습니다. '친박'이 한나라당에 복당한다고 해서 서민을 중심으로 한 다수의 국민들에게 좋을 일은 거의 없을 것이란 예상도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기에 거기에 '국민'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것은 엄청난 형용모순입니다.

 

'친박'은 서민 죽이기 정책의 잠재적 동지

 

이명박 대통령이 시도하려는 정책 중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공개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건 것은 그나마 '한반도 대운하'에 불과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이 서민들에게 원성을 넘어 '원한'의 대상으로 진화한 것은 반드시 '한반도 대운하'나 '쇠고기'만이 아닙니다. 앞서 이야기한 공공부문 사유화 시도와 영어몰입교육으로 대표되는 학교 자율화 방안, 그리고 '쇠고기' 문제에 근원이 됐던 대외 굴욕 외교도 '원한'의 대상입니다. 

 

그뿐이겠습니까? 이명박 대통령이 '정책의 연속성'을 근거로 유임시킨 강만수 재정기획부 장관, 그를 통해 드러나는 '고환율 정책'이야말로 최근의 경제난국의 주원인입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책임을 느끼기는커녕 "촛불 때문에 경제가 어렵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휘하의 측근 및 장관들과 늘 이야기하고 다닐 정도입니다. 이런 혼란 속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무엇을 하셨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본 것은, 그런 혼란 속에서도 끊임없이 '복당'만 언급하던 박근혜 전 대표였습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아무래도 정계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분이니, 언론도 그 언급을 중요시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이젠 어떤 이야기가 오가느냐면 말이죠. '친박'은 여당 내부의 파벌 투쟁 외의 서민 정책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의지도 없는 사람들인만큼, '복당'이 해결되면 이명박 대통령의 서민 죽이기 정책에 대해 최소한 암묵적으로라도 동참할 사람들이라는 이야기가 돌아다닙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박근혜 전 대표는 '한반도 대운하' 외엔 다른 것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미 몇 년 전 '사학법 반대' 파동의 주역이었다는 것 자체만으로 박근혜 전 대표의 보수적 이미지는 충분이 어필이 돼 있습니다. 게다가,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정치적 표정 관리를 한 것만으로도 최소한 지지자들에게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도 충분히 이루어진 현실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서민 죽이기 정책' 투성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 대운하' 외엔 아무 반응도 내놓지 않았고, '사학법 반대'의 주역이었던 박근혜 전 대표와 '친박'이라는 직계는 별다른 동요 없이 정책에 대한 국회 표결에 나설 때마다 이명박 대통령을 보조할 것입니다. '친박 복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서민 죽이기 정책을 보조할 거수기, 혹은 잠재적 동지들이 더욱 늘어났다는 것 외엔 의미가 없습니다.

 

거대여당 한나라당, '개헌'도 불사할까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친박 복당'과 김형오 국회의장의 당적 이탈을 감안하면 한나라당의 총의석수는 182석으로 집계됩니다. 모든 상임위 구성에서 과반수를 차지할 수 있는 168석도 훌쩍 넘어버렸습니다. 여기에서 18석을 가진 자유선진당과 친여 성향의 일부 무소속 의원까지 합세한다면 '개헌'도 밀어붙일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김형오 국회의장은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부터 자주 '개헌'을 언급했고, 국회의장이 되자마자 '개헌'을 이야기했습니다. 박희태 대표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09년 안에 개헌 논의를 마무리짓겠다고 했습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연임'과 '중임'을 거론한 것은 물론, "향후 권력구조는 독점이 아닌 분점의 방향으로 개편되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렇다면 답은 3개입니다. 4년 중임제나 내각제, 아니면 이원집정부제. 박근혜 전 대표를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 의지에 불타오르는 '친박'은 이원집정부제에 호감을 느낄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의 자민당을 룰모델 삼아 한나라당의 장기집권을 꿈꾼다면 '내각제'도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겠죠.

 

개인적인 느낌은 '끔찍하다'입니다. 서민 죽이기 정책을 일삼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국민의 정당한 목소리가 드러나는 '촛불'에 대해서도 연이어 비상식적이거나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개헌을 통해 장기집권을 이뤄낼 경우, 서민이 겪어야 할 '경제난'은 끝이 없을 것이란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침묵' 내지는 '의례적 언급'으로 정치적 레토릭을 구사하는 박근혜 전 대표,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그 정치적 레토릭으로 일관하실 듯합니다. '친박 일괄 복당'이라는 소식을 듣고, 환하게 웃던 당신의 표정이 오히려 가슴치도록 무섭게 다가왔던 이유는 아마도 거기서 비롯되는 것일테죠.

 

"저도 무섭습니다. 국민도 무섭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도 속았습니다. 국민도 속았습니다"라는 이야기를 그대로 들려드릴 필요성을 느낍니다. 살짝 바꿔봤습니다.

 

"저도 무섭습니다. 국민도 무섭습니다."

 

무서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 후 5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도 국민적 고통과 혼란은 이 정도입니다. 이젠 그것으로도 모자라 거대여당까지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영원불멸의 권력'은 없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비단 박근혜 전 대표뿐만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를 비롯한 한나라당의 구성원 모두에게 드리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경찰이 과잉폭력진압으로 일관해도 결코 꺼지지 않는 '촛불'이 말해주는 것입니다.

 

거대여당의 힘을 믿고 밀어붙인다면, 이 촛불은 더욱 확산될 것입니다. '친박 복당'으로 인해 박근혜 전 대표 역시 '복당녀'를 넘어 한나라당의 유력 대주주가 됐으니, 촛불의 화살은 박근혜 전 대표라고 무사히 비켜가진 않을 것입니다.

 

거대권력의 현장 속에서 차기의 꿈을 노리면서 정작 서민의 삶은 고민하지 않는 어느 정치인, 그라면 과연 '촛불'에 어느 제스처를 취할까요? 그 정치인의 특기인 '의례적 언급' 따위는 통하지도 않을 것이고 오히려 불을 지를텐데, 과연 그 정치인이 취할 제스처는 무엇일까요? 과연 그가 '원칙의 정치인'인지, '친박 복당' 소식에 기쁜 미소를 짓던 모습 속에서 공포와 우울함이 치솟아 아이러니컬해진 하루인 것 같습니다.

 

마음 단단히 먹으십시오. '친박 복당'으로써, 이젠 당신도 '촛불'로부터 벗어날 수 없어졌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촛불, #친박, #친박 복당, #이명박,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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