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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신문 끊을 권리,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에 나서고 있는 6명의 토론자들 모습. 이날 토론회는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조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독자의 신문 끊을 권리,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에 나서고 있는 6명의 토론자들 모습. 이날 토론회는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조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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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인터넷 사이트에 신문 끊기 매뉴얼과 절독 성공기 같은 글이 영웅담처럼 떠돌겠는가?"

전국언론노조 서정민 정책국장의 말처럼, 우리 사회에서 '신문 끊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서 국장은 "반대로 '절독 실패기'를 인터넷에 올리면 주위의 누리꾼들이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코믹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소비자의 권리를 국가기관이 보호해줘야 하는데 시민들 스스로가 직접 나서는 모습을 보면 참 씁쓸하다"고 혀를 찼다.

지국 "위약금 지급하지 않으면 신문 끊을 수 없다"... "이건 조폭수준"

10일 오전 프레스센터 7층 레이첼카슨룸에서는 민주언론시민연합·전국언론노동조합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독자의 신문 끊을 권리,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날 토론에는 정연우 민언련 상임대표, 김종천 변호사(인권언론센터 이사), 임은경 한국 YMCA 전국연맹 소비자팀장 등 6명의 토론자가 참석했다.

<김아무개씨는 신문을 끊으려고 지국에 전화를 했다. 그러나 지국에선 "아직 약정기간 1년을 채우지 못했다"며 "처음 구독 때 받은 상품권 5만원과 무료 구독료 여섯 달치를 위약금으로 돌려주지 않으면 끊을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씨는 "상품권과 무료구독 서비스를 받고 1년 보기로 한 것은 맞지만 위약금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고 했다. 이 내용을 담은 계약서도 없다, 김씨는 10만원이 훨씬 넘는 돈을 돌려줘야 할지, 약정기간까지 '울며 겨자먹기'로 신문을 계속 봐야 할지 고민 중이다.>

서정민 정책국장이 발제를 통해 밝힌 이 같은 사례는 우리 주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산 쇠고기 보도와 관련해 조중동 등 일부 신문의 구독을 중단하려는 독자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김씨와 같은 일을 당해 불법경품 신고센터 등에 상담을 요청하는 시민들의 수도 많아지고 있다. 

서 국장은 "독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 상품을 더 이상 구매하지 않을 권리는 지극히 정당한 것이나 현실에서는 이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해당 지국이 독자의 구독 중단 의사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며, 독자의 뜻과는 무관하게 신문을 계속 배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 국장은 "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며 여러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국가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신문 절독 문제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며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실망한 독자들은 다시 민언련, 언론노조 등으로 구성된 '신문 불법경품 공동신고센터'에 도움을 청하나 민간기관으로서 가지는 근본적인 한계점은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사례 말고도 독자들이 신문사로부터 받는 '횡포'에 가까운 처사는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지국원이 집에 찾아와 협박하기, 경품과 무료구독으로 꼬드겨 약정기간 연장하기, 본사와 지국 간 떠넘기기, 막무가내로 신문 배달하기 등 '신문 끊기'를 저지하기 위한 일부 신문사의 횡포는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사회를 보던 정연우 대표는 "숫제 이건 조폭수준"이라면 "(조중동은) 걸핏하면 지면에 법질서를 운운하나 조중동이 하는 행태를 보면 오히려 자신들 스스로가 불법집단임을 드러내고 있다"고 성토했다. 

불법경품 안 돌려줘도 된다... "호의로 제공했다면 반환 근거 전혀 없다"

그렇다면 만약 신문을 끊는다면 구독 신청시 받았던 상품권 등의 경품은 다시 돌려줘야 하는 것일까?

이날 모인 토론자들은 대체로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경품을 무료로 나눠줬다는 것 자체가 신문고시를 어긴 위법 행위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신문고시에 따르면 1년치 구독료의 20%(한 달 구독료가 1만5000원일 경우 3만6000원에 해당)를 넘는 경품을 나눠주는 것은 불법이다.

서정민 국장은 "지국이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상품권과 무료구독료는 거의 100% 신문고시 위반에 해당하는 불법경품"이라며 "지국에서는 불법행위의 증거가 될 것을 우려해 해당 계약서도 남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 국장은 "이에 대한 선례는 없으나 그 자체로 불법인 도박 빚은 갚을 의무가 없다는 판결을 참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종천 변호사도 "현행법을 위반한 급여이기 때문에 도박 빚, 불륜관계 유지 대가 등 반사회적인 행위에 이르는 정도의 불법적인 반대급부가 이뤄졌을 경우 반환을 안 해도 된다는 기존 판례를 참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경품이 유가지 구독의 대가가 아니라 단순히 호의로 독자들에게 지급했다고 본다면 불법이냐 아니냐를 떠나 반환의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조영수 민언련 대외협력부장은 "'촛불 정국'을 거치며 지국과 구독자 모두 비싼 수업료를 내고 있다"며 "과거에는 지국은 프로, 구독자는 아마추어란 인식으로 경품 돌려주거나 어떻게든 신문을 끊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지국도 독자가 '만만하지 않구나'라는 것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불법 경품이 다시 회수되는 경우가 많이 줄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본사가 근본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다면 불법판촉 경쟁, 무가지 살포 등으로 얼룩진 신문시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토론자들은 신문 구독자와 지국사이의 문제로만 국한해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본사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까지 정상화해야 비로소 혼탁한 신문시장이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정민 정책국장은 "결국 본사가 근본적인 책임을 져야"한다며 "지국이 독자를 늘려야 하는 이유는 본사에서 확장금액을 지급하기 때문이며, 독자를 모집하면 지국으로부터 벌어들이는 신문 값도 일정 부분 깎아준다"고 지적했다.

결국 본사가 무분별한 독자모집을 요구하며 불법경품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 국장은 "상황이 이러함에도 본사에서는 '지국에서 그렇게 하는데 우리가 어쩌겠냐'는 반응만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 방우영 회장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런 후안무치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꼬집은 뒤,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서 지국하고만 싸울 것이 아니라 더 근본적인 본사와 싸워서 독자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조영수 대외협력부장은 "더 강력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다"며 "상담이나 구독중단 운동을 넘어 공정거래위원회를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정위에 신문사 본사에 대한 직권조사 등을 요구해 애초에 불법경품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태그:#신문 절독, #토론회, #민언련, #언론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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