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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 8일 오후 서울은 지글지글 끓고 있었다. 햇볕에 살갗이 노출되면 벌겋게 익어버리는 찜질방 같은 날씨, <오마이뉴스>는 이날 지난 5일 밤부터 서울 종로 조계사 옆마당에 천막을 치고 노숙농성에 돌입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수배자 6인을 만났다.

 

불법 촛불시위를 주도했다는 혐의로 긴급체포영장이 발부된 이들은 어느날 느닷없이 시작된 '야전생활'로 심신이 많이 지쳐보였다. 그런 그들이 좌담 다음날인 9일 오후엔 108배를 올리며 공안탄압 중단과 광우병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했다.

 

조계사를 찾았을 때 스님들과 수시로 인사하며 지내는 수배자들 모습을 보고, 영화 <달마야 놀자>의 뉴 버전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다. 스님들과 같은 헤어스타일로 변신한 백은종 안티이명박카페 부대표의 모습에서 그 가능성이 물씬 풍겨났다. 좌담이 이어지는 동안, 많은 시민들이 꽃다발과 음료수, 꿀 등을 사들고 방문했다. 응원메시지를 보내는 네티즌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지만 외롭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들과 함께 66일간의 촛불운동 평가와 전망, 수배생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약 1시간 30분간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등줄기에선 연신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이날 좌담에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박원석·한용진 공동상황실장, 김광일 행진팀장, 김동규 조직팀장, 백은종 안티이명박카페 부대표, 백성균 미친소닷넷 대표 등이 참여했다.

 

다음은 8일 좌담을 정리한 것이다.   

 

대한민국 1급 수배자,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잡힐 뻔?

 

- 긴급체포 영장이 발부된 뒤 어떻게 생활했나.
박원석 "지난 6월 28일 집중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이후 조계사로 오기 전까지 주로 지방에 있었다. 그동안 못 만난 사람들도 만나고, 회의도 좀 하고…. 시간이 빨리 갔다."

 

김동규 "저도 28일 집회 이후 개인적인 일을 했다. 촛불운동에 대한 나름의 평가도 하고 의견도 들으면서 개인적인 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김광일 "두 달 동안 정신없이 지냈던 시간을 돌아보았고, 수배일기도 쓰기 시작했다. 인터넷 생중계로 촛불집회도 봤고, 빨리 현장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백성균 "지방 수련회 때문에 서울을 벗어나 있었다. 여러 소회를 인터넷에 올리며 지냈다."

 

백은종 "지난달 27일 이후 서울시청 중심 숙박업소를 돌아다녔다. 그러면서 지난 2개월을 평가했다. 결론은 지금 촛불을 내리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었다. 6일 아침, 서울시청에서 조계사까지 걸어왔는데 스님들과 시민들이 많이 응원해주셔서 힘이 났다."

 

한용진 "사실 취미가 여행인데 촛불집회로 많이 돌아다니지 못했다. 이번엔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아름다운 산천에 광우병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야겠다는 결의도 다졌다."

 

박원석 "한 실장과 함께 다녔는데, 여행 중 대한민국 1급 수배자들이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연행되는 줄 알았다. 운전을 정말 잘 하셨다(웃음). 두 상황실장이 있다 보니 촛불운동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인수인계도 제대로 못하고 빠져나와 걱정이 많았다. 6·28 촛불집회 때 많은 사람이 다쳤고, 29일부터 시청앞 광장이 원천봉쇄됐다. 힘든 게 뻔히 보이는 상황인데, 전화조차 할 수 없어 많이 답답했다."

 

'10대의 재발견'과 이명박의 정치위기, 그리고 새로운 역사

 

- 지난 66일 간의 촛불운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김광일 "5월 2일부터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국민대책회의가 구성되면서 함께 일을 하게 됐다. 이 시위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석달 만에 엄청나게 큰 집회가 열렸다. 이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를 가속화하는 큰 역할을 했다. 촛불시민들은 쇠고기 재협상, 의료 및 공공서비스 민영화 반대, 미친 교육 반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는 이명박정부에 의해 무시당했다. 따라서 앞으로 이 운동은 더 확산될 수밖에 없다."

 

박원석 "2008년 5월 이전의 한국사회와 이후의 한국사회는 다른 사회가 됐다. 흔히 87년 체제라고들 했는데, 지난 5월 2일 첫 집회는 그간 익숙했던 현상과 비교할 수 없는, 아주 새로운 현상이었다. 시민사회의 재발견이라고 할까? 국민들의 민주적 참여의식이 아주 극대화됐다. 누구에게 자신의 권한을 위임하거나 대행하게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직접 참여하는 모습으로 변했다. 그 중심에 청소년이 섰다. 이들이 만들어 갈 한국사회가 기대된다."

 

백은종 "5월 2일 청계광장에서 첫 촛불집회를 시작할 때 '미친 소 너나 먹어!'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때 10대 회원들이 그간 쌓였던 불만을 털어놓았다고 생각한다. 탐욕과 이기심, 물욕 등 국민들은 이미 이명박 대통령의 실체를 잘 알고 있다고 본다. '어륀지'로 대표되는 인수위 시절부터 쌓아온 10대들의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촛불을 든 청소년들이 많았다는 것, 그 정도의 희망을 갖고 있다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김동규 "자발성과 역동성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이 수확을 밑거름으로 어떠한 농사를 새롭게 지을 것인가 하는 고민이 남았다. 5월 2일 집회 이후 정부와 시민사회, 국민 모두가 당황했다. 밑바닥에 숨어있던 여론이 얼음을 깨고 나온 것이다. 이번 촛불집회는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해가는 방향으로 발전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재보궐 선거를 보고, 국민이 맘먹으면 어떤 권력도 심판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다양한 논쟁과 의견, 실천을 통해 새로운 역사를 쓸 것이라 믿는다."

 

한용진 "20세기 민주주의 역사는 4·19, 5·18, 87년 6월항쟁으로 이어졌다. 21세기는, 채 10년도 안돼 촛불이라는 새로운 역사가 쓰여졌다. 더욱 뜻깊은 것은 이번 촛불이 기성세대가 아닌 청소년에 의해 출발됐다는 점이다.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한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이를 제대로 완성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역사의 심판에 뒤처지지 않는다고 본다."

 

백성균 "촛불을 계기로 청소년들의 정치의식이 높아졌다. 체벌교사에게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학생의 모습이 단적인 예다. 얼마 전 국정홍보처에서 '다이내믹 KOREA'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적이 있다. 이번 촛불을 통해 그 열성적인 국민의 힘을 확인했다고 본다. '한국사람=냄비근성' 이런 논법이 있었는데, 촛불로 끝장 보는 모습을 보여줬다. 촛불은 끝을 볼 때까지 계속 시민들의 손 안에 있을 수밖에 없다."

 

"특별한 지도자와 특정정당은 촛불민심 대안 아니다"

 

- 향후 촛불운동의 미래는 어떻게 되겠나.

백은종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두 달 지났다. 이명박정권이 이런 식으로 국민을 무시한다면 2년은 촛불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대통령의 도덕적 하자를 알고도 모른 척 했던 분들이 있다. 그 분들도 반성하고 동참해야 한다. 이 대통령이 그 자리를 유지하는 한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후퇴한다. 법과 상식이 통하지 않게 된다. 80년대식 공안탄압이 자행되고 있다. 끝없는 촛불운동으로 이명박정권을 심판해야 한다."

 

한용진 "이명박정부는 '거꾸로 가는 폭주기관차' 같다. 대의민주주의 체제 안에서는 이걸 막을 길이 없다. 탄핵 구호를 외쳤지만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점한 상황에서 이뤄질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촛불에 모든 미래와 희망을 건 것이다. 촛불로 직접민주주의를 이루고 있는 것은 바로 시민들이다. 다만 촛불을 베이스캠프로 하되 다양한 압박을 가해야 한다."

 

- 촛불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는데.

한용진 "아무리 좋은 얘기도 궁극적으로는 제도화돼야 지속 가능하다. 이명박정부의 수명단축을 위한 다양한 방법이 모색돼야 한다. 이제 2개월 지났다. 느긋한 마음으로 이 정부가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할 때까지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원석 "촛불집회가 61번 열렸다. 촛불시위에 동의하나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다. 국민이 거리에서 60일이 넘도록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지적했지만 꼼짝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공안탄압이라는 정권말기적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이런 정부에서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을까, 다수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나 의문이 많아지고 있다.

 

이 상황은 정부의 위기이자 정치의 위기라고 생각한다. 통치능력을 상실했다. 이 상태로 5년을 지속한다는 것은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다. 지금이라도 이명박정부는 국민에게 항복해야 한다. 그래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국민과 계속 대결하면 불행한 정권으로 막을 내릴 것이다."

 

김광일 "지금까지 1000명이 연행됐고, 4명이 구속됐다. 정부와 한나라당, 조중동 등 보수언론, 검찰과 경찰이 촛불세력을 집중 타격하고 있다. 대의정치에서 촛불민심이 구현되기에는 역부족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도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위한 초석을 닦았던 사람들이다. 그래서 민주당 의원들이 처음 나왔을 때 시민들로부터 항의도 받은 게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볼리비아나 아르헨티나에서 거리 시민들이 권력을 무너뜨렸던 것처럼 그 모델이 우리에게 훨씬 현실감 있다고 생각한다."

 

백성균 "촛불을 끌 거냐, 말 거냐는 논쟁은 무의미하다. 정부는 우리의 정당한 행동을 불법으로 매도했다. 조중동은 우릴 빨갱이로 몰아갔다. 국민들은 이를 잘 알고 있다. 그 본질이 뭔지 안다. 그래서 나는 촛불이 꺼지지 않는다고 믿는다. 5월 첫달은 아무도 감을 못 잡았다고 생각한다. 6월은 보수세력의 총공세가 이뤄졌고, 7월에는 대결국면이 본격화 했다. 이제는 촛불의 정당성을 보호해야 한다. 7월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달이다. 정부가 촛불을 공안탄압으로 몰고 가려는 상황, 이 대결 국면에서 승리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조종동이 만든 폭력 프레임... 국민토성 퍼포먼스도 폭력?"

 

- 정부와 보수언론이 만든 '합법-불법', '폭력-비폭력' 프레임에 걸려들지는 않았나.

김광일 "5월 2일 첫 집회 때는 팻말은 괜찮고 깃발 들면 불법이라 했다. 또 문화제는 합법이나 거리행진은 불법이라 했다. 6월 10일 거대촛불이 모였을 때는 거리행진이 불법이라 하지도 않았다. 6월 10일 이후에는 문화제도 불법이라 분류했다. 백은종 부대표와 백성균 대표는 문화제를 주최했다는 이유만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여전히 사법당국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합법과 불법을 가르고 있다.

 

비폭력-폭력 논쟁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맨몸으로 무장한 경찰과 싸웠어도 폭력시위라 한다. 차벽으로 시위대를 가로막고 밧줄로 차를 끌어내고, 국민토성을 쌓는 게 폭력인가? 위선이라고 본다. 물론 망치나 쇠파이프를 이용해 전경차를 부순 건 폭력이다. 그러나, 조중동과 정부가 부추기는 폭력은 마녀사냥이다."

 

박원석 "비폭력-폭력 논쟁은 조중동의 프레임이다. 조중동이 이를 갖고 정권을 압박했고, 정부와 공권력이 이를 적극 활용해 '폭력시위 엄단' 카드를 꺼냈다. 이 때 정작 중요했던 부실한 재협상의 문제점을 다루는 기사는 언론보도에서 사라졌다. 추가협상 검증보도도 사라졌다. 이건 분명 기획된 프레임이다. 설령 시민이 물리력을 사용하더라도 공권력은 물리력을 사용하면 안 된다. 자제해야 한다. 이게 정부다.

 

그런데 이명박정부는 시민을 향해 먼저 물대포를 쏘고, 곤봉과 방패를 휘둘렀다. 그래놓고 차벽에 모래포대로 국민토성 쌓는 퍼포먼스를 폭력이라 이름 붙였다. 시위대는 정당한 표현의 수단을 갖고 얘기했다. 정부와 조중동은 폭력논쟁으로 촛불집회를 얼룩지게 만들었다. 헌법은 집회 시위를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용하도록 돼 있다. 정부는 허가받지 않은 집회는 불법이라고 했다. 위헌이다. 야간집회에서 팻말을 들고 정치구호 외칠 수 없다고 했는데, 이 얼마나 왜소한 논리인가."

 

한용진 "현재 실정법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인 촛불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한 것은 무의미하다. 이명박 정부도 자신의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 채 출발했기 때문에 자기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별별 논리를 다 갖다 대고 있다. 이명박정부가 탄압국면을 조성하는 것도 정권유지를 위한 목적이라고 국민은 말한다. 이 정도의 국민들인데, 기존 패러다임으로 제압되겠나."

 

"우리 오피스텔, 조중동 찌라시 안 본다...이게 민심!"

 

- 얼마 전 <조선>이 (수배자들의) 과거 이력을 다 드러내고 공격했다. 

백은종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 분신을 시도했다. 당시 행동은 사려깊지 못했다고 지금은 생각하고 있다. 우익논객 변희재씨가 허위사실을 토대로 날 공격해 반박했더니 변명을 늘어놓았다. 과거를 토대로 현재를 판단하려면 상호 연관성을 고려해야 한다."

 

한용진 "극히 일부분만 <조선일보>의 의도에 맞게 부풀려진 왜곡편파 기사 잘 봤다(웃음). 나는 과거 <한겨레> 지국장도 했고, 택견연합회 사무국장도 했다. 오래 했다. 그 외에도 다양한 경력이 많다. 그런 것은 쏙 빼고 전문시위꾼들이 촛불운동을 주도한다는 것을 부각시켰다. 이 기회에 잃어버린 이력들을 낱낱이 공개해주시면 상당히 감사하겠다."

 

김광일 "조중동문은 제가 사회주의자고 국가보안법으로 사법처리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평범한 시민과 전문시위꾼을 분리하려는 전략이다. 현재 촛불시위에서 가장 인기있는 구호가 '조중동 폐간'이다. 얼마전 한 오피스텔에 걸린 재밌는 구호를 봤다. '우리 오피스텔은 조중동 찌라시를 보지 않습니다'. 이게 바로 민심이다. 조중동은 이명박정부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할 이름이다."

 

김동규 "이 기회에 <조선일보>에 정정보도 요청을 드린다. 2005년 FTA관련 홍콩원정시위에 참여했지만 어린 나이였으므로 주도하지 못했다. 꼭 알아주기 바란다. 어제 천막을 찾아 온 시민은 조중동에 광고를 싣고 있는 보험 계약을 1000만원 손해 보면서도 해약했다고 전했다. 이것이 민의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광고중단 압박운동이나 구독거부운동 등에 대해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본다."

 

박원석 "참여연대에서 주되게 벌인 운동은 사회복지운동이다. 저출산고령화대책위원, 모 방송사 시청자위원 등도 했다. <조선일보> 입맛에 맞지 않는 경력을 싹 뺐다. 과연 조중동이 언론인가, 근원적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진실 보도가 언론의 사명이라면 적어도 사실보도는 해야 하는데 끝없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이미 조중동은 언론이 아니라 정치세력이다. 청소년들이 이를 분명히 봤다는 점을 인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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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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