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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제 62회 촛불문화제가 진행되었다. 지난 주말 이후 평일로 접어들면서 시청광장 원천봉쇄와 천막 강제 철거, 그리고 이날(8일)부터 여의도 방송국으로 많은 시민들이 이동하기 시작해서 시청광장의 촛불 수가 눈에 띄게 줄어 이전에 비해 조금은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참석한 시민들은 비록 서울시청 광장의 촛불 숫자는 많이 줄었지만 절대 꺼트리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와 다가오는 주말에 다시 수많은 시민이 함께 한다는 기대를 다지고 있었다.

 

기자가 시청광장에 도착한 시간이 저녁 8시쯤이어서 그 이전 상황에 대해서는 자유발언을 마친 한 시민에게 물어 알 수가 있었다.

 

그가 처음 도착했을 때 시청 주변은 전날처럼 경찰버스로 시청광장을 둘러쌓여 있었다고 했다. 시청역 5번 출구 쪽과 국가인권위원회 쪽으로만 길을 터놔서 그 쪽으로만 시민들이 통행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잠시 후 저녁 7시 30분 경 경찰버스와 경찰들이 모두 철수했고, 경찰들이 출입을 제한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일반 시민 외에 목사님과 몇 명의 일행이 함께 있었는데, 그분들은 저녁 7시 경 여의도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하나 둘 모여 든 시민들은 둥그렇게 둘러앉아 자연스럽게 자유발언을 시작했다. 시청광장의 잔디 복구작업이 진행 중이라 시민들은 시청과 광장 사이 인도에 자리를 잡았으며, 광장 둘레로 몇 명씩 소규모로 촛불을 밝히고 있는 시민들도 보였다.   
 
소형 마이크도 하나 없었지만 자신의 의견을 목소리 높여가며 이야기했다. 시민들이 많지 않은 탓인지 이곳 시청광장의 촛불을 절대 꺼트리지 말자며, 모두 기운내자고 서로를 위로하며 의지를 다졌다.

 

이전 촛불집회에서 적극적으로 전면에 섰던 한 시민은 "앞으로 만약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이 생겨 경찰의 강제 진압이 시작되었을 때 겁부터 먹고 각자 무작정 뒤로 도망가지 말고 최대한 옆 사람과 대열을 유지하고 저항해야 이전처럼 크게 부상당하는 시민이 줄어들 수 있다"면서 비폭력 저항의 의지를 외쳤다. 

 

또한 한 시민은 "이전에 일부이기는 하지만 술을 마시고 참석하거나 현장에서 술을 마셔 흥분하게 된 나머지 소모적인 경찰과의 말싸움 또는 특정 언론에 트집잡힐 가능성이 있는 불필요한 행동을 했다"며 "경찰과의 물리적인 충돌은 앞으로 최대한 자제하고 한번씩 스스로를 반성하고 좀 더 진지한 자세로 임하자"고 말했다.

 

자유발언이 마무리되고 나서는 전날(7일)처럼 시청광장 주변을 도는 행진을 시작했다. 함께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해서 그런지 자유발언의 분위기 보다는 한결 활기차 보였다. 행진의 선두에는 유일하게 깃발을 가지고 참석한 '10대 연합'의 학생들이 섰다.

 

행진을 마친 밤 9시 30분 경 시민들은 다시 원래 자리에 모여 '헌법 제1조'를 함께 부른 후 내일을 기약하며 공식적인 행사를 마무리했다. 몇몇 시민들은 돌아갔지만 대부분은 군데 군데 모여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행진을 마치고 모여있던 '10대 연합' 회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다음'에 '미친소를 몰아내는 10대 연합'이라는 이름의 카페가 있으며, 중고등학생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얼마 전에 있었던 서울 경기상고 교사 촛불집회 관련 체벌사건의 학생도 이 카페의 회원이라며, 그 교사는 현재 학교에서 징계를 당한 상태라고 말해줬다.

 

아직 시험이 안 끝난 학교도 있고 해서 지금은 얼마 참석 못했지만, 이번 주에 시험이 끝나면 많은 친구들이 함께할 거라며 오는 12일 청계광장에서 예정되어 있는 그들의 행사 포스터를 보여줬다. 인터뷰를 마친 학생들은 깃발을 조계사에 맡기고 집에 가야한다며 광장을 나섰다.

 

학생들의 인터뷰를 지켜본 한 시민은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을 보며 "저런 아이들이 있어 우리나라에 희망이 있다!"라고 칭찬을 하기도 했다.

 

또한 "나는 정치에 별 관심이 없으며 이기적인 사람이지만 이번 쇠고기 졸속협상 등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너무 화가 나 가만 있을 수가 없었다"라는 회사원 홍아무개(광명시)씨는 "'10대연합' 학생들이 너무 고맙고 기특해서 뭐라도 좀 사줄려고 했었는데 언제 갔는지 없다"며 아쉬워했다.

 

잠시 후 그 회사원 홍씨에게 인터뷰를 신청했는데 갑자기 나에게 지폐 여러 장을 꺼내 건네며 "아이들 뭐 사줄려고 했던 돈이었다"면서 "예전부터 오마이뉴스 시청료도 내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이 기회에 대신 좀 내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시민기자라는 나의 말만 믿고 아무 의심 없이 적지 않은 돈을 맡기신 그 분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시청광장을 나서면서 여전히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는 시민들을 보며 비록 촛불의 수는 적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이 밝아지기 전에는 절대 꺼지지 않을 촛불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조금 전 만난 어린 학생들의 순수한 참여와 정의를 바라는 시민들의 따뜻한 마음이 지금의 촛불을 이끌어 가고 있는 주된 원동력이라 생각된다.


태그:#촛불문화제, #서울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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