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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이 밀가루 반죽을 하면 쿠하는 흥분하기 시작합니다.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전기 오븐 안에서 부풀어 오르는 빵을 볼 때면 으레 책장에서 백희나의 <구름빵>을 들고 나옵니다.

고양이 가족의 따뜻한 아침 풍경을 귀엽게 묘사한 그림책 <구름빵>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작은 손으로 조물락거리며 만든 반죽이 동그랗게 부풀어 맛난 냄새를 풍기는 것, 방 안에서 컴퓨터에 매달려 있던 다른 가족들이 하나둘 모이는 것이 마냥 좋은가 봅니다. 아이에게 빵은 즐거움의 연속입니다.

빵을 소재로 한 다섯 권의 책 중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도 있고, 어른들이 푹 빠지게 될 책도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 모여 맛있는 냄새 풍기며 읽을 '착한' 책도 있습니다. 빵 책으로 구수한 시간 보내세요.

<구리와 구라의 빵 만들기>

1963년에 태어난 귀여운 들쥐, 구리와 구라.
 1963년에 태어난 귀여운 들쥐, 구리와 구라.
ⓒ 한림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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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옷을 입은 들쥐 구리와 빨간 옷을 입은 구라는 숲 속에서 커다란 알을 발견합니다. 커다란 알을 가지고 구리와 구라는 즐거운 고민에 빠집니다.

"어깨에 메고 갈까?"
"안돼. 미끌거려서 떨어질 거야."

"그럼, 굴려서 가지고 가자."
"돌에 부딪혀서 깨질지도 몰라."

골똘히 생각한 끝에 구리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프라이팬을 가지고 와서 여기에서 빵을 만들자."
"와 그거 좋은 생각이다"

구라도 손뼉을 쳤어요.

솔솔 풍기는 빵 냄새에 숲 속 동물들이 모여듭니다. 구리와 구라는 커다란 카스텔라를 코끼리부터 달팽이까지 냄새 맡고 모여든 동물 친구들과 나눠 먹습니다. 알을 발견한 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나 서로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 자연스레 우리 아이들에게 창의적 문제해결 과정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에 알 껍질을 자동차로 만들어 커다란 프라이팬을 싣고 가는 장면의 귀여운 발상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구름빵>

백희나의 구름빵
 백희나의 구름빵
ⓒ 시공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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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아침, 늦잠 잔 아빠가 아침을 못 먹고 만원 버스에 시달리며 출근합니다. 고양이 형제가 나뭇가지에 걸린 작은 구름 조각을 엄마에게 가져다 주자, 엄마는 구름을 밀가루 삼아 빵을 만듭니다.

상상력이 뛰어난 아이들조차 구름을 밀가루 삼아 빵을 만들고, 그 빵을 먹으면 하늘로 날아 오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작가의 예쁜 상상력이 우리 아이들에게 전염됐으면 좋겠습니다.

영어판은 이제 막 영어에 재미를 붙인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나 긴 지문에 짜증나 있는 고학년 아이들에게 가볍게 읽히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린 아기들에게는 같은 내용의 한글과 영어 두가지 언어로 만나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빵의 역사>

<커피의 역사>와 더불어 인류문명사를 되돌아보게 하는 빵 이야기.
 <커피의 역사>와 더불어 인류문명사를 되돌아보게 하는 빵 이야기.
ⓒ 우물이 있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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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통해 본 6천 년의 인류문명'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빵의 역사입니다. 그리고 인간의 역사이기도 하지요.

미시사만큼 재미있는 역사책이 또 있을까요? 교과서 역사에 질려서 역사책이라면 뒤도 돌아보고 싶지 않은 분들에게도 하인히리 E. 야콥의 책은 부담없이 추천해 줄 수 있습니다.

<커피의 역사>의 저자 하인리히 E. 야콥이 쓴 <빵의 역사>는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돼 우리 식탁에까지 살아남은 빵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쓴 책입니다.

물론 60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라 쉽게 손이 가지 않지만, 일단 붙잡으면 다른 할 일을 제쳐두고 책에 매달리게 만드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20년간 빵에 대한 자료를 읽고 분석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만, 책을 읽다 보면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해 온 빵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을 정리하려면 그만한 세월도 필요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빵은 길을 만들고 밥은 마을을 만든다>

여행서의 끝을 보여주는 문명 여행기.
 여행서의 끝을 보여주는 문명 여행기.
ⓒ 이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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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행책이라기보다는 문명 비교론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은이를 확인하지 않고 몇 페이지를 넘기다가, 다시 책 표지로 돌아와 누가 쓴 것인지 확인하게 됐던 책이기도 합니다. 긴 호흡으로 동서양의 문명사를 비교한 이런 류의 책은 당연히 다른 나라 저자가 쓴 것을 우리말로 번역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0여년간 60개 나라를 여행한 지은이가 여행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생활환경, 식문화, 주거방식 등 다양한 면면에 관심을 쏟은 흔적들입니다.

동양과 서양이라는 이분법으로 분류한 면이 적지 않기 때문에 너무 거칠고 투박하게 분석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눈으로, 몸으로 체득한 기록을 앞 부분에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어 빵과 밥으로 설명하는 동서양의 차이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지은이는 동서양의 문화가 양립하기보다는 세계화 시대에 맞게 퓨전으로 빵과 밥이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관계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한 곳에 정주하며 관계중심적으로 살아온 동양의 '마을'과 노동집약적 벼농사 대신, 건조지대에서도 잘 자라는 밀을 주식으로 '길'을 만들어 교역을 통해 생존해 온 서양의 방식이 공존하는 우리 시대에 동서양이 '퓨전'해야만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콩지의 착한 베이킹>

10인분 전기밥솥으로 만드는 맛있고 착한 빵
 10인분 전기밥솥으로 만드는 맛있고 착한 빵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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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초, KBS2 TV <인간극장>에 '콩지와 할머니'에 출연했던 박현진씨의 책입니다.

오븐이 있어야만 빵을 만들 수 있다는 잘못된 상식을 깨고, 전기밥솥과 찜통으로도 훌륭한 케이크를 만들어내는 네이버 블로거 콩지. 뇌졸중으로 쓰러진 할머니가 찐빵을 먹고 싶다는 말에 오븐 없이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특히 5부에 나오는 '조금 더 나쁜 베이킹'에는 버터나 화학 팽창제를 쓰지 않고도 만들 수 있는 천연 빵과 케이크가 소개돼 있어, 먹을거리에 고민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간식 레시피입니다. 시나몬 대추찐빵, 흑미 카스텔라, 매생이 케이크, 요구르트 케이크, 검은깨 크래커 등은 한 번쯤 따라해 보고 싶은 리스트입니다.

미숫가루나 홍시에 꿀을 넣어 만든 웰빙 미숫가루 아이스 바, 홍시 푸딩, 식후 달콤하게 즐길 수 있는 단호박 푸딩, 생과일 치즈 샐러드 등 다양한 디저트들을 푸짐하게 소개하고 있어 입맛 다시게 되는 책입니다.


구리와 구라의 빵 만들기

나카가와 리에코 지음, 야마와키 유리코 그림, 한림출판사(1994)


태그:#빵, #구름빵 , #역사 , #문명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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