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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에 이런 석탑이 있다니, 놀랍다.”

 

논 옆에 위치하고 있는 사자빈신사지 석탑을 바라보면서 나도 모르게 튀어 나온 말이다. 세월과 함께 다른 모든 것들은 쇠락하였지만 석탑만은 인고의 고통을 극복하고 서 있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경건한 마음이 된다. 석탑 또한 세월의 시련으로 인해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다. 천년을 그 자리에 서 있는 석탑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사자빈신사지 석탑. 그 옛날의 웅장하였던 절은 어디론가 모두 다 사라지고 그 터만이 남아 있다. 석탑은 보물 제94호로 지정되어 보호를 바고 있다. 충북 제천시 한수면 송계리에 위치하고 있는 석탑은 원래는 9층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세월에 의해 현재 남아 있는 것은 오층뿐이다. 일부는 훼손되었지만 석탑은 그 원래의 위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사자빈신은 화엄경 입법계품에 나오는 비구니다. 사자빈신사라는 절의 유래는 해설사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 설명을 들으면서 나름대로 생각을 해본다. 금모래가 뿌려져 있는 일광공원에서 여덟 공덕수가 가득하고 맑은 샘물이 솟는 이유가 바로 사자빈신 비구니의 선업 복덕이라고 한다. 선근 공덕을 지으면 불가설 겁에 들어간다고 한다. 이를 10행 중 제4지인 일체처회향이다.

 

 

중원 문화재를 돌아보는 즐거움은 컸다. 충주호의 건립으로 인해 중원 문화재들이 수몰될 위기에 처하였었다. 물속에 잠기는 문화재들을 한 곳에 모아 관리하는 곳이 청풍문화재단지다. 그 안에는 중원 지방의 수몰될 위험에 있는 많은 문화재들을 이곳에 모아 집중 관리하고 있었다. 한 자리에 모아져 있어 찾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청풍 문화 단지의 입구 구실을 하고 있는 누각이 팔영루다. 안에 들어서면 우리의 전통 한옥과 만날 수 있다. 옛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한옥의 신비를 문화유산 해설사의 설명을 통해 듣게 되니,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어머니의 사랑이 넘치던 유년 시절이 내 생애에 있어서 가장 행복하였던 시절이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어린 시절을 보낸 50년대 후반 그리고 60년대에는 참 가난하였었다. 하루 세끼를 먹는 날이 먹지 못하는 날보다 더 많았던 시절이다. 그래도 불편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없이 주고도 또 주고 싶어 하시는 어머니의 사랑이 있었기에 충분히 행복할 수 있었다. 더 주지 미안해하시는 어머니가 계셨기에 불편한 것은 없었다.

 

보물 제 546 호로 지정되어 있는 청풍 석조 여래 입상을 바라보면서 어머니를 떠올렸다. 얼굴에 가득  차 있는 미소가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였다. 통일 신라 말기 10 세기경에 조성된 여래 입상은 중생구제를 위한 한 없이 넓은 가슴으로 찾는 이의 마음을 넉넉하게 해주고 있었다. 새로운 우주가 펼쳐질 것만 같았다.

 

 

돌아서니, 고인돌을 비롯한 다양한 석조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문인석과 무인석이었다. 전면의 모습보다는 뒷면의 무늬들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조상들은 보이는 부분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었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세밀하게 조각하고 있다는 사실이 감동을 주었다.

 

충북 유형 문화재 제20호로 지정된 청풍 금남루를 보고 보물 제528호로 지정되어 있는 한벽루를 바라보았다. 독특한 회랑을 가지고 있어 시선을 잡았다. 멀리 보이는 산성의 모습과 팔각정이 주변의 경관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해내고 있었다. 비가 오지 않아 호수가 메말라 있는 점이 마음을 무겁게 하였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사적 제317호로 지정된 중원 미륵사지였다. 석굴암의 불상처럼 석굴에 모셔진 부처님을 보았지만 감실을 지어서 부처님을 모신 것은 처음 보았다. 비록 화재로 지붕은 사라졌지만, 독특한 형식을 갖추고 있는 부처님의 모습이 경이롭기만 하였다. 합장하며 석불의 아름다움에 푹 젖었다.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 52- 2 번지에 위치하고 있는 이곳에는 다양한 석조 문화재들이 있었다. 우선 충북 유형 문화재 제 269호로 지정되어 있는 충주 미륵사지 귀부가 웅장한 모습으로 앉아 있어 눈길을 끈다. 돌 하나로 이루어진 귀부는 그 크기가 어찌나 큰지 짐작할 수조차 힘들 정도였다.

 

충북 유형 문화재 제19호로 지정되어 있는 미륵사지 석등도 있고 보물 제96호로 지정되어 있는 미륵리 석불 입상도 있다. 그 앞에는 보물 제95호로 지정되어 잇는 미륵리 5층 석탑의 위용 또한 대단하였다. 단아한 표정으로 서 있는 석조 문화재들을 바라보면서 조상들의 솜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군자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는다고 하였던가? 공자님의 말씀을 떠올리면서 중원의 석조 문화재를 바라보았다. 천년의 세월을 그 자리에 서서 찾는 이의 빛이 되어주고 있는 문화재는 어머니를 닮아 있었다. 오직 자식만을 위하여 평생을 살다 가신 어머님처럼 석조 문화재들이 영원히 등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해졌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충북 충주시 수안보에서


태그:#석탑, #석조물, #어머니, #세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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