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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want to be an American idiot

얼간이 미국인이 되고 싶지 않아

 

Don’t want to a nation under new mania

새 미치광이에게 점령된 나라도 원치 않아

 

One nation controlled by the media

언론에 의해 통제되는 나라

 

Information age of hysteria

광란의 정보시대가

 

Calling out to idiot America

미국을 얼간이로 만들고 있어. 

 

- <American Idiot> Green Day

 

미국 얼간이, 미국을 강타하다

 

미국의 펑크록 밴드인 그린데이(Greenday).

 

그들의 음악은 전세계 수많은 젊은이들의 가슴을 울려댄다. 펑펑 터지는 소리가 날 정도로 두드려대는 드럼, 자유분방한 베이스와 기타 그리고 신나는 멜로디와 역동적인 무대 매너. 그들의 네오펑크는 1970년대 오리지널 펑크보다도 더 화려한 멜로디와 더 빠른 사운드를 무기로 한다.

 

1994년, 데뷔 앨범인 'dookie'가 빌보드 앨범 차트 2위에 오르는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이후, 이들은 전 세계 젊은이들의 혈기를 대변하는 청년 문화의 아이콘 역할을 해왔다.

 

청년 아이콘으로서의 그린데이의 지위는 같은 해, 그런지 록의 거두인 너바나(Nirvana)가 보컬인 커트 코베인의 사망으로 해체하면서 더욱 확고해졌다. 그리고 그 지위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그린데이가 전 세계의 청년 아이콘으로 떠오른 이유는 단순히 이들의 신나는 사운드와 94년 너바나의 해체라는 외부적 변수 때문만은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그들은 미국 정치의 부조리를 비판하고 그것을 하나 둘 음악에 담기 시작했다. 한층 흥겨워진 네오 펑크라는 장르와 거친 저항정신의 결합은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충분했다.

 

이들이 직접 정치적 메시지를 내기 시작한 것은 9·11 테러,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과 같은 미국 내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정치적 흐름을 기점으로 한다. 이들은 팀의 리더이자 보컬인 빌리 조 암스트롱의 주도로 이라크전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하고, 섬41, 굿 샬롯 등 같은 장르의 록 뮤지션들과 함께 'Rock against the Bush'라는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얼간이 미국인이 되지 마라" 도발적 선동

 

이처럼 그들의 강력한 정치적 주장은 2004년 발표된 그들의 정규앨범인 '아메리칸 이디엇'을 통해 절정에 이른다. 제목에서도 언뜻 알 수 있듯이 그린데이는 이 앨범을 통해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이 결과적으로 미국 국민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으며, 새로운 미디어의 통제로 인해 미국인들이 얼간이가 되고 있다고 독설을 퍼붓는다.

 

그 중에서도 <아메리칸 이디엇> 앨범의 동명 타이틀곡 '아메리칸 이디엇'은 한국적 정서로 봤을 때 굉장히 도발적이다. 자국 국민들을 상대로 '미국 얼간이가 되고 싶지 않아'라는 선동적 제목, 가사 중간중간에 보이는 욕설들, 앨범 판매에 있어서 절대적 홍보수단인 매스미디어들에 대한 비아냥과 일침 등은 가히 듣는 이들을 안절부절 하게 만들 만큼 공격적이다.

 

하지만 이렇듯 '생매장 당해 마땅한' 그들의 노래는 미국 내에서만 1200만 장의 앨범 판매고를 올리는 기염을 토한다. 미국의 대중들은 무슨 이유로 자신에게 시비를 건 건방진 밴드에게 열광했던 것일까?

 

당시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침공의 승전 선언과 이라크 정권이양 추진 이후 저항세력의 격렬한 저항에 시달려야 했다. 이 과정에서 급기야 미군 측 전사자가 3천 명에 육박하자 당장 미국 내에서 반전여론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미국 곳곳에서 반전시위가 일어났고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락에 급락을 거듭했다.

 

그린데이의 '아메리칸 이디엇'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태어났다. 한 마디로 시의성을 적절하게 반영한 '저항가요'라는 점이 대중들을 열광케 한 것이다.

 

대한민국, 저항가요를 불러라

 

2004년의 미국과 2008년의 대한민국은 여러 면에서 닮아있다. 대통령의 실정으로 인해 대중들이 대대적으로 거리로 나선 점, 그로 인해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한 점, 자신의 실정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고집 센 지도자의 모습이 특히 그렇다.

 

차이가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지금의 상황을 비판적인 가사에 담아 노래하는 뮤지션이 적어도 메이저 음악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는 한국 뮤지션들의 역량이나 태도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문제는 수년간을 끌어온 장기적인 문제인 반면,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는 이제 막 두 달 남짓한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다. 음악이 한 곡 만들어져 작품이 되기 까지는 수개월의 시간과 혼이 들어간다. 시국이 급박한데 지금 당장 노래가 나오지 않느냐고 묻는 것은 '생떼'에 가깝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한국의 뮤지션 개개인이 저항가요를 만들어 발표하지 않는지에 대한 분석은 논외로 하자. 더욱이 그 분석이 자칫 음악을 업으로 삼는 분들에게 중대한 누를 끼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다만, 필자는 그저 스스로의 바람을 글로써 표현하고 제안할 뿐이다.

 

나는 꿈꾼다. 즐거운 저항가요를

 

나는 꿈꾼다, 즐거운 저항가요를. 그것은 거창한 민중가요나 투쟁가를 의미하지 않는다. 서태지의 <교실이데아>, <시대유감>과 같이 사람들이 즐겁게 부르고 놀 수 있는 소비지향적 저항가요가 나왔으면 한다.

 

누군가는 저항을 소비하는 것이 옳은 일이냐고 비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저항의 소비이면 어떻고 축적이면 어떠한가. 중요한 것은 축제 같은 촛불집회에 모두가 따라 부르고 놀 수 있는, 모든 국민들이 즐겨 부를 수 있는 저항가요가 있다는 것이 아닌가? 진지할 땐, 진지하고 놀 때는 놀자.

 

무라카미 류가 말했듯, 나의 적이 무서운 것은 바로 나의 웃음을 앗아가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국민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저항은 바로 즐겁고 흥겨운 저항이다. 저항가요는 축제와 같은 저항을 위해 모두가 갈구하는 문화적 요소다. 그린데이의 '아메리칸 이디엇'처럼 말이다. 그들이 "미국 얼간이가 되고 싶지 않아!"라고 외쳤듯이 우리고 그렇게 외쳐볼 노래가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도 언젠가는 이렇게 외칠 수 있도록 말이다.

 

"대한민국 얼간이가 되기 싫어!!"


태그:#그린데이, #저항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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