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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따뜻함은 와인에 무지한 사람도 기를 펼 수 있게 해준다
▲ 고영석 소믈리에 그의 따뜻함은 와인에 무지한 사람도 기를 펼 수 있게 해준다
ⓒ 김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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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바 '프리바다'는 와인의 맛으로 유명하지만 핸섬한 얼굴에 능글맞을 정도로 손님과 잘 통하는(?) 고영석 소믈리에가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여느 소믈리에와는 달리 친근하고 재치 있는 언변은 누가 인터뷰어고 누가 인터뷰이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다수의 TV 출연이 그를 이렇게 능글맞은 소믈리에가 되게 하였을까? 라고 생각하던 찰나, 아나운서 같은 점잖은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푹 빠져 들어가게 되었다.

지금은 와인시대!

서울의 청담·신사·압구정동을 중심으로 와인만을 전문으로 하는 와인바들이 속속 생겨나는 요즘, 편의점만 가도 손쉽게 와인을 구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몇 해 전만 해도 고급 레스토랑 혹은 호텔에서만 볼 수 있던 와인은 이제 점차 대중들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아니, 이미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다고 해야 맞을 듯싶다.

부르주아로 인식되던 와인의 대중화에 대해서 고영석씨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언론의 잘못입니다. 와인을 건강과 관련해서 너무 띄워 주다 보니 방향이 잘못 돼도 한참 잘못되었죠."

그는 와인도 소주처럼 모든 이들이 맛을 알아야 대중화라고 말할 수 있다며 현재 와인시장은 대중화도 포화상태도 아니라고 딱 잘라 말했다. 단, 이라는 전제하에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이 포화상태인 것'이라며 왜곡된 현실이 바로 잡히기를 바랬다.

와인의 소비층을 두 가지로 분류해서 설명하자면 일반인과 종사자인데 그 중에서도 일반인이 소비하는 와인은 전체의 1%도 안 된다는 게 고영석 소믈리에의 말이었다. "1%도 안 되는 소비층을 두고 대중화와 포화상태라고 말하는 것은 좀 우스운 일이죠"라며 아직은 와인 시장이 갈 길이 멀었음을 내비쳤다.

그럼 어째서 와인에 관련된 책들이 쏟아지고 와인을 공부하기 위해 아카데미를 들락거리는 이들이 많아졌을까? 우리나라에 그만큼 부르주아 계층이 많아졌다는 것일까? 특유의 재치있는 답변이 돌아왔다.

"비즈니스 때문이죠. 와인을 잘 알면 비즈니스도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 거죠. 사실 와인은 부르주아 문화도 아니고 또 일반인들이 그렇게 따로 공부까지 해가면서 알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돈 벌기도 바쁜 시간에 와인 공부까지 하다니… 이건 분명 소믈리에의 영역 침범이죠."

서비스맨 정신에 입각한 소믈리에

기자는 얼마 전에 굉장히 우월감에 빠진 소믈리에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직 덜 배워서 그런 거에요"라는 한 마디에 또 한바탕 큰 웃음이 오고 갔다.

'이거 오프 더 레코드 해야 할 것 같아요. 안티 많이 생기실 것 같은데"라는 걱정 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괜찮습니다. 아무도 말해 주지 않으니까 자꾸 그렇게 자신감 아닌 자만심에 빠지는 겁니다"라며 또 웃었다.

소믈리에는 제1도, 제2도 항상 서비스 정신이라는 말에 힘주어 말하며 손님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손님과 친구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소믈리에라고 말했다.

"유학까지 다녀온 친구들은 그게 벼슬인 줄 알아요. '내가 돈 들여서 유학까지 다녀왔는데 손님들 비유까지 맞추면서 일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죠. 하지만 절대 그렇게 해서는 소믈리에가 될 수 없습니다."

그의 대답을 들으면서 왜 그가 능글맞을 정도로 손님들과 친분을 쌓고 있는지 이해가 갔다.

"어느 회사나 그렇듯이 처음 들어오면 온갖 심부름도 하고 자질구레한 일들도 해야죠. 그게 싫어서 회의감에 빠진다면 그건 너무 어리석고 철없는 생각이에요. 와인은 절대 부르주아가 아니고 소믈리에 또한 그렇습니다."

그의 말은 현재 왜곡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와인 문화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이기도 했다. 수많은 인터뷰이들이 있지만 재치와 따뜻함까지 겸비한 이들은 많지 않다. 회의감이나 자만심 따위는 이미 오래전에 초월한 듯한 그의 말은 소소한 일상에서 색다른 자아를 찾아가는 일 만큼이나 뿌듯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와인 문화가 제대로 된 방향성을 찾아가고 또 진정한 대중화가 된다면 우리는 고영석 소믈리에처럼 뚝배기 같은 한국적인 소믈리에를 더 많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의 일부는 BAR24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소믈리에, #와인, #와인바, #프리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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