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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공모전에 지원했습니다. 방송문화진흥회와 RTV가 주최하는 영상공모전입니다. 이 공모전에는 다큐멘터리 및 비다큐멘터리를 출품할 수 있습니다. 지난 겨울, 친구들과 칼바람 맞아가면서 찍어놓은 단편영화가 있었기에 이번에 출품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번이 7번째 공모전 도전 경험입니다. 생각보다 많죠? 저뿐만이 아닙니다. 이미 많은 대학생들이 각종 공모전에 활발히 참가하고 있죠.

 

과거에는 일부 특정 분야(디자인·광고 등)에만 해당되는 학생들이 공모전을 주도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 이르기까지 각종 이익집단들이 적극적으로 공모전을 유치하여 아이디어를 모으기 시작했거든요. 또한, 이른바 '취업 5종세트'의 한 가지로 주목되면서 참가자들의 동기 부여 또한 남달라졌습니다.

 

대학 4학년이니 이제는 '대학생 공모전'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군요.

 

반가운 한 문장 "저작권은 출품자에 귀속됩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공모전의 출품요강에 대한 한 가지 의문을 제시하려 합니다. 수차례 공모전에 지원하면서 매번 거슬렸던 점이 있었거든요.

 

바로 공모전에 응시된 작품들의 저작권 귀속에 관한 문제가 바로 그것입니다. 사실 대학생들이 공모전 수상경력을 위해 저작권을 포기해야만 하는 경우가 자주 생기거든요. 언론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가 이번에 참가한 영상공모전의 저작권 관련 규정을 보면 여타의 '공모전'과는 다른 특이한 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저작권이 출품자인 저에게 그대로 귀속된다는 점이었죠. 이 사실에 감명 받았습니다.

 

"출품작에 대한 저작권은 출품자에 귀속함. 공동 주최한 방송문화진흥회와 RTV는 수상작에 대한 방송권, VOD 권리를 가짐(그대로 인용)."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저는 이 요강을 보고 공모전에 참가한 이래 처음으로 '안도'했습니다. 이런 적이 없었거든요. 수상작에 대한 방송권은 오히려 포기해야 마땅한 것일 수 있습니다. 개인에 따라 틀리겠지만 당선된 작품이 공개된다는 것은 명예로운 일일 수도 있는 것이죠.

 

제가 주목한 점은 '저작권 귀속'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저작권이 저에게 그대로 남아있다는 점은 주최 측의 배려가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저작권이 저에게 있음으로써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집니다.

 

이를테면 제 작품을 이용해서 2차적 저작물을 작성할 수도 있고 복제할 수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타인에게 전송할 수도 있죠. 물론 제 작품으로 상업적인 이득을 얻을 권리도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이유가 뭔지 궁금했습니다. RTV 기획실 마혜원씨는 전화통화에서 "방송문화진흥회는 아시다시피 MBC의 공공성을 강조하기 위한 기구고 RTV 역시 시민이 직접 만드는 시청자 참여 채널이다, 이 둘이 공동 주최하는 영상 공모전의 취지는 참신한 콘텐츠 발굴과 영상인재 발굴에 있다"면서 "대학생들이 열정을 바쳐 만든 저작물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목적이 없다, 따라서 내부 회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출품작의 저작권을 주최 측이 가질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나왔고 수상작에 대한 방송권만 가지기로 하는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저작인격권'도 주최 측에 귀속될 순 있지만...

 

각종 공모전의 출품요강으로 제시되고 있는 저작권 관련 명시된 내용들은 다양합니다만 가장 보편적인 형태는 바로 이런 것입니다.

 

"응모작의 저작권 및 모든 법적 권리는 주최 측에 귀속됩니다."

"입상작의 모든 저작권은 주최 측에 귀속되며, 당사 비즈니스에서 실제 응용 및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응모 접수된 작품은 반송되지 않습니다."

 

저는 매년 실시되고 있는 <경상북도 전통문양 디자인 콘테스트>의 모집 요강을 유심히 보고 있습니다. 작년까지 문화관광부(현재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 것으로 되어 있고 올해도 개최되면 10회가 됩니다. 지적재산권을 다룬다는 문화관광부가 후원한 이 공모전을 제가 주목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저작인격권이란

 

저작자의 인격을 보호하고자 하는 측면에서 주어진 권리, 예를 들어 내가 만든 영상물을 누가 사갔어도 여러 가지 형태로 이용하는 과정에서 내 영상물의 제목, 내용 등이 바뀌지 않도록 하는 동일성 유지권, 영상물에 만든 이의 이름(내이름)을 자막으로 입힐 수 있는 성명 표시권, 내 영상물을 극장에 개봉할 것인지 아닐지에 관한 공표권을 가진다. 저작권을 이루는 나머지 측면인 저작재산권과 구분하여 보호한다.

여기 공모전에선 권리의 주체와 떼어놓고는 절대 성립될 수 없다는 일신 전속적 권리인 '저작인격권(저작권법 제14조)'까지 주최 측에 귀속시키는 요강이 있거든요. 물론 입상작에 한해서이지만 말입니다.

 

이 요강대로라면 입상자는 재산적인 권리는 물론, 성명표시권·공표권·동일성유지권을 얻지도 못합니다. 공모전 입상자라면 상금을 받음으로써 금전적인 보상을 받았다 할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 안타까운 점은 인격권적 측면의 포기입니다.

 

입상자는 앞으로 자신의 작품이 본인의 이름으로 공개되지 않을 수 있으며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작품이 수정·편집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특별히 '저작인격권'까지 주최 측에 귀속시킨 까닭 역시 궁금했습니다. 경상북도 전통문양디자인 콘테스트 관계자는 "공모전의 취지는 궁극적으로 디자인 산업 자체를 육성하기 위한 것으로, 공모된 디자인을 각 산업에 적용시키기 위해선 작품을 변경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히며 "공모전 요강에 단순히 '저작권이 주최 측에 귀속된다'는 표현만 썼을 경우, 나중에 입상작을 상품화할 때 변경시킬 수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것은 저작인격권 침해로 저작권법 위반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이같은 이유로 "지금까지 실제로 상품화하기 위해 디자인을 변경한 입상작은 없다"고 합니다.

 

공모전 출품자는 주최 측에 비하면 상대적 '약자'

 

물론 출품자는 공모전에 지원하기에 앞서 저작권 관련 요강들을 꼼꼼히 읽어봐야 합니다. 또한 공모전에 내 작품을 출품한다는 것은 동시에 그러한 저작권 관련 요강에 동의함을 의미하기도 하죠. 즉, 상호동의하에 맺어진 계약관계로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상호 동의하의 계약'은 '저작권법'보다 일반적으로 상위에 있을 수 있거든요.

 

허나 과연 공모전의 주최인 정부기관이나 대기업이 출품자인 대학생과 동등한 위치라고 볼 수 있을까요? 사회적 지위도 당연히 주최 측이 더 우위입니다. 이 시점에서 공모전에 도전하는 대학생들의 순수한 열정과 그 절실함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모전은 저 같은 대학생들에겐 젊음을 불태울 수 있는 도전의 장이기도 하면서, 어떤 면에선 지방의 경쟁력 없는 대학생들이 장막을 걷고 내딛을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한데 그러한 소박한 꿈을 위해 내가 가질 수 있는 권리의 일부를 맞바꾸어야 한다는 것은 조금 슬픈 일인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핵심은 바로 공모전에 참가하는 대학생들은 언제나 '약자'의 위치에 서 있다는 점이죠.

 

현재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저작권에 대한 기본 상식을 익히는 것, 공모전 출품 전 저작권 관련 사항을 미리 살피는 것 그리고 요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출품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그것보단 '일정기간을 두어 모든 저작권을 되돌려준다'거나, '저작인격권을 확실히 구분지어 보호해 준다'거나 하는 등 주최 측의 배려가 더 필요한 것은 아닐까요?


태그:#공모전, #저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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