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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카메라를 친구 삼아 섬마을 소식을 간간히 전하는 나에게 요즘 팬들이 생겼다.

가족들도 나의 열렬한 팬이고, 주변에 지인들도 꾸준히 관심을 가져주고 좋은 소식(소재)이 있으면 전화를 해준다. 지난 14일도 지인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낮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 점심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궁리하다가 비빔국수를 해 먹자는 집사람의 제안에 국수 삶을 물을 올려놓고 있는 중에 전화가 걸려왔다. 핸드폰에 찍힌 전화번호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영흥파출소에 근무하는 지인의 전화였다.

 

"어이~ 친구 뭐하나?"

"점심 먹으려고 준비하고 있네."

"점심 먹을 시간 있을까?"

 

순간 뭔가 있다는 느낌이 전해졌다. 궁금해 하며 물었다.

 

"점심 먹을 시간이 없다니 무슨 소리야?"

"신고전화가 들어왔는데, 측도 해변에 '상어나, 고래'처럼 보이는 물체가 있다는 거야."

"그런데 바다는 우리 관할이 아니고 해경이라서 해경 쪽에 지금 연락해 줘서 지금 출동했을 거야. 너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전화 했어."

 

더 이상 긴 말이 필요치 않았다.

 

"친구 고맙네. 일단은 가봐야 겠네. 이따가 통화하자!"

 

디카를 챙기면서 집사람에게 "나! 국수 안 먹어, 꼬맹이들 하고 먼저 먹어" 한 마디고 던지고 나오려고 했다. 그때 집사람이 말했다.

 

"갑자기 어디가요?"

"정확한 것은 아닌데, 측도해변에 상어인지, 고래인지 뭐 비슷한 것이 나타났다고 하네…. 그래서 가 보려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집사람은 국수 끓이던 물을 내려놓고, "애들아! 상어! 아니, 고래 보러가자!" 하는 소리에 영문도 모르고 꼬맹이들은 "와~ 고래보러 가자!" 소리치며 좋아서 날리다.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집사람과 꼬맹이들도 같이 신고 장소로 달려갔다.

 

집에서 신고 장소까지는 10분여 거리. 멀지 않은 곳이다. 짧은 거리였지만 그곳으로 달려가는 동안 나는 분명히 흥분하고 있었다. 과연 어떻게 생긴 녀석일까?


조금 달려가자 멀리 이상한 물체가 있다고 신고된 섬(측도)이 눈에 들어왔다. 섬이 가까워지면서 멀리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고, 옆으로 해양경찰순찰차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저기인가 보다!" 이 한마디에 뒤좌석에서는 집사람과 꼬맹이들의 함성이 들린다. "와~", "아빠 더 빨리가!"
 
순찰차가 서 있는 곳에 도착했을 때는 해경영흥파출소 직원들과 신고한 관광객들에 의해 뭔가 큼직한 녀석이 뭍으로 끌려 나오고 있었다. 디카를 가지고 차에서 내려서 무작정 갯벌로 내려갔다.
 
 

사람들에 의해 끌려 나오는 녀석의 정체를 확인하러 가까이 가서 보니 '상어'는 아니고, 고래처럼 생겼다. 그 녀석은 이미 죽어있었다. 또한 죽은 그 녀석이 상어가 아닌 것을 확인하니 안심이 되었다.
 
얼마 전 뉴스에 "서해안 포악상어 주위"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 여름철 피서철 대목을 놓고 포악상어가 나타났다고 하면 그 상어가 죽었거나 살았던 간에 그 여파로 인하여 피해를 볼 수 있어 걱정을 했었다. 영흥도와 선재도를 위해서는 천만 다행이었다. 해경 측도 상어가 아닌 것을 다행스러워 했다.
 
해경 직원은 포획에 의해서 죽은 것이 아니고 자연사 한 것으로 보고, 죽은지 이틀 정도 되는 것 같다고 하며, 뒤처리 문제를 놓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미 녀석의 몸에서는 부패된 냄새가 났다.

몸 길이 110cm 정도, 무게는 약 40~50kg 정도 되는 녀석은 얼핏 봐도 고래와 닮았다. 그렇다면 이 녀석의 이름은 무엇인가?

(갑자기 아들 녀석이 "아빠! 뭐야?"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천천히 다가오면서 관심을 드러냈다. 딸과 아내도 궁금했는지 어느새 곁으로 와서 처음 보는 고래를 신기한 듯이 바라보았다. 딸과 아들은 "큰 고기다!" 외치면서 "저 고기 이름이 뭐야?", "와~"하고 묻는다.)
 
해경직원은 '밍크고래' 아니면 '상괭이'라고 했다. 상괭이는 풍도(안산시 단원구 대부(도)동에 포함되는 섬) 앞 바다에서 그물에 걸린 적이 있다며 정확하지는 않지만 확인해 봐야겠다고 했다.
 
밍크고래는 많이 들어봐서 귀에 익숙한 이름이지만 상괭이는 처음 듣는 아주 생소한 이름이었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도 상괭이는 생소했나 보다. 적어도 상괭이는 고래가 아닌 다른 바다동물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정확한 이름을 모르니 다들 이 녀석이라 불렀다. 차라리 그때 해경직원이 상괭이도 고래 과에 속한 다고 해주었으면 이름을 고래라고 칭했을 것을….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이 녀석의 이름은 '상괭이'었다.

사람들에게 해를 주는 포악상어도 아니고, 죽은 고래였기에 안심을 하고, 뒤처리는 해경직원들에게 맡기고 돌아와 지인들과 인터넷으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모두를 긴장하게 했던 '그 녀석'의 종자와 이름을 알아보았다.
 
알아본 결과, '상괭이'는 쇠돌고래과에 속하며 '쇠물돼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몸 길이는 1.5~1.10cm까지 자라며, 서·남해 바다에서 주로 나타난다고 한다. 또한 한국의 대표적인 해양 포유류이며, 멸종위기 종으로 분리되어 보호받고 있고, 주로 수심이 얕은 곳에서 서식한다고 한다. 
 
짧은 시간 점심 식사까지 거르면서 가족과 함께 흥분하며, 달려갔던 현장에서 죽은 상괭이만 상대하고 돌아왔지만 ‘상괭이’에 대한 이야기 꽃은 우리 꼬맹이들의 입소문을 타고 동네 꼬마들에게 퍼졌다. 집 앞에서 모여서 놀고 있는 꼬마들에게 "야~ 우리 아빠, 엄마랑 커다란 고래 보고 왔다!"라고 자랑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렇게 우리 가족의 측도 해변에 나타난 '물체'에 대한 동행취재는 그렇게 끝났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sbs u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지킴이, #측도해변, #상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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