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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녘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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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국가에 보내는 편지
| 샘 해리스 지음 | 박상준 옮김 | 동녘사이언스 | 140쪽 | 9천원

"종교적 고난은 현실적 고난의 표현인 동시에 현실적 고난에 대한 항의다. 종교는 억압받는 피조물들의 한숨이며, 심장 없는 세상의 심장이며, 영혼 없는 상황의 영혼이다.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 칼 마르크스의 얘기다. 마르크스가 은유를 통해 종교가 갖는 양면을 지적했다면, 저자는 그보다 훨씬 더 도발적이고 선동적으로 맹신에 기반을 둔 종교적 도그마에 대해 거침없이 비판하고 있다. 주장의 핵심은 '종교는 우리 문명의 근거가 아니라 우리 문명을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는 것. 앞서 <종교의 종말>을 쓰기도 한 그의 '도발'은 성공했다. 이 책을 비판하는 책도 이미 두 권이나 출판됐다. 책에서 '기독교 국가'는 미국을 가리키지만 그 자리에 '장로 대통령'을 둔 한국을 대입해도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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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들의 제국주의
- 한·중·일을 위한 평화경제학 |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 278쪽 | 1만2000원

<88만원 세대>로 유명한 저자의 한국경제대안 시리즈 제3탄이다. '촌놈들의 제국주의'란 식민지를 만들어낼 능력도, 식민지 경영의 경험도 없으면서 생존의 돌파구를 식민지가 요구되는 제국주의에서 찾고 있는 한국 자본주의를 가리킨다. 이라크 파병이 그것을 증명하고,  남북경협도 그 같은 시각에서 재해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특히 한국·중국·일본 세 나라는 제국주의적 자원전쟁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고 있다. 이들 사이에 평화는 가능할까. 저자는 "'전쟁 없는 상태'가 열정의 대상이 되고, 그것 자체가 하나의 파토스가 되는 그런 문명 혹은 그런 사회"는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정말 설득력 있는 주장인지는 책에서 직접 확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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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지물 경제학
- 정통경제학의 신화를 깨뜨리는 발칙한 안내서 | 베르나르 마리스 지음 | 조홍식 옮김 | 창비 | 415쪽 | 1만8000원

경제학과 물리학은 다르다. 인간은 '파블로프의 개'가 아니다. 당연한 말씀이라고? 하지만 저자는 기존의 주류 정통경제학은 물리학을 닮고자 노력하고, 인간을 '파블로프의 개'로 취급해왔다고 비판한다. 원제(안티 경제학 교과서·Antimanuel d'economie)가 웅변하듯 이 책의 목적은 분명하다. 정통경제학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합리성·경쟁·희소성·효율성 등의 신화를 무자비하게 깨뜨리는 것.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사례를 통해 주장을 펼쳐나가기에 정통경제학보다 쉽게 이해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효율성 증가를 위해 추진하는 민영화가 오히려 효율성의 상실로 이어지며, 무분별한 경쟁은 다양성을 말살시켜 하향평준화로 이끈다는 분석 등은 우리에게도 다분히 시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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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농담하는 카메라
|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338쪽 | 1만2000원

언젠가 술자리에서 김정환 시인은 소설가 성석제에 대해 "진짜 농담과 유머와 웃음을 아는 작가"라고 치켜세웠다. 그 자신조차 "내가 쓰고 내가 읽고 내가 웃는다"라고 했단다. 어쨌든 그는 본업(?)인 소설 못지않게 많은 산문집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세상에 대한 다기한 관심, 용량을 측량하기 힘든 잡학사전적 지식과 기억력, 그리고 그것을 적절히 버무려 독자를 킬킬 웃게 만들다가 어느 순간 뒤통수를 치는 특유의 입담과 필력의 내공이 깊기에 가능한 작업이다. 이번 책에서도 특유의 장기를 유감없이 뽐내는데 주제조차 '농담'으로 잡았으니 오죽할까. 다음은 그의 '농담론'. "'농담 유전자'는 인류의 조상이 후손에게 물려준 생존에 불가결한 유전자이다. 농담 유전자는 개인에게는 건강을 선물하고 공동체의 활기를 높여준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원래 건강하고 수준 높은 삶을 살게 되어 있었다. 물론 이것은 농담이 아니다." 그가 찍은 사진도 함께 실렸는데, 솔직히 글에 비한다면 평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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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이야기
| 야나기 무네요시 지음 | 이목 옮김 | 산처럼 | 341쪽 | 1만8000원

저자인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는 미술평론가이자 일본 민예(民藝)운동의 창시자이다. 특히 그는 1916년경부터 조선미술에 심취해 자주 한국에 건너왔고, 일본정부의 식민지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발표했다. 또 조선 물품은 조선에 있어야 한다며 1924년 서울 경복궁 안에 조선민족미술관을 세웠다. 1921년 조선총독부가 광화문을 해체하려고 하자, '아! 광화문'이라는 글을 발표해 그 해체를 막기도 했다. 그런 공로로 1984년 한국정부로부터 외국인 최초로 문화훈장을 받았다. 저자의 25년 수집 인생과 철학을 밝혀놓은 책이다. 그는 돈으로 수집품을 모았던 게 아니라 쓰레기 취급받던 일상용품을 '민예'라 이름 짓고 수집해 소중히 아꼈다. 조선의 막사발도 그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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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하우스에서 20년
| 제인 애덤스 지음 | 심재관 옮김 | 지식의숲 | 287쪽 | 1만원

부제 그대로다. '미국 여성 최초 노벨평화상 수상자 제인 애덤스의 자전적 에세이'. '헐하우스'란 1889년 그녀(1860-1935)가 미국 시카고 빈민촌에 세운 북아메리카 최초의 복지기관 이름이다. 헐하우스를 세울 때 그녀는 스물아홉의 여자였고, 또 소아마비 장애인이었다. 그녀는 그곳을 운영하면서 빈민구호 활동뿐 아니라 여성참정권 운동을 적극 펼쳤고, 그 때문에 미국정부로부터는 '가장 위험한 여성'으로, 추종자로부터는 '성녀 제인'으로 불렸다. 자신의 온몸을 사회개혁에 바쳤던 그녀는 정작 193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을 때 스톡홀름까지 가는 여정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돼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 책은 1910년 미국에서 초판이 출간됐다. 출간 이후 100년 가까이 지났지만, 그녀의 인생에 포개진 인간 운명과 사회 정의라는 담론이 주는 감동은 여전히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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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 없는 파리
- 프랑스 파리 뒷골목 이야기 | 신이현 글·사진 | 랜덤하우스 | 304쪽 | 1만3000원

지난 봄 홍상수 감독의 영화 <밤과 낮>을 봤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파리를 배경으로 했음에도 그 영화에는 에펠탑도 개선문도, 또 루브르박물관도 노트르담성당도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 속 주인공은 그런 명소 앞에서 사진이나 찍어대는 관광객들을 경멸하기까지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도 다소 무리하게 연결 짓자면 영화 <밤과 낮>과 일맥상통한다. 이방인 파리지앵의 눈에 비친 파리의 뒷골목이 있을 뿐이다. 거기에는 한껏 폼을 잡았지만 결국에는 웃음거리로 전락해버린 어떤 권력자의 이름을 딴 도서관이 있고, 자기들만의 영역을 확보한 중국인 거리가 있고, 2천여 년 전에 로마 사람들이 버리고 간 유적이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익명의 삶이 만들어 놓은 '진짜 파리'가 있다. 파리에 대한 온전한 이해를 위해 부족한 반쪽을 채워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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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모텔에서 미국을 만나다
- 어느 경제학자의 미 대륙 탐방기 | 마이클 예이츠 지음 | 추선영 옮김 | 이후 | 428쪽 | 1만6000원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CF 문구처럼 저자는 32년 동안 경제학을 가르치던 대학에 사표를 던지고, 집과 가재도구를 팔아치운 뒤, 아내와 함께 5년 동안 싸구려 모텔을 전전하며 미국 대륙을 종횡무진 떠돌았다. 이 책은 그 여행 기록이다. 다만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미국의 아름다운 풍광을 찬미하는 그저 그런 여행서가 아니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얘기와 체험 등을 통해 미국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노동문제와 불평등, 그리고 환경파괴 실상을 경제학자의 시각으로 폭로하고 있다. 한마디 덧붙이면 요리사 아들을 둔 덕에 먹을거리에 각별히 신경 쓴 그들 부부는 광우병 때문에 여행 내내 육식을 되도록 삼가는 식단을 짰다고 한다.


기독교 국가에 보내는 편지

샘 해리스 지음, 박상준 옮김, 동녘사이언스(2008)


태그:#이주의 새책, #기독교, #우석훈, #성석제,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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