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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새벽 KBS 앞에서 시민들이 둥그렇게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5일 새벽 KBS 앞에서 시민들이 둥그렇게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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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신 : 15일 새벽 2시 32분]

밤새도록 KBS를 떠나지 않는 촛불들

한 시민이 'I love KBS'라는 펼침막 앞에서 촛불을 들고 있다.
 한 시민이 'I love KBS'라는 펼침막 앞에서 촛불을 들고 있다.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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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을 훌쩍 넘겨, 15일 새벽 3시를 향해 달려가는 시각이다. 하지만 200여 개의 촛불들은 아직까지 꺼지지 않고 남아 있다. KBS 본관 계단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한 시민이 이렇게 외쳤다.

"여러분, 어느덧 시간이 이렇게 됐습니다. 집에 가는 차도 끊겼고, 분위기도 좋은데 오늘 다들 밤샐 거죠?"

모든 시민들이 "예"라고 답하며 박수를 쳤다. 촛불은 해가 밝도록 꺼지지 않을 태세다.

계단 밑쪽에서는 자유발언을 하고 있고, 계단 위쪽 본관 바로 앞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동그랗게 모여 앉아 수다를 떨고 있다.

새벽의 찬 공기를 맞으며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시민들도 있고, 김밥을 먹으며 허기진 배를 채우는 시민들도 보인다.

여성 동호회 '마이클럽'에서 온 회원들이 유독 많이 보인다. 20여 명의 회원들이 따로 동그랗게 앉아 KBS 본관 앞에서 밤샘 촛불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 곳에 모여 앉아 컵라면을 먹으며 몸을 녹이고 있는 8명의 회원들은 이불을 덮고 앉아 대화를 나누며 밤을 새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구멍에 머리만 넣은 타조 같아. 자기는 숨어있다고 여기고 있는데 자기가 누군지 다 보여주고 있는 거지."
"고맙지 뭐. 우리 심심할 때마다 일을 터트려줘서(웃음)"
"오죽하면 그러겠냐 '뭐든 하지 말고 제발 잠 좀 자라'고 말이야. 정말 얼리버드, 30분만 더 자줬으면 좋겠다." 

함께 얘기를 나누던 이정원(39)씨는 아내를 따라 여성모임에 참여해 이 곳에 오게 됐다. 이씨는 "KBS 앞에 모인 것은 궁극적으로는 우리 후세들이 잘 살게 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언론이 제대로 서는 것이 기본이다, 촛불 시위도 그나마 언론이 잘 보도를 해줘서 많은 사람들이 강제진압의 실체를 알게 됐다, 그래서 더 많은 시민들이 나오게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지금 뉴스나 언론은 광우병 문제만 쟁점으로 삼고 있지만 사실 방송 장악 등 여러 문제가 동시에 터지고 있다"며 "공기업 민영화, 대운하 등 많은 사안에 대해 불만이 큰 사람들이 여기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아내인 이주연(32)씨는 "항상 독재정권의 최초 시작은 언론장악이었다"라며 "이명박 정권은 전두환 시절 때 했던 방식을 사실상 그대로 따르고 있다. 우리는 이에 맞서고 있다"고 말했다.

KBS 본관 앞은 현재 "KBS 지켜내자 훌라훌라, 뉴라이트 물러나라 훌라훌라"라는 노랫소리가 계속해서 흘러 나오고 있다. 돗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는 이들도 보인다. 또한 꾸벅꾸벅 졸면서도 KBS 본관 앞을 떠나지 않고 있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촛불'은 계속해서 활활 타고 있다. 늦은 새벽임에도 KBS 앞은 여전히 환하다.  

14일 KBS 앞에서 '다인 아빠'가 촛불집회 참석자들에게 커피를 무료로 나눠 주고 있다.
 14일 KBS 앞에서 '다인 아빠'가 촛불집회 참석자들에게 커피를 무료로 나눠 주고 있다.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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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신 : 14일 밤 11시 53분]

"난 커피로 국민 선동하는 사람"


KBS 본관 앞에 무료로 시민들에게 커피를 끓여주고 있는 사람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다인 아빠 커피 공사'라고 써붙여 놓은 용달차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몰려 따뜻한 커피를 나눠 먹고 있다.

용달차 안에는 큰 솥과 주전자로 물을 끓이고 있고 차 바로 앞에서는 다섯 명 정도의 자원봉사자들이 종이컵에 커피를 따라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한 자원봉사자는 본관 계단 앞에 앉아 있는 시민들에게 커피를 나르고 있다.

커피 봉사를 하고 있는 주인공은 평소 거리에서 떡복이와 튀김 등을 팔고 있는 노점상. 그는 이날 떡복이를 팔던 차를 커피 봉사 차로 바꿔 나왔다. 무엇보다도 여섯살짜리 딸아이를 위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그는 "다인 아빠"라고만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지만 앞에 나서기 무서워 이러고 있다"라고 웃으며 말한 뒤 "도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이것도 참가하는 것이라 여기고 이렇게 나왔다, 나는 커피로 시민들을 선동하고 있는 사람"이라며 껄껄 웃었다.

다인 아빠를 본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자원봉사에 나서고 있다. 커피를 타고, 시민들에게 나르는 5명 정도의 시민 자원봉사자들은 전혀 모르는 초면의 사람들이다. 흑석동에서 왔다는 송아무개(33)씨는 계단에 앉아 있다가 다인 아빠가 고생하는 것을 보고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정말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닌가요? 한편으로는 MB께 감사드립니다. 이런 식으로 모르는 사람들이 하나로 뭉쳐서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이죠. 그렇다 하더라도 이명박 대통령은 물러나야 합니다."

경기도 안산에서 온 표기민(36)씨는 "어려울 때 이런 방식으로 힘을 실어주시는 분이 있어 정말 감격스럽다"라며 "생업이 있는 분인데도 자기 돈을 써가며 봉사하는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여러 시민들이 커피 봉사에 자발적으로 나섰다.
 여러 시민들이 커피 봉사에 자발적으로 나섰다.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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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저녁 KBS 건물 앞 계단에서 시민들이 현수막을 펼쳐 들고 "공영방송 사수" "최시중 방통위장 탄핵"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14일 저녁 KBS 건물 앞 계단에서 시민들이 현수막을 펼쳐 들고 "공영방송 사수" "최시중 방통위장 탄핵"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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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신 : 14일 밤 10시 48분]

"국민들은 KBS 지키겠다는데 노조는 뭐하고 있나"

KBS 앞에 모인 '촛불'들은 KBS 노조의 '정연주 사퇴 올인' 투쟁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국민들이 나서서 특별감사를 막고 KBS를 지키겠다고 하는데 노조는 가만히 앉아서 뭐하는 거냐"며 노조를 질타했다.

현재 KBS 본사 앞에는 '다음 아고라' 회원들이 제작한 '어용노조 물러가라 방송이 장난이냐'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그 옆에는 '고맙습니다, KBS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촛불의 의미를 소중히 여기는 KBS PD들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있어 묘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어용노조 각성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KBS 노조가 설치해 놓은 수십 개의 '정연주 퇴진' 내용과 관련된 장막은 KBS 담장 안쪽으로 물러나 있는 상태다.

사업체 임원을 맡고 있다는 박 아무개(52)씨는 "KBS 노조는 하나의 이익집단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 같다"라며 "민주 언론 수호 투쟁이라기보다는 권력집단으로서 사장 흔들기밖에는 안 하는 자신의 이익 추구에 급급한 행태를 보이고 있지 않느냐"라고 비난했다.

이어 박씨는 "KBS노조는 정당성을 가지고 대중과 함께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지금처럼 대중과 유리된 채 호응을 못 얻는 운동을 해 나간다면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음 아이디 '아름다운 청년'을 쓴다는 한 시민은 "지난 노무현 정권 때 낙하산 사장이 들어온다고 해서 그렇게 노조가 힘겹게 투쟁하고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협의해서 앉힌 사람이 정연주 아니냐"며 "그런데 왜 이명박 정권을 앞에 두고 이런 모습을 보이는지 정말 답답하다"고 말했다.

자영업을 한다는 이효상(35)씨는 "정연주 사장이 모든 것을 다 잘한 것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해서 내려온 낙하산 인사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며 "YTN, 아리랑TV 다 낙하산 인사를 막지 못하고 있는데 자신들이 어떻게 대처하겠다는 정확한 계획도 없이 무조건 정 사장만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설득력도 없고 이율배반적인 행위"라고 일갈했다.

참석자들은 현재 KBS 본관 앞 계단에 앉아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중간 중간에 노래를 하며 '개인기'를 발휘하는 시민들도 있다. 또한 '아침이슬' '임을 위한 행진곡' '광야에서' 등의 노래를 함께 부르며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KBS PD들이 내건 현수막
 KBS PD들이 내건 현수막
ⓒ 박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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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 :14일 밤 9시 55분]

"KBS가 무너지면 정말 큰 일"

밤 9시 20분 경 500여 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표적감사 중단하라"라고 외치며 본관을 돌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다음 아고라' 회원들이 제작한 '싸고 질 좋은 대통령부터 수입하자' '민영화는 청와대부터' '국민 방송 KBS 국민이 지킨다' '뉴라이트 꺼져'라고 적힌 현수막을 앞세우고 이동했다. 

한 시민은 'KBS 탄압 배후는 MB, 쩐다 쩔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최시중은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부인과 함께 KBS 앞을 돌고 있는 김장호(49)씨는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최측근인 최시중을 내세우면서 언론 통제를 시작했다"라며 "무조건 전 정권이 한 일을 뒤엎고 모든 것을 자신에 입맞에 맞추려는 대표적인 행위가 정 사장을 밀어내는 것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씨는 "정 사장이 옳은지 그른지를 떠나 정권 차원의 언론통제 의도가 노골화되고 있는 상황을 막기 위해 이 많은 시민들이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저녁 KBS 앞에서 시민들이 "공영방송 사수"를 외치며 행진을 하고 있다.
 14일 저녁 KBS 앞에서 시민들이 "공영방송 사수"를 외치며 행진을 하고 있다.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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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인 윤 아무개(26)씨는 "YTN 구본홍 사장 내정도 그렇고 KBS를 갑자기 감사한다고 하는 것도 그렇다. 정연주 사장을 밀어내려고 하는 것 보니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어 나왔다"라며 "촛불이 처음에는 광우병으로 시작했으나 이제는 언론 문제 등 사회 곳곳의 부조리를 지적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대방동에서 왔다는 최아무개(30)씨는 "쇠고기, 운하, 공기업 민영화 문제 등 중요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KBS가 무너지면 정말 큰 일"이라며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려는 행위를 막고 제대로 실상을 알리는 언론을 지켜내기 위해 이렇게 나왔다"라고 말했다.

최씨는 이어 "정연주 사장 배임 문제 등이 정말 민감한 시기에 감사를 계기로 터져나오고 있다"라며 "뉴라이트 단체가 제기한 것도 수상하다. 정권 차원의 정 사장 퇴진 움직임과 맞물려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명백한 표적 감사"라고 주장했다.

한편 KBS 본관 주위를 한 바퀴 돈 시민들은 밤 9시 40분 경부터 KBS 본관 앞 계단에 모여 앉아 촛불을 들고 있다. 이 자리에는 '안티 이명박' '다음 아고라' 등의 깃발을 든 시민들이 계속 합류하고 있다.

14일 오후 KBS 앞에서 '공영방송 지키기' 촛불집회 시작에 앞서 일부 시민들이 앉아있다.
 14일 오후 KBS 앞에서 '공영방송 지키기' 촛불집회 시작에 앞서 일부 시민들이 앉아있다.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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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14일 저녁 8시 26분]

KBS 본관을 포위하고 있는 '촛불'

14일 저녁 KBS 본관 앞은 점점 '촛불'로 둘러싸이고 있다. 이날 오후 3시경 15명 가량의 인원이 지키고 있던 KBS 앞에는 날이 저물수록 사람들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날이 완전히 저물기도 전인 저녁 8시경 이미 정문 앞 반경 1km 정도는 촛불을 들고 앉은 1000여 명의 시민들로 가득 찬 상태다. 시민들은 계속해서 모여들고 있다. 이 때문에 길모퉁이에서 촛불을 나눠주는 자원봉사자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이들은 '다음 아고라'에서 "공영방송 KBS를 지키자"는 의견에 동의해 모인 자발적인 시민들이다. 특히 이날은 주말을 맞아 세 살 꼬마를 업고 나온 가족들부터, 앳된 얼굴의 중고생, 그리고 머리가 하얗게 샌 60대 노인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KBS 담장을 에워싸고 있다.

또 KBS 주변은 시민들이 가지고 온 피켓들과 현수막들로 가득하다. '굳세어라 KBS, 민주시민 함께한다', '최시중 방송통제위원장, 우리가 통제하겠습니다'등의 내용의 피켓이 KBS 담장을 두르고 있다. KBS 직원들도 이에 화답해 '국민의 방송이 되겠습니다, 촛불과 함께하는 KBS 일부 기자들'이란 내용의 현수막을 본관 앞에 걸어 놨다.

회사에서 임원을 맡고 있다는 박 아무개(52)씨는 "언론은 사회의 공기다. 언론이 제 구실을 못하는 사회는 죽어있는 사회며 문화가 사라진 사회"라며 "70~80년대 야만의 시대, 수직 계열화된 조직 구조의 사회가 거의 끝장나는 시점에 그 시대 사람들이 다시 회기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과거의 폭력적인 대응과는 다르게 촛불이라는 상징적인 수단을 통하여 시민들이 문화적인 반항을 지금 KBS 앞에서 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종이 신문도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이 70%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인데 공영방송마저 정권의 손아귀에 넣으려는 헛된 구상을 시민들이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분당에서 온 주부 정혜원(33)씨는 남편과 15개월 된 아들과 함께 온 '유모차부대'다. 정씨는 "지난 5월말 청계광장에서 100여 명이 모여 밤새 토론을 했는데 KBS 직원이 나와 '거두절미하고 정연주 사장을 지켜 달라'고 읍소하더라"며 "당시에는 '우리가 왜 자기네 사장을 지켜야 해?'라고 생각했는데 내막을 알고 보니 왜 그가 그토록 읍소를 했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씨는 "이따가 동생도 이곳에 오기로 했는데 남편이 허락한다면 아이를 동생에게 맞기고 늦게까지 촛불을 들고 싶다"고 말했다.

14일 KBS 앞에서 중고등학생들로 보이는 청소년들이 촛불을 켜고 앉아 있다.
 14일 KBS 앞에서 중고등학생들로 보이는 청소년들이 촛불을 켜고 앉아 있다.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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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촛불'을 구경하던 김아무개(48)씨는 "여의도에 사는데 운동 삼아 나왔다가 시민들을 구경하고 있다"라며 "수백 명, 수천 명이 아무리 크게 외쳐도 언론이 공정하게 보도를 안 하면 의미가 없다. 나 같은 사람은 마음은 있어도 선뜻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데 여기 있는 사람들을 보니 대단해 보인다"고 말했다.

'야자'(야간자율학습)가 없는 주말이니만큼 교복을 입은 중고생들도 눈에 띈다. 고1 학생인 김성찬(17)군은 "만약 언론이 장악된다면 내가 성인이 되었을 때 무엇을 보고 있을지 미래가 두렵다"라며 "갑자기 뉴라이트 단체들에 의해 주도된 감사를 실시하고, 국민들의 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표적감사'를 하는 것을 보면 뭔가 정권 차원의 음모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2 학생인 배정란(15)양은 "KBS에서 1박2일, 경성스캔들, 그리고 뉴스 등을 자주 봤는데 KBS가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로 장악된다면 거짓보도가 많을 것 같다"며 "사람들 촛불 문화제 못 나오도록 기상 정보마저 속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살짝 웃었다. 같이 온 중3 학생인 이후철(16)군도 "국민에게 말을 전달하는 스피커인데 언론이 제일 중요하지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밤 8시 30분경이 되고 날이 어두워지자 시민들은 하나 둘 양초에 불을 붙이며 촛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현재 시민들이 계속해서 모여들어 KBS 담장을 에워싸고 있다.

[1신 :14일 오후 5시 59분]

유모차 부대도 "공영방송 지키자"

유모차를 이끌고 나온 주부들이 한강시민공원에 모여 국회의사당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유모차를 이끌고 나온 주부들이 한강시민공원에 모여 국회의사당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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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5시 30분경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 유모차를 이끈 주부들 30명가량이 모였다. 유모차에 자녀들을 태우고 나온 주부들은 마치 소풍나온 듯하다. 그러나 이들의 유모차에는 '미친소, 대운하, 의료 민영화 결사 반대' '국민은 위로, MB는 아래로' 등의 구호가 적혀 있다.

특히 이날은 공영방송을 지키기 위해 한강시민공원부터 국회의사당을 지나 KBS, MBC 본사 건물로 이동할 계획이다.

카페 운영자인 대화명 '유모차 부대'씨는 "시민들에게 촛불을 하나 더 보태고 싶으나 아기를 혼자 두고 나갈 수 없어 애 태우던 엄마들이 (유모차 끌고 참석하는 것을) 고안해 낸 것"이라며 "아이와 함께 아이를 위해 안전하게 촛불을 들겠다"라고 밝혔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3살 난 아들을 데리고 온 주부 박경아(40)씨는 "우리 아이들과 가족들의 문제인데 정치를 떠나 엄마가 나서지 않으면 누가 나서냐는 생각으로 참여하게 됐다"라며 "갈수록 보수단체의 위협이 심해져 불안하기는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아이들 목숨을 구할 각오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유모차를 이끌고 나온 주부들이 "광우병 우려 쇠고기 수입반대" "공영방송 탄압 반대" 등을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유모차를 이끌고 나온 주부들이 "광우병 우려 쇠고기 수입반대" "공영방송 탄압 반대" 등을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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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MBC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공영방송 지켜야"

박씨는 KBS 쪽으로 행진하는 것과 관련해 "사실 우리는 난시청 지역이라 KBS와 MBC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살짝 웃으며 말한 뒤 "그래도 국민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언론이 탄압받지않고, 있는 사실 그대로 알려달라는 뜻에서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안양에서 11개월 된 아이를 데리고 온 최희정(31)씨는 "정부가 먹을거리를 가지고 장난을 쳤더라도 나중에는 사실을 인정해서 국민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데 계속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 아니냐"라며 "솔직히 나는 광우병 쇠고기를 먹어도 상관없지만 우리 아이가 먹는다면 참을 수 없다. 이런 엄마들 마음을 알아달라는 뜻에서 이렇게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이어 "YTN 낙하산 인사 등 정부의 언론 탄압이 심해지고 있는데 이제는 KBS까지 뒤흔들려고 하고 있다"라며 "요즘 유독 정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보여 오늘은 공영방송을 응원하기 위해 방송국으로 간다"라고 말했다.

한편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유모차 부대에 합류한 넥타이 부대도 눈에 띈다. 최희정씨의 남편인 김민구(36)씨는 "아내가 같이 나오자고 해서 나오게 됐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김씨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 때문에 아이들이 걱정이 돼서 나왔다"라며 "정부의 태도를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과연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현재 유모차 부대는 '건강하게 자라고 싶어요'라고 적힌 노란 풍선을 유모차에 매달고 있다. 이들은 회원들이 다 모이는 즉시 국회의사당을 지나 KBS 본관쪽으로 이동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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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유모차, #쇠고기, #공영방송,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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