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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북 안동에서 지낸 지도 어느덧 4년째이다. 처음 안동에 대해 생각했다. 안동은 어떤 곳일까. 유교적이고 고지식한 마을이려나. 하지만 웬걸, 내 생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끝에는 결국 다 갈라져서 새로운 생각을 받아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안동에는 봉정사가 있다. 봉정사는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다녀가면서 국제적으로도 알려지기 시작한 아주 유명한 절이었다. 안동에 엘리자베스 2세가 다녀간 것은 알았지만 하회마을 이외의 방문 장소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내 관심이 부족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국빈의 방문은 아주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봉정사에 친히 방문한 엘리자베스 2세의 방문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속의 한국의 한 부분을 보여주는 계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봉정사를 방문한 한 나라의 대표가 엘리자베스 2세만은 아니다. 아니 그럼 누가 또 다녀갔단 말인가. 현재 국정을 꾸려가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안동까지 내려왔단 말인가. 누군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면 답을 이야기하겠다. 그것은 고려의 제31대 군주 공민왕이다. 공민왕의 방문은 봉정사뿐 아니라 안동 놋다리밟기에 변화를 가져오는 등 많은 영향을 주었다.

 

 

공민왕은 홍건적의 난을 피해서 안동으로 몽진하여 머무른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우선 봉정사 극락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극락전 공포 밑에는 외부단청에 용과 함께 ‘주상전하 성수만세(主上殿下 聖壽萬歲)’라 적혀 있는 글씨를 보게 된다. 이것은 봉정사에 공민왕이 다녀갔다는 기록으로 볼 수 있으며, 또한 안동 몽진 당시 중수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안동에 공민왕이 왔다는 역사적 사실은 '놋다리밟기'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놋다리 밟기는 모두 일렬로 늘어서서 허리를 굽힌 뒤 앞 사람의 허리를 두 팔로 감고 있으면 등 위로 공주가 지나가는 놀이로 다른 지역과 달리 안동만의 특징을 가진다.

 

놋다리밟기는 전국적으로 두루 전승되고 있는 놀이이다. 그러나 안동시 일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지역은 한 번 밟고 다음 엎드려 다음, 사람이 밟고 지나가는 일을 되풀이한다. 그러나 안동에서는 공주를 뽑아서 밟기를 하기 때문에 공주 이외의 사람들은 밟힘을 당하는 쪽의 입장 밖에 설 수 없다.

 

이것은 공민왕이 안동으로 몽진해 올 때, 공민왕 일행이 소야천이라고 하는 냇가에 이르자 안동부의 여성들이 나아가 엎드려서 노국공주가 신발을 빼지 않고 내를 건널 수 있도록 했는데, 이것이 놋다리밟기의 유래이며, 다른 지역에서는 이러한 전설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다른 지역과 달리 변화되어 전승되고 있는 것이다.

 

안동은 역사의 도시이며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곳이다. 안동에는 다른 지역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전탑이 많이 있으며, 하회마을과 도산서원 등 이루 말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역사적 사실과 문화재가 있다. 가을이 되면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로 볼거리는 더욱 늘어난다. 가을쯤 안동을 찾아 보는 것은 어떨까.


태그:#김한나, #공민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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