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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생명체의 원치 않은 진화까지 일으킨 맥도날드

맥도날드가 생산한 것은 단지 햄버거와 소아비만만은 아니다. 여러 나라 물가를 비교할 때 기준 삼는 '빅맥 지수'나, 전망 없는 저임금 단순노동을 일컫는 '맥잡(Mc Job)'이란 말도 생산해 냈다. 이런 개념들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는 세상에 맥도날드의 영향이 다양한 방향으로 미친다는 얘기다.

하루 평균 약 5,400만 명이 찾는다는 세계 최대 음식점. 반세기 동안 세계인의 입맛을 바꿔버린 맥도날드 햄버거와 감자튀김은 감자와 쇠고기 생산방식마저 바꿔버렸다. 더 많은 치킨 너겟을 생산하기 위해 닭들은 가슴만 키워야 했으니, 아, 한 생명체의 원치 않은 진화도 당긴 셈이다.

맥도날드의 성공은 싼값에 먹을 수 있는 조리시스템 개발 못지않게 어린이를 상대로 한 탄탄한 광고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963년 등장 이후 점점 날씬해진 맥도날드 마스코트
 1963년 등장 이후 점점 날씬해진 맥도날드 마스코트
ⓒ 맥도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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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6월. 맥도날드 마스코트 '로날드'는 전보다 더 날씬해졌다. 헐렁한 오버롤의 사이즈는 줄었고, 1963년 로날드 역을 맡았던 광고모델 윌라드 스콧에 비해 현저히 날씬해졌다.

미국 전역에 내보낼 광고를 만들 당시 윌라드는 2년 만에 해고됐다. 패스트푸드는 소아비만과 전혀 상관없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에는 그가 너무 안 말랐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식사 '해피밀'에는 중국산 장난감이 딸려온다. 세련되고 글로벌한 음식과 함께 장난감까지 선사하는 해피밀은 아주 어린 고객을 부모와 함께 '맥도날드 월드'에 입성하게 만든다. 아이 손님 하나에 어른 손님이 세트로 따라온다.

광고와 마케팅 모두 A+를 줄 수밖에 없는 맥도날드. 홈페이지 디자인도 화려하다. 빨강과 노랑 플래시 이미지가 생기발랄하다. 그런 맥도날드의 한국어 홈페이지에 2008년 6월 흑백 팝업이 떴다. 철지난 비만 논쟁이 아니라, 10대 소녀들이 붙인 촛불 때문이다.

흑백 팝업이 뜬 한국 맥도날드 홈페이지
 흑백 팝업이 뜬 한국 맥도날드 홈페이지
ⓒ 맥도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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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전쟁'에 끼게 된 한국 맥도날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정부와 국민의 갈등이 50일 넘게 촛불 집회로 이어지고 있다. 광우병 발병 가능성이 있는 쇠고기를 검사할 수 있는 검역주권을 내준 졸속협상은 세대나 이념을 넘어 반대 여론이 지배적이다.

쇠고기 정국은 시사 토론 프로그램의 뜨끈뜨근한 주 메뉴가 됐고, MBC '100분 토론'도 여러 차례 주제로 택했다. 정부를 대변하는 여당 국회의원과 보수단체 간부가 출연했다. 이 중 패널로 나선 뉴라이트 전국연합 임헌조 사무처장의 발언 하나가, 조용히 사태를 관망하던 맥도날드를 '쇠고기 전쟁'으로 불러들였다.

"햄버거용 고기를 30개월 령 이상으로 사용하고 또 지금 우리나라에서 위험하다고 하는 내장까지 사용한다. 그런데 이 맥도날드 햄버거는 미국에 유학 간 유학생, 여행객, 교민은 물론 미국 저소득층이 가장 많이 사먹는다. 그래도 그들은 맥도날드 햄버거가 광우병에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맥도날드는 미국만이 아니라 한국 등 전 세계에 체인망이 있으며 이 체인망이 있는 나라들도 맥도날드 햄버거가 가장 많이 팔린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것을 맥도날드 햄버거를 위와 같이 예로 들어 강조했다.


아뿔싸! 네티즌들은 맥도날드에 문의 및 항의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맥도날드는 결국 홈페이지에 '뉴라이트 재단의 임헌조 사무처장의 발언에 대한 맥도날드의 입장'이라는 팝업을 흑백으로 띄웠다. 그의 말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게다가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어 보수단체의 기를 꺾어 놨다. 더군다나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뉴라이트 재단과는 다른 단체라는 해명까지 하고 나섰다.

서둘러 밝힌 맥도날드의 입장
 서둘러 밝힌 맥도날드의 입장
ⓒ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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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한국 맥도날드는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하고 있지 않으며, 1995년부터 호주산/뉴질랜드산 100% 쇠고기를 사용하여 국내협력사에서 패티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더라도, 현재로는 사용할 계획이 없습니다"라는 회사 방침도 함께 흑백으로 표명했다.

황금색 M자가 발랄하게 그려진 홈페이지 위에 흑백 안내문을 다급하게 내보내는 맥도날드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네티즌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더욱이 '현재로는' 사용할 계획이 없다는 애매모호한 말에 소비자들은 더욱 냉담하다. '앞으로는' 경우에 따라 미국산을 사용할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미지보다 사실 전달이 효과적인 광고일 수 있다

광고는 이미지가 중요할까, 사실이 중요할까? 아무리 광고라고 해도 때로는 이미지보다 사실 전달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한국 맥도날드가 간과한 것일까?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 먹을거리에 민감하고 깐깐하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그런 부모들은 만일 호주산 청정우를 사용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구체적인 수입 송장까지 보고 싶을 것이다. 쇠고기 패티를 만드는 공장까지 공개하는 성의를 보여주지 않는 이상, 그들만의 영업기밀인 햄버거 패티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는 쉽게 거둘 수 없을 것 같다.

이번 맥도날드 흑백 팝업은 햄버거의 안전성을 납득시키기 위한 광고로 그리 효과적이지 않아 보인다. 끓어오른 한국인의 민심과 의심을 수습할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강렬하고 비장한 메시지를 담은 흑백 팝업을 보면서, 진실과 본질이라는 요소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된다. 진실과 본질을 담아내지 못하는 광고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맥도날드의 다음번 광고 전략이 궁금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의 일부 내용은 월간 공모전가이드북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맥도날드, #광우병, #광고, #뉴라이트, #햄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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