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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시간 릴레이 촛불집회가 예정된 6월 5일, 서울 시청앞 광장은 촛불을 든 시민들 대신 '대한민국 특수임무수행자회(이하 수행자회)'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단체가 차지하고 있었다.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치러진 그들의 '위령제'행사에, 촛불집회에 참가하려던 시민들은 어리둥절해하며 덕수궁 앞으로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시청 앞 촛불집회를 몰랐다니

 

시민들의 항의에 수행자회는 "시민들의 촛불집회를 방해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TV에서 그들의 거리 행진만 보았지, 시청 앞에서 촛불집회를 하는 지는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위령제의 순수성에 대해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하루전인 6월 4일 그들이 청와대를 방문하고 나서 집회장소가 판교에서 시청앞으로 갑자기 변경된 점,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이 같은 내용이 게시되었다가 급히 삭제된 점, 이 단체가 곳곳에 "대통령님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라는 현수막을 걸어둔 점 등이다.

 

더욱 이해하기 힘든 것은 촛불집회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는 그들의 해명이다. 이미 한달여 전부터 각종 매체의 톱뉴스를 장식하고 있었고, 며칠전부터 '72시간 릴레이 집회'를 대대적을 홍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앞 시위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그들의 태도는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특수임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군인들을 추모하기 위함'이라는 그들의 설명과 달리, 촛불집회에 반대하는 의견을 피력하기 위하여 보수단체가 '맞불'을 놓았다고 보는 시각이 현재로써는 힘을 얻고 있다. 

 

 

보수의 반격 신호탄?

 

보수신문들은 6월6일자 조간에서 일제히 시청앞 광장에서 수행자회의 위령제와 촛불집회가 둘로 나뉘어 있는 사진을 게재했다. 특히 <동아일보>는 1면에 시청앞 광장 사진을 실은 데 이어, 10면에서도 촛불집회 모습과 위령제 준비 모습을 같은 크기의 사진으로 구성해 보도했다. 두 집회의 참가자 수가 현격히 다른데도 불구하고 두 가지를 같은 층위로 치부했다는 것은 다분히 보수와 진보의 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6월5일 밤 MBC 100분 토론에는 뉴라이트 전국연합의  임헌조 사무처장이 출연하여 '미국산 소고기는 안전하며, 이번 촛불집회는 MBC, KBS 등의 언론과 2002년 미군 장갑차 사건, 2004년 평택 미군기지 반대 시위 등을 이끌었던 진보단체의 선동에 의해 조장된 면이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해, 보수세력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설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 일환으로 뉴라이트 전국연합과 국민행동본부는 10일 오후 3시 서울광장에서 5만여명이 참여하는 하는 '법질서 수호 국민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는데, 그 날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이미 100만인이 참여하는 촛불대행진을 예고한 바가 있어, 보혁갈등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촛불문화제는 이념대결의 장이 아니다
 
이번 집회는 참가자들 스스로 탈이념을 외칠 정도로 '색깔'과는 무관한 방향으로 전개되어 왔다. 초기에 시위 참가자는 정치에 무감각한 여중생 여고생들이 주축을 이루었고, 결국 지역과 연령을 뛰어넘는 국민참여 운동으로 번져갔다.  
 
더욱이 최근에는 최근에는 자유선진당,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이하 박사모) 등 보수진영도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주장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나서는 등, 이번 집회가 보수단체에서 주장하는 좌편향적인 행동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제 그들도 이번 집회가 탈이념적이라는 것을 사실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어느누구도 이번집회를 통해 보수단체의 세력을 약화지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배척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보수언론들이 공격당하는 건 쇠고기 문제에 대해 국민의 목소리를 왜곡보도 하고, 거짓으로 일관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자 노릇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지, 신문이 추구하는 이념때문이 아니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회창, 박근혜가 나서라
 
이번 집회기간동안 아쉬웠던 점은 열과 성을 다했던 국민들의 노력에 비해, 정치권 인사들의 목소리는 좀처럼 들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자칫 평화적이었던 촛불 집회가 뜻하지 않게 국민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는 시점에서, 이제는 '인물들', 특히 보수인사들이 나서서 갈등을 수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총재는 이번 쇠고기 문제에서 이념대결에 빠지지 않고 정부를 강하게 질타해 많은 환영을 받은 바가 있다. 그동안 보수우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 왔던 그 이기에, 그들을 설득하고 이번 갈등을 수습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한 박사모가 집회에 참가한 것과는 달리, 최근에 박근혜 전 대표의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아 아쉬운 면이있다. 역시 보수층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고,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정치인인 만큼, 한시라도 빨리 뚜렷한 입장을 표명해 갈등을 수습하는 데 일조해야 할 것이다.  

태그:#보혁갈등, #위령제, #수행자회, #촛불,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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