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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의 청사진을 갖고있는 정부가 어떻게 한미FTA에 어긋나는 수출자율규제를 국민대안이라고 제시할 수 있나. 수출자율규제는 검역조치로 볼 수 없다."

 

송기호 국제통상전문변호사는 답답증을 감추지 않았다. 공법적 효력이 전혀 없는 수출자들의 자발적 결의를 갖고 마치 이것이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금지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송 변호사는 4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수출자율규제는 수출카르텔을 강화할 뿐"이라며 "결국 정부가 수출카르텔을 통한 시장왜곡을 용인하는 꼴"이라고 허탈해했다. 

 

실제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미국산 쇠고기 '수출자율규제'는 세계무역기구 세이프가드 협정과 한미FTA 2장에 명시된 '금지규정'인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정부가 국민여론에 밀려 고심 끝에 내놓은 수출자율규제는 결국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 

 

송기호 변호사는 "정부가 말하는 수출자율규제는 95년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0) 체제에 의해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며 "작년 6월 서명한 한미FTA도 명시적으로 이를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무역기구 긴급수입 제한조치(세이프가드) 협정에 따르면, 세계무역기구 회원국은 일체의 ▲수출자율규제 ▲시장질서 유지협정 ▲수출입에서의 기타 유사한 조치를 추구하거나, 취하거나, 유지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송 변호사는 "지금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수출자율규제는 대한민국 국회가 비준 동의한 세계무역기구 협정을 위반하는 행위"라며 "미국정부에 수출자율규제를 구하거나(seek), 호소하는 것(resort to) 자체가 세계무역기구 협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송 변호사는 "한미FTA에서도 수출자율규제는 금지 대상"이라며 "미국산 쇠고기 관세 철폐는 한미FTA 2장에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한미FTA 2장 8조에 한국과 미국정부의 수입 및 수출제한(import and export restrictions)에 대해 따로 규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FTA 2장에 명시된 '수출자율규제' 내용은 일반적 상품무역 차원에서 금지한다고 돼 있다. 단, 수출업자들이 불법 보조금 혹은 불법 덤핑임을 스스로 자인할 경우에는 이의 시정을 위해 예외적으로 수출자율규제를 허용하고 있다.

 

송 변호사는 "정부가 구상하는 방안은 미 수출업자들과 맺게 되는 순수 민간차원의 협정으로 한미FTA와 세계무역기구가 정한 수출자율규제와는 다르다고 주장할지 모른다"며 "그러나 한국정부가 수출자율규제를 부탁한 상대방은 미국 수출업자가 아니라 미국정부이기 때문에 실제 미국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 규제는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관여해서 한국 수입업자들로 하여금 미국 수출업자들과 협정을 체결하도록 하겠다는 발상 또한 한미FTA와 세계무역기구 위반행위라는 지적이다.

 

송 변호사는 "미국 수출업자들이 미국정부와 아무 관계없이 전적으로 스스로 담합해 30개월 이상 소의 수출을 자율규제하고, 다른 수출업자들의 수출을 금지시킨다면, 이는 독점금지법을 위반하는 수출 카르텔(export cartel)에 해당된다"며 "일본도 독점금지법을 의식해 미국에 대한 자동차 수출 자율규제에서 일본 자동차 회사들끼리의 결의나 협약을 추진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송 변호사는 "고시내용을 바꾸지 않는 한, 한국의 수입업자가 한국정부의 고시대로 30개월이 넘는 쇠고기를 수입하겠다면, 한국정부는 이를 합법적으로 막을 수 없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유통업에 투자한 미국인이 한국정부가 고시한 대로 30개월 넘는 쇠고기를 수입하겠다면, 한국정부가 이를 막을 재간이 없다"고 설명했다.

 

만일 정부가 이를 막는다면, 한미FTA 11장 5조에 명시된 공정한 대우 위반으로 국제중재에 회부된다는 것이다.

 

송 변호사는 "오늘의 이 비극은 장사꾼식 편법에서 비롯됐다"며 "이 세상에서 수출자율규제로 때워도 좋을 만큼 가치 없는 검역은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또한 그는 "실효성 없는 수출자율규제로 검역문제를 해결하는 나라는 없다"며 "이 편법은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방법"이라고 비판했다.


태그:#촛불문화제, #송기호 변호사,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출자율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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