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제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다 들어보시고 이 상황이 제 잘못이다, 단정하신다면 어떤 연예인 말처럼 저도 저를 용서 못 할 짓을 한 것입니다. 저의 멍청함을 십분 감안해도, 이건 아닙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적립해 놓은 포인트 한 번 써볼까 했더니...

제가 학교 근처에서 자취한답시고 까불며 집을 나온 게 어언 2년차. 한 달에 두어번은 꼭 장을 봅니다. 나름대로 깐죽댈 만큼 경제학까지 전공했고, 금융 자격증도 세 개나 되는데, 이놈의 경제적 관념은 생길 줄 몰라요. 영수증도 잘 잃어버리고, 가계부도 쓰다가 말고, 솔직히 세금이 얼마나 나가는지도.

여하튼 엊그제 친구랑 맹랑하게 장을 보러갔습니다. 이번에 장은 10만원 어치만 보자하고 갔더랬죠. 그래 좋다. 이번에 너 먹고 싶은 거 막 사라. 학교 근처 G마트로 갔습니다. G마트 단골이거든요. 바로 옆 H백화점보다는 물건도 많구요. 이거 사라. 그거 사자. 묻지마 투자하듯 서로 묻지마식 장을 봤습습니다. 한 시간도 안돼서 카트가 넘쳤을 때의 희열이란. 카트가 꽉차서야 황급히 장보기를 마무리했습니다.

띡 뚜 띡 띡. 자그마치 18만원. 친구랑 박장대소가 나왔습니다. 절정이었죠. 있는 돈 싹싹 털면서도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이런 무개념. 그 때 문득 그 생각이 난 것이죠. 아마 미친 듯이 쌓였을 듯한 내 포인트. 친구랑 합쳐보니 대충 15000원 정도 되는 돈이었죠.

요놈 한 번 써보자. 그런데 남은 포인트는 그것에 훨씬 못 미치는 돈이었습니다. 마치 조삼모사보다도 못하단 듯, 요거 못 쓰는 것에 기분이 팍 상했습니다. 누가 내 포인트를 가져갔을까. 화가 나서 담당자에게 가서 여쭤봤습니다.

"포인트는 1년 지나면 자동 소멸됩니다."

포인트 찾아쓰는 건, 소비자 몫?

무엇이 문제였을까. 처음 카드를 만들 당시 아무런 말도 못 들었던 거 같은데. 추후 통보도 없었음은 물입니다. 그래서, 제가 해당 마트를 다시 찾아갔습니다. 저는 이미 가입됐기에 친구가 포인트카드를 발급 받아봤습니다.

발급 과정으로 처음엔 이름과 주민등록 번호, 주소를 간단하게 입력하는 종이를 받아 체크합니다. 두 번째는 카드와 함께 간단한 약관 종이를 받습니다. 생각대로 포인트 사용 방법 및 유의 사항에 대한 확실한 언급이 없더군요. 대신에 카드 발급창구 앞과 받은 종이 앞에 조그맣게 '유효기간 1년'이라고 써 있고, 뒷면에 아주 작은 글씨로 '별도 통보 없이 분기별로 소멸 됩니다'라고 있었다.

그렇다면, 처음에 제대로 그것을 캐치하지 못한 내 잘못일 뿐이란 말인가? 말이야 바른 말이지 포인트가 쌓이는 시간도 있고, 그러다 보면 깜빡할 수도 있고, 1년 반 전에 본 글씨를 어찌 기억하리오. 기업이 맘만 먹으면 고객들이 더욱 쉽게 포인트를 찾아 쓸 수 있게 할 수 있는데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

기업들에게 포인트는 회계상 부채에 해당하기에, 이를 지급하지 않을수록 득이 되기 때문. 이는 기업의 이익과 관련된 민감한 것이다. 또 소비자의 권익과 관련한 중요한 사안이다. 이하 카드 발급 담당자에게 간단히 질문 내용이다.

- 유효기간 1년이라고 써 있었네요?
"네. 1년 내에 쓰셔야 합니다."

- 이 포인트가 1년 지난건지 아닌건지 나중에 어떻게 알아요?
"네. 정기적으로 할인권 발급 시기에 문자를 드립니다(약간 머뭇거린 뒤 동문서답함. 어떤 뜻인지는 밑에 참고). 음, 1년 지난 건 추후 통보가 없습니다."

- 아니, 저는 그런 문자조차 한 번 안 왔는데요?
"네.(대답 없음)"

(참조)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된 내용
 (참조)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된 내용
ⓒ 김재환

관련사진보기


당신의 포인트는 안전합니까?

요새는 작은 인터넷 쇼핑몰조차 적립금 소멸시 이메일을 통해 수시로 통보하고 있습니다. 또 신용 카드사는 보통 5년이나 되는 긴 기간 동안 유효하구요. 1년에 비하면 정말 양반인데, 소비자들에겐 5년도 짧은 듯 최근에 문제가 됐다고 합니다.

현재 영수증에 발생 포인트와 전체 누적 포인트만 적혀 있어 카드 소지자는 유효 기간 1년이 지나 소멸될 포인트가 얼마인지 알 수 없다. 아니, 소멸될 포인트가 더 중요한 것 아닌가.
▲ 해당 마트 영수증 현재 영수증에 발생 포인트와 전체 누적 포인트만 적혀 있어 카드 소지자는 유효 기간 1년이 지나 소멸될 포인트가 얼마인지 알 수 없다. 아니, 소멸될 포인트가 더 중요한 것 아닌가.
ⓒ 김재환

관련사진보기

그리하여, 이제부터 신용 카드사가 고객에게 카드 사용 실적에 따라 적립된 포인트의 소멸 시기를 알려준다고 하구요.

또 카드 대금 청구서에 전체 누적 포인트와 함께 소멸 예정 포인트와 시기도 기재하도록 위로부터 지도도 받았다고 합니다. 소비자들이 점점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구요.

주위 친구들한테 물어본 결과, 거의 대부분 포인트나 적립금이 없어졌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그것이 몇 백원부터 만원을 넘지 않는 작은 금액이 대부분이지만 말이죠.

하지만, 이 문제는 작은 돈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들이 누려야 할 권익과 연결된 것입니다. 흡사 분명 국민의 의사와 반하는데, 2MB 정부가 몰래 대운하 추진하다 걸리고, 불투명한 쇠고기 졸속 협상으로 국민을 우롱한 것과 비슷합니다.

처음에 물건 살 때 어떻습니까. 적립금으로 눈을 현혹하고, 지갑을 유린하여, 실컷 적립하라고 카드로 약올려 놓더니, 이거 언제 쓰지 하며, 단잠을 자는 사이 기업이 쓱 적립금을 없애 버립니다. 이것은 분명 소비자를 권익이 훼손되는 상황인 것입니다.

혹시 지금 다른 곳에서도 적립금이 새고 있진 않은지,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업자는 불공정한 약관조항을 계약내용으로 해서는 안돼"

모 법학과 교수님께 여쭤본 결과, 질문의 내용이 가볍지 않고, 논란을 불러 올 가능성이 너무 큰 내용이라 조언해주셨습니다. 저는 전 군법무관이셨고, 현재 연세대학교 겸임교수이자, 안병희법률사무소를 맡고 계시는 안병희 변호사님께 이에 대해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안병희 변호사님께서는 이것이 소비자 보호에 중요한 일이라고 하시며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 순수 포인트 적립 카드라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다면, 문제가 되는 것입니까?
"대부분의 사업자는 자신들의 약관을 가지고 있는데 소비자에게 간략한 설명을 하고 이를 시행하고 있으며, 보험이나 물품구매계약시에 일반적으로 이러한 일이 다반사로 행해집니다. 따라서 이러한 약관은 거래상의 우월적 지위를 갖는 업체에 의해 남용되어질 가능성이 커 불공정한 계약내용의 약관을 규제하기 위해 약관의규제에 관한 법률(약칭, 약관규제법)에 의해 일정한 통제를 받게 됩니다."

- 약관상에 나왔지만 소비자에게 아무런 통보도 없이 포인트를 소멸해도 되는 것입니까?
"(중략) 소비자에게 중요내용에 대해서는 설명해야 하며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약관조항은 무효로 하고 있는데, 즉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 고객이 계약의 거래 형태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예상하기 어려운 조항,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계약에 따르는 본질적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 등은 무효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업자는 불공정한 약관조항을 계약내용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규제법 제17조)"

- 이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입니까?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자가 불공정약관조항의 사용금지규정에 위반한 경우에는 사업자에게 당해 약관조항의 삭제, 수정등 시정에 필요한 조치를 권고할 수 있으며(중략) 따라서 부당하게 포인트 카드의 소멸을 당한 당사자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그러한 약관에 기한 소멸조치가 약관규제법에 위반하는지 여부에 대해 심사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한 손해액에 대해서는 민사 손해배상청구소송도 가능하리라고 보여 집니다."

이 밖에도 소비자는 소비자기본법(소비자보호법을 보완하여 2006년 개정)에 따라 소비자 스스로의 안전과 권익을 위하여 물품 등을 선택함에 있어 필요한 지식 및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를 갖고 있으며, 물품 등의 사용으로 인하여 입은 피해에 대하여 신속 공정한 절차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소액 피해라도 소비자 권리 적극 찾아나서야

후에 제가 보낸 건의 메일에 따라 해당 부서에서 따로 연락이 왔습니다. 물론 1년 지나면 사라지는 거 알려주셨고, 1년이 지났으니 자동 소멸된 것이라고 재차 확인시켜 주셨습니다. 솔직히 소비자가 누려야 하고 누릴 수 있는 마땅한 권리가 바로 저 앞에 있음에도, 잡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각 개인한테는 너무 소액일 뿐더러, 피해를 입어도 어떤 것이 문제가 되는지, 대부분 소송이 어떻게 이뤄지는지조차 모르기 때문입니다. 또 소비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교육도 거의 없다고 생각하구요. 그리하여 대부분 소비자보호원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일을 통해 소비자들이 소극적으로 이런 일을 넘기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인이 부당하게 입은 작은 피해라도 되짚고 넘어가야 점차 소비자들의 좋은 여건이 확보되는 것이구요. 소비자로서 한 번 어떤 것이든 부당하게 피해를 입은 것은 없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로 삼았으면 합니다.


태그:#포인트소멸, #마일리지소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