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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로 외국인과 동행하여 서울 나들이를 하게 되었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살며 독일 회사에 다닌고 있는 핸드릭 립스(62)씨는 아시아 방문이 처음. 한국 방문 역시 처음이다. 그는 한국인들의 친절함이 매우 인상적이라며 날씨 또한 독일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자연과 그 나라 문화와 환경에 관심이 많은 핸드릭 립스씨와 창덕궁을 구경하고 인사동을 거쳐 북악 스카이웨이를 드라이브 했다. 오후 4시 10분쯤 호텔을 향해 돌아가던 중 자하문 근처를 지나는데, 경찰차와 경찰들이 대로를 막고 차를 돌리라고 한다.

 

이유를 익히 알고 있었던 나로서는 벌써 촛불 문화제가 시작 되었나? 하며 별 거부감 없이 경찰의 지시를 따랐다. 그러나 차를 돌려 가는 곳마다 모두 경찰차와 경찰이 길을 막고 있어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야말로 좁은 골목길에 차들이 모두 갇히게 된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하는 시위대들이 청와대 앞으로 진입할 것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청와대 근처 모든 길을 차단한 것이다.

 

독일에서 비즈니스 관계로 출장을 나와 업무를 마치고 2일 독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한국문화체험을 위해 길을 나섰던 립스씨는 꼼짝없이 갇히게 된 상황이 궁금한지 이유를 묻는다. 

 

좀 더 많은 추억을 만들고자 했던 립스씨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 이유를 말하게 되었고, 아예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라는 것을 밝히고 인터뷰까지 요청하게 되었다.

 

립스씨가 살고 있는 독일과 네덜란드에서는 소고기 수입을 하는지, 어느 나라에서 수입을 하며 그곳에서는 어떤 부분들을 꼼꼼히 따져 보는지 등 여러 가지를 물어보게 되었다. 골목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된 립스씨는, 부득이하게 교통 통제를 해야할 일이 생기게 되면 독일에서는 헬리콥터가 도로 상황 파악을 하고 시민들에게 불편함 없이 서로 지나갈 수 있게 교통정리를 한다고 말해주었다. 

 

- 광우병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알고 있다. 최초로 영국에서 광우병이 생겼고 독일 등 유럽에서 광우병 위험을 막기 위해 수많은 소들을 도살시킨 적이 있다. 지금은 철저한 관리로 광우병 소는 없는 걸로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항상 안심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 네덜란드나 독일에서도 쇠고기 수입을 하고 있나? 있다면 어느 나라에서 하는가?

"네덜란드는 소를 많이 키우기 때문에 치즈가 유명하다. 그렇지만 쇠고기 수요를 모두 충당할 수 없기 때문에 초원에 방목해서 풀을 먹고 자란 아르헨티나 산을 수입해서 먹는다. 겨울에는 건초를 먹이거나 사료를 먹게 되더라도 식물성 사료를 먹인다.

 

유럽에 있는 주부들도 동물성 사료를 먹여 키우는 쇠고기를 먹지 않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쇠고기를 구입할 때 원산지를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원산지 표기가 정확히 되어 있는 대형 백화점 같은 곳에서 구입을 한다. 그러나 다른 곳에 비해 두 배 정도가 비싸기 때문에 서민들은 고민이 많다. 미국산 쇠고기는 미국 현지에서 들어온 미국인들이 하고 있는 식당에서나 쓰는 걸로 알고 있다."

 

- 미국산 쇠고기 수입 때문에 한국은 온 나라가 비상이다. 그래서 시위를 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이러한 주제로 시위를 하는가?

"EU로 통합되면서 개인주의가 만연하게 되었고 지금은 공동체가 나서 의사 표시하는 것을 볼 수가 없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아시아에서는 쌀이 주식이었으나 경제발전으로 생선과 육류를 소비하는 나라가 되었다. 

 

중국의 인구를 생각하면 아시아 시장이 대단한 것을 미국이 알고 '대량생산 체계화'(미스터 립스의 표현을 직역)를 위해 한국에 당연히 압력을 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머가 넘치는 립스씨는 어두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웃음을 지으며 만화영화 <치킨 런>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소도 닭처럼 반란을 일으키는 날이 오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로 분위기 전환을 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 오늘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 한 달째 되는 날인데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는 현장을 함께 갈 수 있는가?

"물론 동행할 수 있다. 토요일 오후에도 잠깐 산책한 일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것을 보았다. 무슨 이유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제는 이유를 분명히 알았으니 꼭 한 번 동참하고 싶다."

 

함께 시청 앞 광장으로 향했다. 시청 앞은 이미 3만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있다. '탄핵' 때도 '효순·미선' 촛불 문화제 때도 참석했던 나로서는 나라가 들썩 거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한 달째 모여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현장을 처음으로 찾게 된 게 부끄러웠고, 동시에 립스 씨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시청 앞 광장에 도착한 립스씨는 연신 카메라에 촛불 문화제 현장을 담고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함성이 울려 퍼지자 모두 하나가 된다. 어린 아이에서부터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들까지 함께 하는 촛불 문화를 보면서 립스씨는 이방인의 나라에서도 하나가 된다는 표현을 한다. 발언대에 나선 학생을 보며 언어는 다르지만 "나이스 걸"이라는 표현을 한다.

 

- 마지막으로 촛불시위문화제를 보며 느낀 점은 무엇인가?

"이곳에 와서 직접 보니 공감을 느끼는 부분이 많다. 어린 아이와 함께 온 가족들을 보면서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먹을거리는 아무런 걱정 없이 먹는 것이다. 정부가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개선했으면 좋겠다."


태그:#촛불 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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